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꽃을 좋아하는 '척'하는 이유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아름다움

by 리나

첫째가 태어나고 함께 산책을 다니면서부터 였다. 내가 꽃을 좋아하는 '척'하게 된 건.


"첫째야 이 꽃 좀 봐 정말 예쁘지?"


유모차를 끌고 밖으로 나가면 예쁘고 좋은걸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아파트가 가득한 동네에 살고 있어서 아이의 눈에 보여줄 만한 것이 없었다. 길가에 핀 꽃이 가장 좋았다.




나는 꽃에 별 관심이 없었다. 화단에 무엇이 있는지 신경 써서 본 적도 없는 거 같고 선물로 받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결혼식 부케에 어떤 것이 있는지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냥 결혼식장에서 주는 걸 들고 식장에 들어갔다. 덕분에 너무 양배추 같아서 좀 신경을 썼어야 했나 싶었지만 그 생각도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고는 온 세상의 꽃에 관심이 생긴 건지 피어있는 꽃마다 호들갑을 떨며 아이에게 보여주었다. 다양한 색깔을 보여주면 창의력에 좋다고 해서 더 그랬던 거 같다. 내 옷은 온통 무채색이지만 꽃들은 온갖 알록달록한 색들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어머 저 꽃 색깔 좀 봐~", "어쩜 저렇게 예쁠까?", "이름도 알아볼까?"


아기가 좀 크고 나서는 이름도 알려주고 싶었는데 내가 전혀 모르기 때문에 다음의 꽃 검색 기능을 자주 사용했다. 요즘도 자주 이걸 통해서 이름을 알려준다. 가끔 나의 이런 모습을 보고 할머니 같다고 놀리는 사람도 있지만 이거보다 좋은 게 없다. 아이도 이름이 바로 나오니까 신기한지 먼저 찾아보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나의 노력 덕분인지 첫째는 꽃에 관심이 많다. 처음 보는 꽃이라던가 특별히 예쁜 것이 있으면 "엄마 저 꽃 좀 봐!" 하며 내 손을 이끈다. 특히 민들레 갓털을 보면 그날은 다 불어봐야 직성이 풀린다. 같이 후후 불면서 놀다 보면 정말 재밌고 아이에게 자연체험을 하게 해 줬다는 만족감이 가득 찬다. 그럴 땐 나도 꽤 좋은 엄마가 된 거 같다.


길가에 핀 꽃에 만족하지 않고 집에서도 함께하게 된 건 둘째가 태어나고 난 후부터다. 내가 아무리 신경을 쓴다 해도 확실히 관심이 줄어드니 미안했다. 장난감도 사줘보고 맛있는 것도 챙겨줬지만 항상 해줬던 거라 별 감흥이 없어하는 게 보였다.


첫째의 어린이집 1층에는 꽃집이 있었는데 어느 날 집으로 오는 길에 꽃을 사주고 싶어졌다. 조금 더 특별하게 내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아마도 이게 사람들이 꽃을 사는 이유인가 보다.


"첫째야 가장 예쁜 걸로 한 송이 골라"


이 날부터 우리는 정기적으로 꽃집에 들렀다. 첫째가 고른 가장 예쁜 한 송이를 포함해서 2만 원 이 넘지 않는 금액으로 만들어지는 꽃다발을 보는 건 정말 즐거웠다. 사장님은 얼마 안 되는 금액이지만 늘 서비스로 자잘한 꽃들을 추가해 주셨고 그 덕분에 항상 예뻤다. 그렇게 우리의 작은 화병에 담긴 꽃은 집을 반짝반짝하게 만들며 아이의 자랑이 되었다.


말레이시아로 오게 되면서 금요일의 작은 즐거움은 끝이 났지만 대신 이곳엔 어딜 가나, 어디를 보나 풀, 나무, 꽃이 가득하다. 말레이시아가 육아하기 좋은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자연의 풍부한 아름다움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 일 년 내내 덥고 비가 많이 오는 나라답게 식물들이 쑥쑥 자란다. 늘 식물원에 온 기분이다. 이 뿐만 아니라 동물들도 많이 볼 수 있는데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새는 물론이거니와 청설모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엄마 저 꽃 좀 봐", "엄마 청설모다!", "저 새 사진 찍어줘!"


하루는 주위의 풍경에 그저 감탄만 하고 또 어떤 날은 떨어진 꽃잎과 나뭇잎들로 미술놀이도 하며 이곳을 즐긴다. 둘째도 꽃과 나무에 자주 관심을 보인다. 첫째의 행동을 보고 배우는 거 같다. 우리는 이렇게 풍성한 자연 속에서 말레이시아에 적응 중이다.




오늘 첫째는 나에게 "엄마 꽃 좋아하지?"란 질문을 했고 나는 자신 있게 "맞아~"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꽃을 좋아하는 '척'하는 게 아니라 정말 좋아하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