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죽일 놈의 영어 in 말레이시아

이 번이 진짜 마지막이 야해

by 리나
"차라리 YBM 주식을 사는 게 어때?"

취업준비 당시 남자 친구였던 내 남편은 어떻게든 토익스피킹 점수를 높여보겠다며 자꾸만 시험을 보는 나에게 정말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차라리 YBM 주식을 사라며 엄청 놀려댔었다.

남편의 나에 대한 놀림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첫째가 조금 있음 나보다 더 잘할 거라며 나를 불안하게 한다.

인정하기 싫지만 진짜 그럴 거 같다. 어쩌지...




나와 영어의 악연 같은 인연은 대학교 때부터 시작되었다.

그때 당시 준비하던 시험이 있었는데 시험을 보려면 토익 700점을 넘겨야 했다.

수능 영어도 봤었겠다. 뭐 어렵겠어?라는 마음으로 당당히 시험을 봤는데 500점대가 나왔다.

"말로만 듣던 발 사이즈 점수라니... "

그날 느꼈던 좌절, 미래에 대한 걱정, 잘하고 싶다는 욕망은 나를 매일 영어 공부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덕분에 토익은 잘 봐서 취업은 했지만 어떻게 된 게 회화는 전혀 늘지 않는다.


남편은 내가 외국인 앞에서 영어로 한마디도 못하는걸 잘 이해하지 못하고 공부를 안 해서라고 생각하지만

정말 매일매일 열심히 하고 있다.

뇌에 새겨준다는 것도 해보고, 토익스피킹 책도 외워보고, 100일의 기적이 온다는 책도 외워보고

영화도 몇 개 반복해서 봐보고... 나도 잘하게 해 준다는 강의도 들어봤다.

영어에 쓴 돈도 많고 시간은 진짜 엄청 쏟아부었다.

그런데도 외국인이 물어보면 머리가 하얗게 변하면서 바보처럼 버벅거리기만 한다.


그동안은 회사 업무에 영어가 필요하지 않아서 노력은 했지만 절박하진 않았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에서 생활하게 된 지금 영어를 못하는 내가 너무너무 바보 같고 답답해 죽겠다.

아이들과 산책할 때 만나는 다른 아이들의 부모 대부분이 외국인이다 보니 영어를 사용해야 할 일이 많은데

버벅버벅 Thank you만 하고 있으니 애들 보기에 너무 부끄럽고 잘하고 싶다.

아주 아주 절박하게


문제가 뭘까?

일단 무엇이 문제인 건지 차분히 생각해 보았다.

1) 이것저것 많이 시도했다.

생각해보면 열심히 하긴 했지만 뭔가를 꾸준히 정말 완벽하게 한 건 없었다. 어떤 걸 하다가 효과가 없는 거 같으면 바로 다른 방법으로 바꾸곤 했었다. 이게 가장 큰 문제였던 듯 싶다.


2) 소리 내서 말하기를 별로 하지 않았다.

나는 정말 한국 공교육의 표본이다. 언어를 공부하면서도 말하기보단 듣기를 위주로 했다.


3) 외국인 앞에서 말할 용기가 없다.

한국이었다면 큰 문제였겠지만, 여기서는 어떻게든 말해야 하니까 뭐 괜찮겠지 싶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1) 두 가지 공부방법만 정해서 정말 완벽하게 해 보기


영어회화 100일의 기적 암기

영어 잘하고 싶은 사람들은 다 똑같겠지만 나도 여러 가지 영어 관련 책이 있다.

이 중 단연코 베스트는 바로 김민식 작가님의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이다.

볼 때마다 영어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하늘로 솟구쳐 오른다. 다시 한번 정독하면서 추천해주신

문성현 작가님의 '영어회화 100일의 기적'암기를 시작해보기로 했다.

미드 굿 플레이스 보면서 공부하기

남편이 적극 추천하는 공부방법이다. 남편은 프렌즈로 공부하라고 했지만 나에게는 맞지 않아서 넷플릭스서 여러 가지를 찾아보고 '굿 플레이스'로 결정했다.

이기적인 주인공이 착해지는 과정이라니 정말로 재밌을 거 같다.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쨌든 재밌어야 반복해서 볼 거 아닌가!

그리고 넷플릭스에는 어학공부를 위한 이중 자막 기능도 있다.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보면서 단어의 뜻 도 바로 알 수 있고 방향키를 이용해 쉽게 한 문장 한 문장 반복해서 볼 수 있다. 너무나 멋지다.


2) 공부할 땐 크게 소리 내서 말하기

영어도 언어인데 말하면서 공부하는 게 쉽지가 않다. 내 말을 남편이 듣고 있다고 생각하면 더 부끄럽다.

내가 못하는 거 잘 알고 있고 뭐라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리 부끄러운지.. 이젠 급하니까 그런 거 생각하지 말고 그냥 크게 크게 소리 내서 공부하자


3) 외국인과 용기 내서 말하기

안 하면 우리 아기들 친구 못 만들어 준다. 말해야만 한다. 용기 내자!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내 영어실력은 딱 기초회화를 겨우 겨우 면한 수준이다.

하고 싶은 말을 절대 다 할 수 없다. 앞으로 영어가 늘어가는 과정을 글로 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번만큼은 영어에 지지 않겠다!

기적아 일어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