'내 친구는..'으로 시작하는 말

5살이면 부러움을 알고도 남을 나이긴 하다

by 리나

유치원을 다니고부터 첫째는 "내 친구는~"으로 시작되는 말들을 가끔씩 한다. 어린이집에 다닐 때도 다른 친구의 예쁜 신발이라던가 장난감을 부러워할 때가 있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와 함께 물건들을 봤을 때고 집에서까지 부러움의 표시를 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좀 더 커서일까 한 번씩 내 친구는~으로 시작하는 말을 한다.

"내 친구는 휴대폰으로 게임도 한다던데~, 엄청 재밌다고 그랬어"


우선 5살이 벌써 휴대폰으로 게임을 한다는 거에 놀랐고 그다음으론 이런 말을 한다는 자체에 놀랐다. 재밌다는 이야기에 자기도 해보고 싶어서 말하는 거라는 걸 알지만 그렇다고 열심히 해보라며 손에 쥐어줄 수도 없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고민하다 그저 신기하다 말하면서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


이 날 이후로 종종 부러움을 표현한다. 내가 안 들어줄 거라는 걸 아는 건 흘리듯이 말하고 들어줄만한 건 직접적으로 강하게 이야기한다. 집에 오면 놀기 바빠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만 재빠르게 말하고 마는 아이였는데 어느새 부러운 걸 기억하는 나이가 되다니 많이 컸다.




사실 '부러움' 하면 나도 지지 않는다. 부러운 거 진짜 많았다. 학교 다닐 땐 똑똑한 친구, 예쁜 친구가 부러웠다면 직장 다니면서는 일 잘하는 선배가 부러웠고 아이를 키우면서는 애 키우면서 이것저것 다 잘하는 사람이 부럽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한 거 같다. 나 자신을 사랑하며 내가 가진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이 맞다는 걸 알지만 이렇게만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부러워하더라도 금방 잊어버리고 내가 가진 것에서 행복함을 느낄 수만 있다면 괜찮은 거 같다.


대학교 때의 나는 그러지 못했다. 세상에 온갖 잘난 사람은 다 모아놓은 것 같은 학교에서 나 자신을 사랑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대학교 땐 뭐든 될 수 있을 거 같고 뭐라도 잘난 사람이 되어야 할 거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난 너무 평범했다. 외모도 성적도 성격도. 나의 꿈은 하늘 위에 있는데 난 그럴 수 없으니 능력을 가진 사람과 나를 비교하며 끊임없이 자책하고 슬퍼했다.


어느 순간부터일까 나는 더 이상 과하게 부러워하지 않는다. 오 저 사람 대단하다 멋지다 생각할 뿐 나는 왜 이럴까 자책하지는 않는다. 바쁘게 하루를 지내고 나면 재밌는 걸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해서 다른 사람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 가끔 몸이 힘들거나 하면 '나는 왜 이거밖에 안 되는 거지?' 같은 생각이 들 때도 있긴 하지만 애들 때문에 강제로 현실로 돌아온다. 나는 지금이 좋다.




첫째의 머리를 단발로 자르면서 반짝이는 실 하나를 붙여주셨다. 트윙클이라고 부르는 그 반짝이는 실을 하고 유치원을 다녀온 날 첫째의 표정이 좋았다. 아니나 다를까 친구들이 예쁘다고 좋겠다고 했다며 자랑스레 이야기를 한다. 요 며칠 부러워하는 이야기를 듣다가 뿌듯해하는 얼굴을 보니 다행이다. 이렇게 부러워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면서 지내는 거지 뭐.


매일 새로운 걸 사주거나, 특별한 경험을 하게 해줄 순 없겠지만 가끔씩은 자랑할 기회를 만들어줘야겠다. 당연히 자랑할 거 없이도 나 스스로를 사랑해야 하는 거라고 알려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