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여행지로 미국을 선택한 건 시간이 있을 때 최대한 먼 곳을 가고 싶었던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9년 전 2016년에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왔던 경험 때문이다.
교환학생으로 있으면서 워싱턴 DC에 완전히 반해버렸고(학교가 있었던 곳은 정확히는 버지니아주이다) 그래서 사회인이 되어 꼭 다시 방문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취업하자마자 다시 오고 싶었지만 코로나 시기이기도 했고 장기 휴가를 내기가 생각보다 어려워 계속 미루고 있었는데, 마음속으로 계속 기회를 노리다가 이번에 퇴사를 하면서 ‘아, 미국에 가야겠다!’라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직항노선이 많은 뉴욕과 달리 워싱턴 DC는 대부분 경유 1회를 해야 해서 비행시간만 24시간이 걸려 하루가 통째로 날아간다.)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기
다른 나라에서 살아본다는 것은 여행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다.
교환학생, 어학연수, 재택근무, 해외취업, 워킹홀리데이 등 다양한 방식이 있지만 나는 교환학생으로 미국에서 살았던 경험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내가 사랑하는 워싱턴 DC는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오는 여행지는 아니다. 보통 뉴욕을 거점으로 하루 정도 들리는 정도다.
하지만 나에게는 특별한 추억이 담긴 도시였고, 미국 여러 곳을 여행해 봤지만 개인적으로 워싱턴 DC가 가장 좋았다. 그 이유를 몇 가지 소개해보자면
우선 워싱턴 DC는 백악관이 있어서 그런지 치안이 좋은 편이다. 노숙자도 없고 도심이 엄청 깨끗하다. 여자 혼자 돌아다녀도 여행하는 내내 굉장히 안전한 느낌을 받았다. 유럽처럼 소매치기 걱정도 안 해서 돼서 좋다. (물론 관광지가 아닌 인적이 드문 곳과 어두운 밤에는 조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분위기가 정말 평화롭고 여유롭다. 워싱턴 DC의 모든 주요 관광지는 내셔널몰이라는 거대한 공원을 중심으로 모여 있는데, 정말 쾌적하고 아름답고 산책, 피크닉, 자전거 타기 모두 즐기기 좋다.
내셔널몰 양옆에는 다양한 박물관과 미술관이 길게 늘어서 있다. 대표적인 곳은 National Gallery of Art와 National museum인데, 모두 국립 운영이기 때문에 ‘무료입장’이라는 점이 큰 장점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던데 워싱턴 DC는 9년 만에 다시 방문했는데도 여전히 아름답고 내가 마음속에 간직했던 그대로여서 정말 좋았다.
이번에 워싱턴 DC 여행을 하면서 교환학생으로 있었던 대학교 캠퍼스도 방문을 했다. 캠퍼스는 꽤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둘러보다 보니 9년 전 추억이 새록새록했는데, 본격적으로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살았던 경험을 얘기해 보자면
내가 묶었던 기숙사는 2인 1실 구조에 화장실은 옆방과 공유하는 독특한 형태였는데, 내 룸메이트는 완전 네이티브 아메리칸 친구였다. 한국인을 처음 본다고 했고, 미국 밖으로 나가본 적도 없다고 했다.
남자친구와 사실상 동거하던 터라 방에는 거의 들어오지 않아 나는 기숙사 방을 거의 혼자 쓰다시피 했다. 대신 화장실을 공유하던 옆방 미국 친구와 매우 친해졌고, 핼러윈에는 그 친구 집에 초대받아서 놀러 가기도 했다.
텔레비전에서 보던 것처럼 온 동네가 핼러윈 장식으로 꾸며져 있었고, 그 집의 동생과 함께 동네를 돌아다니며 trick or treat을 하면서 사탕과 초콜릿을 받았다. 그리고 룸메네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피자를 먹었는데, 3층짜리 대저택에서 보냈던 그 시간은 지금 생각해도 다시없을 특별한 추억이었다.
미국은 원래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있지만, 내가 있던 학교는 특히 다양한 interantional 학생들이 있는 곳이었다. 대만에서 같은 시기에 교환학생을 온 친구와 엄청 친해져서 같이 시카고, 캐나다 여행도 다니고 지금도 연락하며 교환학생이 끝난 뒤에는 대만에 놀러 가서 다시 만나기도 했다.
중국인 유학생 친구와는 수업을 들으며 k-drama 이야기를 하다 친해졌는데 함께 멕시코의 칸쿤 여행을 가기도 했고, 인도 친구들과도 친해져 집에 초대받아 인도 음식을 먹고, 후카도 처음 경험했다.
이 외에도 미국에 사는 한국 친구들이랑도 친해져서 다양한 곳을 소개해주고 데려다주고 그랬는데, 실제로 이번에 9년 만에 워싱턴 DC를 다시 방문했을 때도 캠퍼스 투어 라이드를 해줬다.
미국 대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며 인상 깊었던 점은 인종이 다양한 건 물론이고 ‘연령대’도 매우 다양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삼수, 사수만 해도 나이 차이가 크게 느껴졌는데, 미국에서는 40~50대에 아이가 있는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함께 공부했다.
처음에는 '영어로 내가 수업을 들을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는데 한 2주 정도 지나니 귀가 트여서 수업을 듣는 데는 다행히 전혀 문제가 없었다. 교환학생 수업은 pass/non-pass로 성적이 들어가기 때문에 부담이 덜했는데, 막상 오픈북 테스트도 많고 시험공부도 할만해서 성적은 대부분 A를 받았던 것 같다.
여행은 교환학생 생활의 핵심이었다. 수업을 화·수·목에 몰아넣고 금·토·일·월은 주로 여행을 다녔다. 뉴욕은 두 번 갔고, Philadelphia, Boston, 시카고, 서부 캘리포니아(LA, 라스베이거스, 샌프란시스코), 캐나다, 멕시코 등 여러 곳을 여행했다. 그 외에는 틈틈이 주로 워싱턴 DC 근교를 돌아다녔다.
미국에서 가장 맛있게 먹었던 음식은 바로 '햄버거'이다. 미국에 다시 간다면 1순위로 꼭 먹고 싶은 음식이 바로 햄버거였는데, 특히 캠퍼스 식당에서 만들어주던 햄버거가 나의 인생 햄버거였다.
나는 교환학생으로 있을 때 정기구독 같은 meal plan을 구매했는데, 그때그때 사 먹을 때 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원하는 곳에서 아침, 점심, 저녁을 먹을 수 있는 meal plan이었다.
학식당은 세 곳이 있었고 모두 호텔 뷔페처럼 구성되어 있었다. 샐러드와 과일, 각종 요리를 원하는 만큼 가져가서 먹으면 되었고, 직접 구워주는 닭가슴살과 햄버거 패티, 아침에는 원하는 재료로 오믈렛을 만들어주는 코너까지 있었다.
디저트도 직접 구워 먹는 와플, 다양한 케이크, 아이스크림 등 엄청 다양했다. 뷔페가 아닌 간단한 식사를 원할 때는 바로 가져갈 수 있도록 테이크아웃용 샐러드와 바나나 등이 준비되어 있는 것도 매우 좋았다.
당시 먹었던 햄버거 맛이 잊히지 않아 이번 여행에서 캠퍼스 식당을 다시 찾았지만 방학이라 닫혀 있어 먹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한국에서는 헬스장이 보통 지하에 있는데, 미국 캠퍼스는 땅이 넓어서 그런지 헬스장 건물이 세 개나 되었고 모두 지상에 있어 러닝머신을 뛰면서 보는 뷰가 굉장히 좋았다.
도서관도 나의 최애 공간이었다. 조용한 독서실 같은 분위기보다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를 좋아하는데, 그 도서관은 알록달록한 소파와 카페 같은 좌석이 많아 정말 좋아다. 다만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조금 떠드는 것은 감수해야 했다.
다른 나라에서 살아본 소감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있다. 교환학생 시절은 BTS ‘피 땀 눈물’ 시기였는데, 지금처럼 세계적인 인기를 얻기 전이었음에도 캠퍼스에서 방탄소년단 후드티를 입고 다니는 미국 친구들이 있었고, 그 모습을 보고 ‘아, BTS는 정말 뜨겠다’라고 생각했다.
또 하나 기억나는 건 Netflix가 미국에서 급부상하던 시기였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넷플릭스 존재조차 모를 때였는데 미국에서는 이미 넷플릭스가 자리를 잡고 있었고, 한국에 돌아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에도 넷플릭스가 정식으로 론칭되었다.
다른 나라(미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살아보며 느낀 건, 세상은 정말 넓고 재밌는 것도 많고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 또한 정말 다양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