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리스트를 적게 된 이유
브런치북은 오랜만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발행하는 것으로 설정해 놨음에도 불구하고, 브런치'북'이라는 타이틀 때문인지 정돈된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에 2달 넘게 쉬고 말았어요.
모든 것이 그렇듯 글 쓰는 것도 첫 발을 띄는 것이 중요하기에, 그래서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보려 해요.
이번 글은 쉬어가는 타임입니다.
원래 브런치북을 계획할 때도 제가 왜 '죽기 전에 해야 하는 100가지 꿈리스트'를 적게 되었는지 중간중간 이야기를 풀 생각이었는데요,
지금이 그 시점인 것 같습니다.
저는 아주 오랫동안 마음의 병을 앓았습니다.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너무 길고 긴 이야기이기에 여기서 말하지는 않을게요.
그래도 학교생활을 하며 행복한 일도 많았기에 잘 버텨오고 있었는데요, 대학교 졸업할 때쯤 진로고민으로 상태가 악화되었습니다.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뭐해먹고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어요.
사실은 근본적으로 왜 살아야 하는지 삶의 의욕이 없었기에 하고 싶은 일도 없고, 내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어봤자 뭐 하지 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하고 싶은 일, 되고 싶은 직업에 앞서서 '살아야만 하는 이유'가 저에게는 너무나도 절실하게 필요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여행'으로 버킷리스트를 작성했습니다.
내가 다녀온 곳과, 앞으로 가고 싶은 곳을 리스트업 하고 "아 그래도 죽기 전에 00도 가봐야 하는데 지금 죽을 수는 없지" 하고 생각했어요.
여행을 가려면 일단 살아있어야 하고, 여행비용을 벌려면 일을 해야 하니 동기부여로 나름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다음에는 버킷리스트에 처음으로 저에게 생긴 취미인 '공연과 전시'를 추가했습니다.
그래서 이때 제 꿈이 "워라벨 좋은 회사 취업해서 퇴근하고 공연이랑 전시 실컷 보러 다니고 싶다" 였어요.
처음으로 하고 싶은 것이 생겼으니 정말 축하할 일이었죠.
원동력이 생기니 실제로 얼마 되지 않아 저는 원했던 회사에 취업을 하게 됩니다.
회사에 취업한 후에는 정말 제가 원했던 대로 칼퇴하고 공연과 전시를 실컷 보러 다녔습니다.
한창 힘들었을 때에 비하면 정말 행복한 순간들이었어요.
하지만 아주 오랫동안 앓아온 마음의 병이기에 근본적으로는 나을 수도, 우울로부터 완전히 해방된 삶을 상상하기도 저에게는 어려웠습니다.
그저 잘 관리하며 안고 갈 뿐이었죠.
다행히 회사생활을 하며 경험하는 세상도 넓어지다 보니 점점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졌습니다.
가장 첫 글인 프롤로그에서 "꿈이 꼭 직업일 필요가 있을까? 내가 진정하고 싶은 것이라면 그게 내 꿈이 아닐까?"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요,
여행과 공연, 전시 위주로 작성되어 있던 리스트에 어느새 항목도 더해지고, 종류도 다양해져 100개가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지금 제가 되고 싶은 '작가'를 직업도 포함해서 말이에요.
'죽기 전에 하고 싶은 100가지'는 제가 이루고 싶은 저만의 꿈이자, 살아가는 이유이자 삶의 의미입니다.
실제로 100가지 꿈리스트를 작성하고 하나씩 해나가는 과정에서 저는 마음의 병이 완전히 나았습니다.
진정한 행복이라는 걸 처음 경험하고 정말 다시 태어난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기나긴 어둠을 지나 밖으로 나온지도 이제는 벌써 몇년이 되었네요.
꿈리스트에 있는 것들이 실현될 때마다 제가 항상 생각했던 말이 하나 있습니다.
브런치북을 쓰는 이유는 꿈을 이뤄가는 순간들을 기록하기 위함도 있지만
무엇보다 저처럼 힘든 시기를 겪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말을 꼭 해주고 싶기 때문이에요.
아, 살아있길 잘했다
저도 예전에는 흔해빠진 위로로 받아들였는데 살다보면 인생에 멋진 순간들이 정말 오더라고요.
제가 써내려가는 하나하나의 글들이, 그 증명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