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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Mar 12. 2024

조금 특별한 아이

3호 아들 이야기


"엄마, 나 지금 엄청 기대되고 떨려요."

운전석 옆 자리에 앉은 3호 아들이 한껏 들뜬 목소리로 창밖을 보며 말했다.

"동우 집은 어떻게 생겼을까? 너무 궁금하다. 엄마 빨리 좀 가요 빨리."

"아들아, 워워~ 지금 너무 업 됐다."

3호 아들의 목소리가 조금만 높아져도 습관처럼 튀어나오는 말이다.

"죄송해요. 제가 너무 흥분을 해가지고."

그게 뭐 그리 죄송한 일이라고. 너무 좋아서 설레고 흥분되면 그럴 수도 있지.

나는 들떠 있던 아이의 기분에 찬물을 한차례 끼얹은 것 같아서 이내 후회를 했다.

3호 아들의 목소리가 조금만 높아져도, 행동이 조금만 과장되어도 습관처럼 튀어나오는

의 말들.

"아들, 조용히! 목소리 한 톤만 낮추자. 지금 너무 흥분했다. 흥분 가라앉혀야지...."




 아기 때부터 3호 아들은 좀 특별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특별하다기 보단 특이했다는 표현이 맞겠다.

 온순하던 아기는 돌이 지나면서부터 본색을 드러냈다. 뭔가 한 가지에 꽂히면 그걸 해야만 했고, 그것만 무한 반복했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심하게 떼를 썼다.

그냥 길가에 드러눕는 일도 다반사였다.

그저 고집이 세다고 치부하기엔 또래 아이들에 비해 달라도 너무 달랐다.

네 살 무렵이 되면서 그 강도는 점점 세져만 갔다. 숫자와 엘리베이터에 꽂히고, 장난감의 줄을 세우고,  다니던 길로만 가야 하고 한번 들은 노래 가사를 줄줄이 읊어대고,

그리고 또래 아이들과는 조금 다른 대화 방식들까지.

1호, 2호 아들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행동들에 내 손가락은 컴퓨터 자판 위를 수없이 두드려댔다.

혹시... 아스퍼거 증후군은 아닐까....


'아스퍼거 증후군 :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여러 임상 양상 중 하나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다른 아이들처럼, 비정상적인 사회적 상호작용 및 제한되고 반복적인 행동 문제를 보인다. 행동이나 관심 분야, 활동 분야가 제한되어 있고 대인 관계에 어려움이 많이 겪는다.  

또래보다는 어른과 어울리거나 홀로 지내는 것을 선호

하며 타인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성향이 합쳐져 오해를 사는 경우가 많다. 언어 발달이 두드러지게  지연되지는 않지만, 특이한 화법을 쓰고, 목소리의 크기나 억양, 운율 및 리듬이 정상 아동과 차이가 있다.

특정한 주제에 대해 강한 관심을 가지며, 특정한 주제에 대해 듣는 이의 느낌이나 반응을 신경 쓰지 않고 이야기를 한다.'


읽고 또 읽어봐도 우리 아이와 비슷한 것 같았다.

'아닐 거야. 맞나? 아니야. 비슷한 면도 있는데 아닌 면도 있잖아?'

 하루에도 열두 번씩 홀로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있을 때였다. 하교 시간이 되어 아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갔는데 담임 선생님께서 정말 힘들게 입을 떼셨다.


 "어머니~

이런 말씀드리기 정말 조심스러운데요.

아이 발달검사를 한번 받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어린이집에서 전혀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고 놀이나 수업도 참여하지 않고 혼자 놀아요. 혼자 하루종일 같은 노래만 하거나 뭔가에 꽂히면 그것만 해요. 같이 참여하게 유도해도 안되고 못하게 하면 난리가 나요..."


그날부터 나의 모든 일상은 3호 아들을 중심으로 흘러갔다.  소아청소년정신의학과와 아동발달

센터를 전전하며 받았던 많은 검사와 치료들.

경계성 지능이 의심된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았던 결과에 혼자 울며 지새웠던 수많은 밤들.

어쩌면 그렇게 암흑과도 같았던 날들이 지금의 나를,  단단해지고 성숙해진 엄마로서의 나를 있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이제 열 살이 된 3호 아들은 지금 그때보다 많이 달라진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이 엄마는 3호 아들의 사소한 말과 행동, 작은 감정들까지 모든 것을 눈으로 좇는다.




 코로나 시대에 초등학교를 입학하여 친구집에 놀러 가는 일도, 생일파티를 초대받거나 친구들을 초대한 경험도 없는 불운의 2013년생들. 그래서 오늘 첫 생일초대가 3호 아들에게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사건일지

모르겠다. 예상했던 대로 친구집에서 또래의 많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는 못했지만 어디

첫 술에 배 부르랴.

 그렇게 느리지만 조금씩 변화해 가는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며 기다리는 것이 나의 일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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