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아이 둘과 하루 종일 복작거리길 5개월 드디어 첫째가 유치원을 간다. 아이도 정말 좋아하지만 나도 정말 즐겁다. 아이도 나도 행복하니 이것보다 좋은 게 있을까.
락다운이 풀리고 유치원도 등원을 시작했다. 첫째는 영어를 전혀 못하기 때문에 현지 유치원은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한인 유치원만 알아보았다. 어디를 보내야 하나 걱정할 게 없었던 게 알고 지내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두 군데 중에 한 곳의 유치원을 보냈다. 한 곳은 규모도 크고 교육과 활동 위주라면 다른 한 곳은 보육에 중점을 두고 있어 상대적으로 어린아이들이 다니고 있었다. 주위 엄마들의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에 나는 가보지도 않고 이미 아이가 다닐 곳을 거의 결정하고 있었다. 바로 규모가 크고 첫째 또래의 아이들이 많은 곳이다.
금요일에 우리 가족은 다 같이 상담을 갔다. 그리고 바로 다음 월요일부터 등원을 하기로 했다. 이미 보내기로 마음을 먹었고 첫째가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 해서 등원을 하기로 했지만 걱정이 들긴 했다. 생각보다 학교 같은 분위기였다. 어린이집에선 아이들이 자유롭게 뒹굴거릴 수 있는데 이곳은 교실에 책상과 의자가 있었다. 학교 같은 교실의 모습이 당황스러웠다. 첫째는 어린이집서도 자유롭게 놀기만 했고 집에서도 한글 하는 30분을 빼고는 종일 노는데 너무 갑작스러운 변화에 힘들어하면 어쩌나 싶었다. 일단 모든 수업이 영어로 이루어지니 아이에겐 쉬운 것도 어렵게 느껴질 거였다. 그리고 내년이면 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나이라 국제학교 입학을 위한 수업이 진행된다고 하길래 혹시 안 간다고 하거나 너무 스트레스받으면 어쩌나 걱정이 들었다.
아이에겐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에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고 모르는 게 있으면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된다고 말해주었다. 화장실 가고 싶다는 말도 영어로 알려주었다가 그냥 편하게 말하면 된다고 걱정하지 말라고도 했다. 한인 유치원인데 선생님들이 그 정도는 알아들으실 거라 믿었다. 유치원 버스도 처음 타보지 영어도 걱정이지, 보내려고 마음먹을 땐 괜찮더니 막상 아이가 유치원에 간다고 하자 나 혼자 전전긍긍 난리가 났다.
유치원등원을 위해 도시락통도 사고 옷도 입어보며 즐거운 첫째
월요일 아침, 생전 처음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며 버스에서 내려서 선생님한테 꼭 붙어가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첫째는 내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신나게 버스를 타고 유치원으로 갔고 나는 하원 버스가 올 때까지 종일 첫째 생각만 했다.
"정말 재밌었어!" "빨리 내일 돼서 친구들 보고 싶다"
역시 첫째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친구들이랑 노는 게 너무나 재밌었다며 또 가고 싶다고 난리가 났다. 영어로 수업하는 거 어렵지 않았어?라는 내 질문에 대한 첫째의 당당한 대답은 혹시나 하는 걱정마저 사라지게 했다.
"선생님 한국어 다 알아들어!" , "친구들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다 했어!"
한국인 선생님은 원장 선생님 한분뿐인데 저렇게 대답하는 거보면 다들 한국말을 잘하시는 건가? 이 의문은 둘째 날 걸려온 원장 선생님의 전화로 해결이 되었다.
"첫째가 영어를 알아듣는 건 아닌데 눈치도 빠르고 성격도 좋네요. 수업시간에 옆에 아이들이 하는 걸 보고 따라 하고 틀렸다고 해도 속상해하지 않고 바로 고치더라고요"
친구들은 거의 대부분이 한국인이라 재밌게 놀 수 있고 선생님도 간단한 한국어는 알아들으니 답답함도 느끼지 않은 거 같다. 수업은 눈치껏 다른 친구들을 따라한거 같다. 아마도 수업내용이 아직은 그렇게 어렵지 않아서 가능한거지 싶다. 시간이 좀 지나고 점점 어려워지면 첫째가 어떻게 반응할지 좀 지켜봐야 할거 같지만 어쨌든 지금은 아주 재밌어만 하고 있다.
유치원버스도 신나게 기다린다
매일 누나랑 놀던 둘째가 심심할까 봐도 걱정했지만 역시 의미 없는 생각이었다. 둘째도 그 시간 동안 엄마를 독차지하며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놀고 있는 중이다. 놀이터서 놀다가 모래도 만졌다가 뚜뚜 보러 마실도 나갔다가.. 엄청 바쁘다. 생각해보면 첫째가 계속 같이 있느라 둘째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이 없었다. 단 몇 시간이라도 둘째가 엄마를 끌고 다니며 하고 싶은걸 마음 것 할 수 있게 하는 게 꼭 필요했다. 물론 둘째는 누나가 와서 같이 노는 게 제일 좋은 거 같긴 하다. 누나 오면 누나한테 꼭 붙어서 노는 걸 보면 그렇다.
첫째의 유치원 등원은 친구가 생겨 좋은 첫째와 엄마를 독차지하는 둘째 그리고 한결 여유로운 육아 중인 나에게 정말 선물 같은 일이다. 유치원 등원 복도 빨아야 하고 매일 아침 간식 도시락도 싸야 하지만 그건 우리가 느끼는 즐거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빨래대에 걸려있는 원복만 봐도 웃음이 나온다. 옷도 어찌나 귀여운지. 설마 또 문 닫을 일은 없어야 할 텐데. 첫째가 쭉 유치원 생활을 즐겁게 했으면 좋겠다. 지금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