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2차 접종과 스몰토크

by 리나

백신 2차 접종을 맞고 왔다. 1차 접종하러 이미 한번 다녀왔다고 외출이 무섭다거나 걱정되는 건 전혀 없었다. 단지 어떻게든 영어를 한마디라도 써보자 다짐하며 집을 나섰다.




일단 접종 장소인 세계무역센터로 가는 그랩을 불렀다. 저번엔 좀 떨어진 곳에서 멀뚱히 서있다가 가드 아저씨가 "그랩 부르지 않았냐?", "차 번호 뭐냐"는 소리에 한국어로 크게 대답을 하고 어버버 하며 그랩에 탔지만 이번엔 그러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근처에 여유롭게 서 있었다.

그런데 그랩 기사님한테 문자 같은 게 왔다. "Unit number please"


'내가 있는 곳을 알려달라는 거 같은데 입구가 영어로 뭐더라?' 저번엔 이런 거 안 보냈는데? 갑작스러운 영어에 당황하며 급하게 네이버 사전을 찾고 문장을 만들어서 전송을 했다. 그 짧은 시간이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덕분에 오늘도 이미 도착해서 승객을 찾고 있는 기사님에게 죄송하다는 표시를 하며 차에 타야 했다.


차에 타고 내가 꼭 써먹어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문장을 말했다. "How long does it take to get there?" 이미 한번 다녀와서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 같은 건 알고 있지만 그냥 말해보고 싶었다. 나의 기대와 다르게 기사님은 알아듣지 못하셨다. 그렇지만 이미 무슨 말이냐고 묻고 있는 기사님에게 모른 척할 수도 없고 다시 한번 말했다. 다행히 기사님은 알아듣고 말을 해주셨다. 여기서 더 대화를 시도해 볼까 하다 한마디라도 내뱉은 나를 칭찬하며 다음 기회를 기다렸다.


백신 장소에 도착해선 갑자기 긴장감이 몰려왔다. 1차 접종 때와 달리 경찰도 안 보이고 공연하는 사람도 있는 편안한 분위기였지만 나도 모르게 움츠러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안내해주시는 분들의 말이 알아듣기 힘들었다. 내가 영어를 못해서 그런 걸 수 도 있겠지만 현지인의 영어는 말레이어처럼 들려서 알아듣기가 정말 어렵다. 다행히 2차 접종은 절차가 간단해서 손짓, 눈빛으로 대충 대화하면서도 수월하게 접종을 받았다. 이번엔 기념사진 같은 건 지나쳤다. 다들 눈길도 안 주는 거 보면 어느 나라나 생각하는 건 비슷한가 보다.


집에 가려고 그랩을 불렀다. 차가 오는 장소가 여기가 맞나 싶어서 두리번거리는데 기사님이 기다리고 있으신 장소를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셨다. 나는 센스 있는 사진에 감동받아 고맙다고 말을 했지만 기사님은 "Okay"란 단어로 끝을 내셨다.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어 하는 내 의도를 알아차리신 걸까?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다는 분위기에 의기소침해져서 집까지 조용히 갔다. 그래도 어떻게든 한마디를 더 하고 싶었다. 겨우 생각해내서 내려주실 거 뻔히 알지만 "Please let me out there?"이라고 말했다. 기사님도 내려줄 건데 왜 그러지 놀라셨을 거 같아 황급히 인사하고 내려서 뒤도 안 돌아보고 집으로 왔다.




한마디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나갔지만 조금 더 대화해보지 못한 게 아쉽다. 그래도 한두 마디라도 한걸 잘했다고 생각해야겠지? 이제 2차 백신까지 맞았으니 조금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당연히 조심해야겠지만 기회 있을 때 한마디라도 더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