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인생은 무엇으로 주문하시겠습니까

튜닝이 필요없는 완성형 순정이고 싶어

by 또날

소량생산에서 레디메이드 대량생산으로, 그리고 또 다시 커스터마이징으로 시대는 변해왔다. 이제는 일개 패스트푸드 점에 가도 패티는 무엇으로 할지, 계란을 얼마나 익힐지, 어떤 재료를 더 넣고 뺄 지, 사이드 메뉴와 음료는 뭘로 바꿀지 정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커스터마이징에는 본질을 해치지 않을만큼이라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물론 괴상한 주문이야 끝도 없이 생각해낼 수 있지만, '라떼에서 우유빼고 물 추가해주세요'라던지 '새우버거 패티 소고기로 바꿔주시고 치즈추가해주세요', '롱스커트 무릎에서 한 뼘 위로 줄여주세요', '파란볼펜인데 빨간색 글씨가 나오게 해주세요' 같은 주문은 의미가 없으니까 말이다. 예컨데 따뜻한 아이스아메리카노 주세요는 또라이와 진상의 대명사로 쓰이곤 한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다" 어찌보면 튜닝의 한계를 보여주는 말 아닐까? 아무것도 안하면 중간은 간다고 하지 않나. 즉, 뭔가 바꾸려는 건 결과가 보장되지 않는 위험감수라는 것이다. 레이를 튜닝해서 람보르기니가 되거나 내가 튜닝을 한다고 안유진이 되는 일 같은 건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도 상상은 자유니까. 단지 가정법 문법을 배우기 위해서도 내가 날 수 있다면, 내가 로또에 당첨된다면 이런 가능성은 없는 예문들을 써내려가지않았나.


가끔 내 인생을 하나부터 열까지 주문할 수 있었다면 어떻게 주문했을까 망상을 해보곤 한다.


하느님 여기 주문받아주세요


우선 외모는요 눈은 무쌍이되 컸으면 좋겠고요. 눈동자 색은 옅은 갈색 정도로 우수있고 특별해보였으면 좋겠어요. 화장하기 귀찮으니까 눈매 뚜렷해보이게 속눈썹 진하고 길게 주문할게요. 눈썹은 너무 진하진 않고 아주 약간만 아치있는 거로요. 코는 얇상하고 콧볼은 좁은데 높았으면 좋겠어요 턱은 귀족턱처럼 각이 있되 사각턱은 안되고요 앞에서 봤을 때는 계란형으로 해주세요. 입꼬리는 살짝 올라갔으면 좋겠고 윗입술보다 아랫입술이 살짝 두꺼웠으면 좋겠어요. 치열은 고르게, 치아는 매순간 미백하는 거처럼 뽀얗게, 아시죠? 이마랑 턱 간격 이런 거 다 주문하면 피곤하실테니까 그냥 황금비율에 맞출게요. 광대 너무 튀어나온 건 싫고, 귀는 앞에서 봤을 때 원숭이처럼 다 보이는 건 말고요 엘프귀처럼 얇상하게 조금만 보이게 해주세요.


뭘 먹어도 살이 안찌는 체질이되 볼륨감 있게 해주시고요 키는 어렸을 때 아담하다가 성인되면 모델처럼 길쭉해지는 걸로 할게요. 그렇다고 남자들보다 더 크면 곤란해요. 팔다리는 길쭉길쭉한 게 좋겠어요. 손가락도 얇고 길게요. 손톱도 안 다듬어도 되게 그냥 예쁘게 나게 해주실거죠? 발은 제발 구두 신었을 때 안 아프게 잘 좀 만들어주세요. 중요한 거 빠뜨릴 뻔 했네! 목선 예쁘고 길게 해주시고, 쇄골은 일자, 어깨는 직각으로 할게요. 제모하기 귀찮아요. 체모는 그냥 빼주세요. 대신 머리카락은 풍성하게 해주시고요, 직모인데 탈색해도 머릿결 안상하고 펌 잘 걸렸으면 좋겠어요. 색은 음 눈동자 색깔이랑 비슷한 계열로 밝게 해주세요.


다음 능력 주문할 게요. 지능은 나머지 사람들 기준 상위 1% 정도로 할게요. 너무 천재는 또 힘들어보이더라고. 특히 공부시간 대비 효율 좀 좋게해주세요. 뭐 아예 역사 경제 법 문학 수리 과학 등 주요분야 지식 탑재가능한 옵션 있으면 그것도 추가요.


잘 노는 것도 중요하니까 예체능 분야는 선출 급은 아니어도 선수후보급 정도면 될 거 같아요. 그림은 신예로 주목받는 아마추어 작가 정도, 노래랑 춤은 탑티어 아이돌 급이면 될 거 같아요. 예체능 분야는 고루 잘 하되 하나씩 특장점 있는 걸로 할게요. 노래는 발라드, 악기는 해금, 춤은 크럼프, 그림은 수채화, 체육은 피겨스케이팅이 좋겠네요. 운동신경 좋은 거랑 춤 잘 추는 건 부분적으로 중복되는데 할인되는 거 있나요?


성격은요 저는 제 멋대로 살되 남들이 그것도 매력이라고 좋아할 수 있는 성격으로 해주세요 아 그냥 아예 저랑 친해질 사람들 성격이 좋은 것도 사이드로 추가할게요


뭐, 이런 망상을 해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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