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바지의 유혹

아기 때 아니면 언제 이렇게 입겠어

by 리나

나는 아기들이 입는 배바지를 너무나 사랑한다. 한껏 끌어올려 입혀진 바지가 통통한 배와 엉덩이를 세배는 더 귀엽게 만들어주는데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첫째가 태어나고 얼마 안 있어 배냇저고리를 졸업하고 내복을 입혔다. 손이 야물지가 않아서 속싸개를 아무리 열심히 싸도 훌렁훌렁 벗어버리는 통에 어쩔 수가 없었다. 그땐 육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를 때라 인터넷에서 본 거처럼 배냇저고리를 더 입혀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고민도 했지만 내복이 훨씬 좋았다.

깨끗하고 보송한 내복을 윗옷부터 차례로 입히고 바지를 거의 가슴까지 끌어올려서 바람 한 점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나면 뭔가 하나의 일을 잘 끝마친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저귀 때문에 통통한 엉덩이와 볼록한 배가 잘 보여서 정말 귀여웠다. 아기의 그 몽글몽글 포동한 몸에 배바지만큼 어울리는 스타일은 없었다.


그렇게 나는 배바지 스타일에 빠졌다. 윗옷을 바지 안에 단정하게 입히는 것이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라 내가 이렇게 입히고 있다는 사실마저 잊고 살 정도였다. 그런데 첫째의 유치원 첫 등원 날 이제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따라 버스를 기다리는 다른 아이의 옷이 눈에 들어왔다. 윗옷이 바지 안으로 쏙 들어가 꼭 아기처럼 보이는 우리 첫째와 달리 윗옷이 자연스럽게 나와있는 친구의 어른스러움이 한눈에 비교가 되면서 '아 내가 첫째를 아직 너무 아기처럼 대하고 있었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은 주로 원피스를 입히곤 해서 다른 아이들과 차이점이 보이지 않았던 거 같다. 다른 사람에겐 별거 아닌 일이겠지만 나에겐 살짝 충격으로 느껴질 만큼 큰 깨달음이었다. 입으로는 맨날 똑 부러지고 어른스럽다고 하면서 속으로는 여전히 아기라고만 생각했구나 싶었다.


이제 나는 첫째에게 배바지 스타일을 고수하지 않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첫째는 스스로 옷을 입을 때면 절대 윗옷을 바지 안에 넣지 않았는데 내가 나의 기준에 맞춰서 아이에게 해주고 있었다. 사실 내가 입혀줄 필요도 없었다. 스스로 다 할 줄 아는 아이인데 급하다는 핑계로 아직 아기처럼 대하고 있었던 거다. 올해 첫째는 정말 많이 컸고 이제 정말 아기가 아니라 어린이 같은데 내가 그걸 못 따라가고 있었다. 언제 이렇게 커버렸는지 모르겠다. 첫째가 엄마보단 친구랑 노는걸 더 좋아하고 책도 혼자서 읽기도 하는 어린이가 되었다는 게 새삼 느껴진다. 이제 뭐든지 스스로 해볼 수 있게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줘야겠는데 아이들이 조금만 천천히 자랐으면 하는 마음에 살짝 섭섭하긴 하다.




다행히 나의 배바지 사랑은 21개월 둘째 덕분에 아직 유효하다. 둘째는 바지를 한껏 끌어올려 입어도 귀여울 아기니까 지금 많이 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