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산다고 영어가 느는 건 아니구나

한국사람을 만나는 건 좋다

by 리나

말레이시아에 도착한 지 두 달째 영어를 제대로 못해도 불편함이 없다는 사실만 느끼고 있다. 이곳에 오기 전 내 결심은 당연히 영어를 잘하게 되는 거였다. 그리고 이곳에 있으면 자연스럽게 늘 거라고 생각했다. 이건 아주 큰 착각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쿠알라룸프르 몽키아라는 한국사람이 정말 많이 산다. 아이들의 경우엔 학교나 유치원을 다니면서 영어가 늘겠지만 나처럼 특정한 기관을 다니지 않는 사람은 외국인을 만나기가 어렵다. 정확히 말하면 외국인과 대화할 경우가 생각만큼 많지 않다. 코로나 때문에 외출이 어렵다는 점도 영향을 끼치긴 하지만 외출을 하더라도 한국사람과만 교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매일 아침 잠깐의 산책시간 동안 한국 엄마와 아이들을 만난다. 그냥 우연히 만난 사이여도 같은 나라 사람이고 똑같이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다 보니 금방 친한 사이가 되어버린다. 대화하는 시간이 너무나 재밌다. 주위에 외국인들도 있긴 하지만 굳이 함께 대화할 일은 없다. 한국에서도 놀이터에 나가면 수많은 사람이 있지만 그중에 아는 사람 하고만 대화하는 것과 같다. 여기서는 한국사람이면 그냥 다 아는 사람이다.

수영장이 개장을 한 첫날 한 가족이 수영을 하고 있었다. 신청을 받아 제한된 인원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저 바라보기만 해야 했는데 첫째는 발이라도 담그고 싶어 했다. 안된다고 했지만 너무나 원하는 모습에 잠깐만 발만 담가봐도 되는지 부탁하려고 용기를 내서 다가갔다. 파파고로 필요한 말도 번역한 후 중얼중얼 외우며 다가갔는데 한국분이셨다. 당연히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지고 아이들은 처음으로 수영장에 발을 담그고 수영하는 가족들을 바라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단지 안에만 있으면 그냥 한국에 있는 거 같다.


그렇다고 외부로 나간다고 꼭 영어를 많이 써야 하는 건 아니다. 가게 점원들은 당연히 영어를 쓰지만 주문할 때 쓰는 말 정도를 영어라고 하긴 어렵고 심지어 한인마트는 카톡으로 한국어를 사용해서 주문한다.


이곳에 오기 전 영어와 관련해서 여기에 있으셨던 분과 대화가 불현듯 떠올랐다. "처음 말레이시아에 도착하면 영어 배우려는 엄마들이 영어학원에 등록하고 공부를 하는데 실력이 빨리 늘지 않아 금방 그만두고 결국 같은 한국 엄마들하고만 놀아"

영어가 금방 늘 거라는 희망찬 기대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똑같겠구나 싶은 초조함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휴직을 오래 하고 해외에 있었는데 영어 조차 늘지 않고 복직하고 싶진 않다. 뭐라도 하고 복직하고 싶다. 그런데 공부하는 방법이 한국하고 똑같다. 공부를 하려는 엄마들은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하고 있었다. 그나마 학원은 열고 있지 않고 화상으로 과외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처음 내 생각은 영어회화 책을 외우면서 만나는 외국인들과 대화를 해보는 거였지만 혼자서 더 열심히 하는 걸로 바꿔야 한다. 동네의 외국인들과 억지로 대화하기도 어렵고 한다고 하더라도 자주 그럴 순 없다. 말도 안 통하는 데 굳이 나와 대화를 하고 싶어 하지 않을 거다. 영어회화 책도 보고 영어도 들으면서 실력이 좀 늘면 과외를 해봐야겠다. 이곳에까지 와서도 과외라니. 생각하고 다르지만 그렇다고 지금 이 상태로 돌아가고 싶지 않으니 어쩔 수가 없다. 좀 더 자연스러워지면 그땐 이곳의 외국인 주민들과도 친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