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새로운 곳으로 이직한 지도 반년이 되어간다.
결론적으로 원하던 조건으로 이직에 성공해 잘 다니고 있는데, 이 과정과 결과를 공유하고자 한다.
이직을 꿈꾸다
제발 합격만 시켜달라며 취직 준비를 하던 때가 생각난다.
하지만 막상 입사하고 나니 퇴사하고 싶은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전반적으로 만족스럽고 즐거운 회사생활이었지만 그래도 종종 이직 생각이 올라왔고, 퇴사 욕구가 들 때마다 간간히 이직 준비를 하곤 했다.
그러다 만 3년이 채워지는 순간부터 본격적으로 경력직 채용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경력직이 보통 3년의 경력을 요구하기 때문이었다.
일하다 보니 단순히 같은 업계, 같은 직무로 이직하는 것뿐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분야로 가는 것, 혹은 대학원을 가는 것도 염두에 두게 되었다.
계속 고민하며 채용사이트를 기웃거리는 시간이 이어졌다.
2024년 3월에 두 군데에 지원했고, 한 군데에서는 최종면접까지 갔다. 결과적으로는 탈락했지만 그 과정에서 자기 객관화를 할 수 있었고, 무엇을 보충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곳을 가고 싶은지를 스스로 더 명확히 정리할 수 있었다.
내가 원하는 이직의 기준은 대략 이랬다.
연봉
자유로운 출퇴근 환경(아침잠이 많아서 자율출퇴근제가 있는 곳을 가고 싶었다)
네임밸류
똑똑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배울 점이 있는 환경
적당한 워라밸 (여전히 내게 아주 중요한 요소)
(실제 메모장에 써놓았던 내용)
2024년 한 해 동안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며 열심히 일했다. 동기가 있으니 오히려 현 회사 일도 더 열심히 할 수 있었고 성과도 잘 나왔다.
일이 잘되고 성과도 좋고 인정도 받다 보니 일하는 게 즐겁고 회사생활이 재미있어졌다. 그래서 ‘올해까지는 일단 여기서 일하고, 내년에 다시 이직을 알아볼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이직 생각은 잊고 회사에 잘 다니던 2024년 11월쯤, 아빠가 친구들을 만나고 온 뒤 말을 꺼냈다. 아빠 친구의 딸, 일종의 ‘엄친딸’이 비슷한 업종에서 일하는데 대우가 꽤 좋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딱 내 포지션으로 사람을 뽑고 있다며 꼭 지원해 보라고 권하셨다.
별 기대는 없었지만 아빠의 말을 무시할 수 없어서 한 번 지원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지원요건이나 선호사항이 나와 딱 잘 맞았고, 자기소개서를 쓰는데도 술술 잘 써져서 뭔가 느낌이 좋았다. 왠지 붙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얼마 뒤 서류 합격 연락을 받았고, 12월에 시험과 면접을 보러 갔다.
여기서 조금 좌충우돌이 있었는데, 원래 12월 말까지 결과를 알려주기로 했지만 아무 연락이 없었다. ‘조금 늦어지나?’ 했는데 2025년 새해가 되어도 연락이 없었다.
그래서 아, 떨어졌구나 하고 현재 회사 일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1월 말에 한 번 더 면접을 볼 수 있냐는 연락이 왔다.
한 번 더 보자고 하니 느낌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인사팀에서 설명하는 뉘앙스가 ‘어떻게든 나를 뽑고 싶어 한다’는 느낌이라 결국 다시 면접을 보았다. 두 번째라 그런지 마음을 비우고 편하게 봤고, 그래서인지 분위기도 훨씬 좋고 부드럽게 진행되었다.
역시나 예감이 좋았다. ‘이거 붙겠는데?’ 싶었는데 또 한 달 동안 연락이 없었다. 그래서 뭐지? 싶어 그냥 회사 일에 몰두하고 있었는데, 아직도 기억난다. 4월 1일에서야 최종 합격 연락이 왔다. 회사 내부 사정 때문에 절차가 늦어졌다고 했다.
아무튼 최종합격을 했고, 조건을 들어보니 연봉이 약 30% 올랐다. 사실 그때 당시 회사에서 정말 잘 일하고 있었던 터라 갑작스럽기도 했지만, 연봉을 듣는 순간 ‘무조건 가야겠다’라고 생각했다.
근무조건까지 최종 협의를 끝내니 어느덧 4월 말이었고, 그렇게 나의 퇴사 및 이직이 결정되었다.
퇴사여행을 다녀오고 6월 1일에 첫 출근을 했다.
이직은 처음이라 마치 신입사원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모든 것이 새롭고 새로 적응해야 할 것들도 많아 힘들기도 했지만 일을 하다 보니 연봉, 자유로운 출퇴근 환경, 네임밸류, 똑똑한 사람들과의 협업, 적당한 워라밸 등 내가 원했던 조건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았다.
애초에 이전 회사를 오래 다닐 생각은 아니었기에, 이직과 새로운 회사에 대한 고민은 꽤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준비한 기간만 1년 정도였는데, 꿈꿔왔던 순간이 그대로 내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이직을 준비하며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떨어질 때마다 정말 속상했는데, 돌이켜보면 결국 내가 준비된 순간에 딱 맞는 오퍼를 만나게 되었던 것 같다.
취준과 마찬가지로 이직도 여러 곳에 지원하며 경험이 쌓이다 보면 내가 잘하는 점과 부족한 점을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
그렇게 회사를 다니며 차근차근 포트폴리오를 쌓다 보면, 언젠가 딱 맞는 타이밍에 딱 맞는 기회를 만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