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 세대교체... 당연함을 의심하라

당연함을 의심할 때 기회가 보인다

by 어른이 된 피터팬

이전에는 맞았던 것이 지금은 틀린 것이 되기도 하고, 잘 몰랐을 때는 좋았던 것이 알고 나니 해로운 것일 수도 있다. 또는 좋다, 나쁘다의 기준 자체가 변할 수 있다. 예견된 미래가 팬데믹으로 인해 더 빠르게 다가온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제까지의 기준과 당연하게 여겼던 것을 의심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거기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도 있다.


[당연한 건 없다. 기준과 규칙은 변할 수 있다]


최재천 교수님의 강연을 듣다가 통용되는 기준에 대한 무게감을 덜게 된 경험이 있다. 한 곤충의 이야기로, 어제까지 곤충으로 존재했는데 인간이 그 곤충이 먹는 식물을 농작물로 삼는 순간부터 해충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강연의 주제는 인간 중심적 사고에 대한 비판이었지만 거기에서 또 다른 인사이트를 얻었다. 세상에 흔히 통용되는 기준이 고정불변 진리처럼 당연한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였다. 곤충이 하루아침에 해충이 되고, 산만한 문제아가 바뀐 세상에선 천재로 칭송받듯이 우리의 잣대는 언제든 변할 수 있다.


누가 그 기준을 만들었나, 어떤 사회적 맥락에서 그런 틀과 잣대가 만들어졌나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주어진 규칙과 기준을 그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고 따른다면 세상이 크게 변하거나 그 기준에 심각한 오류가 있을 때 세상에 역행하여 결국은 파괴적인 결과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자연계의 진화이론처럼 말이다. 새로운 세상에 맞게 변화하고 적응한 공동체가 살아남고 변화된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


다행히도 우리 인류의 역사를 보면, 세상이 변함에 따라 사회 통념과 기준도 바뀌어왔다. 민주 사회, 글로벌 사회, 디지털 사회로 세상이 변함에 따라 우리의 법과 규칙, 기준들도 수정되었다. 왕정에서 민주제로 넘어가고, 문호가 개방되고, 화폐가 재정의되며 노동에 대한 개념이 달라지고 그에 맞는 새로운 정책들이 세워진다. 변화의 속도 대비 틀과 기준이 변하는 속도는 사회마다 다르지만 전 지구적으로 큰 방향성을 공유한다. 물론 지금의 개념과 규칙도 고정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것들에 왜?라고 묻고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어야 한다.


[식품 세계에 일어나는 세대교체]


각각의 상품 카테고리 안에서 새로운 지식과 정보가 나올 때마다 제조업자 또는 소비자의 인식 변화가 일어나고 상품의 세대교체가 일어난다. 먹음직스럽게 보였던 붉은 햄이 발색제(아질산나트륨) 사용으로 인해 건강 이슈가 생기자 옅어진 색의 햄들로 시장의 판도가 바뀌었다. 식물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방출하는 자연물질인 피롤리지딘 알칼로이드가 동물이 섭취할 경우 DNA와 반응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자 많은 향신료들이 수치 관리를 통해 스크랩되었다.


이렇게 세대교체가 일어나면 마트 내 매대의 모습이 바뀐다. 그럴 때마다 의식적으로 상기하는 것은 모든 변화가 어쩌면 정치적인 것일 수 있겠다는 경계심이다. 수동적인 소비자라면 그저 변화된 시장을 수용하겠지만 정치적인 뉴스가 나오면 그 배후를 생각하듯이 시장의 변화도 의심을 먼저 해본다. 누가 변화의 물꼬를 트는 것인지, 어디에서 새로운 지식이 나온 것인지, 변화의 모든 것을 그대로 믿고 따르지 않기 위해 더 공부해야 한다.


[참기름 시장, 맑은 참기름의 역습]


최근 느낀 식품에서의 세대교체는 참기름에 있었다. 투명한 갈색빛과 고소한 냄새로 자연스럽게 손이 가게 하는 참기름. 참깨의 좋은 성분을 가지고 있어 건강에 좋을 뿐 아니라 고소한 맛을 가미해 음식을 더 맛있게 해주는 한식 친화적인 오일이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운 방식의 참기름을 맛보고 공부한 후, 참기름에 대한 이미지와 인식이 바뀌었다. 전통방식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참기름 하면 방앗간에 참깨를 맡기면 압착해서 유리병에 담아주는 갈색 참기름 또는 마트에서 보이는 대기업이 만들어 낸 네모난 캔 용기에 담긴 참기름이 생각난다. 이제까지 참기름의 고유 이미지는 고소한 냄새가 찐하게 응축된 갈색 참기름이었다. 그런데 시장에 새로운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올리브유 느낌의 깨끗한 참기름 상품들이 시장에 하나 둘 나오고 있고 프리미엄 참기름으로 소개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새로 나오고 있는 참기름, 들기름은 저온 압착을 통해 만들어져 올리브유 같이 투명하고 맑은 노란색을 띤다. 새로운 시장 진입자들은 말한다. 기존의 갈색 참기름은 고온 압착을 통해 수율이 높고(같은 양으로 더 많은 기름을 뽑아낼 수 있음) 고소한 향도 매우 강하다. 그러나 가열, 압착 과정에서 밴조피렌 같은 발암성분이 발생하고 영양소가 파괴된다. 그래서 냉온 압착 참기름이 건강이나 영양성분 측면에서 우월하다고 말이다. 과학적으로 일리가 있다.


실제로 냉온 압착 참기름, 들기름을 맛보면, 태운 맛이 없어 건강하다고 느껴지며, 고소함이 나서지 않고 식재료를 감싸고돌아 오히려 음식의 풍미가 산다고 느껴졌다. 기존 참기름의 진하게 퍼지는 고소함을 좋아했고 그것이 오히려 감칠맛을 돋운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새로운 맛을 시도해보니 기존 참기름의 그 진한 고소함이 오히려 음식 본연의 맛을 덮어버리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건강 측면에서도 미감 측면에서도 새로운 세계에 들어선 것이다.


[전통방식이 꼭 좋은가?]


가공식품을 들여다보면, 비싸고 좋은 상품들 중에는 "전통방식으로 만든", "오래된 역사와 기술"을 강조하는 제품들이 꽤 있다. 그리고 많은 소비자들이 이 말에 현혹된다. '전통방식으로 만들었으니 더 좋은 것이겠지'라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가공식품에는 전통방식은 아니지만, 그래서 더 건강하고 프리미엄인 상품들이 있다. 앞의 새로운 유형의 참기름 사례처럼 말이다.


'전통방식=좋은 것'이라고 당연하게 여겼던 내게는 결코 소소하지 않은 사고의 전환이었다. 영양소나 화학성분은 차치하고라도 취향의 영역인 풍미 측면에서도, 진하게 태워 인위적인 고소함을 끌어내는 것이 기존의 "맛있다"의 기준이었으면, 이제는 원재료의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오히려 식재료의 맛을 돋우는 기능이 더 "좋다"와 "맛있다"의 기준이 되고 있다. 생활 수준 상승과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 케미포비아의 확산이 만든 변화이다.(현대 경제연구원의 21년 보고서 '명목소득은 2만 달러, 생활수준은 3만 달러-실질구매력으로 본 한국의 생활수준' 참고)


한편, 신선은 또 다른 문제다. 신선식품의 경우, 산업화가 되면서 공장식 축사와 사육 방식이 문제가 되고 있다. 가축들이 성장하는 기간은 줄어드는데 곡물사료로 개월 수 대비 몸집은 점점 커진다. 가축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커지고 이것이 결국 인간에게도 악영향을 준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전통방식은 대체로 시간이 많이 들어 이제는 비효율적인 고급 방식이 되었다. 그래서 전통방식을 강조하는 것이 신선식품에서는 고가의 프리미엄 상품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가공식품에서는 전통방식이 더 좋다는 전제가 성립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시간이 갈수록 더 좋은 기술과 더 나은 기계가 도입되기 때문이다. 수율이 문제가 되지 않게, 더 건강한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공장 설비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상품 속성에 따라 다르지만, 가공처리를 거치는 제품들에 대해서는 전통방식이 언제나 더 좋은 것이 아니라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항상 기존의 것에 대해 의심을 해야 능동적인 소비자로서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생산자 측면에서도 기존의 것을 의심해 니치마켓 또는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낸다면 game changer가 될 수도 있다. 2022년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의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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