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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른이 된 피터팬 Jul 02. 2022

고공행진 물가... 내 월급과 주식 빼고 다 올라

모임과 청첩장은 러시인데 가용예산은 줄어드는 직장인


물가 인상, 배달비 인상, 유가 인상, 전기요금 인상 ... 요즘 직장인들 사이에선 "내 월급 빼고 다 오른다"라는 한숨 섞인 하소연이 전염되고 있다. 월급 인상률보다 물가 상승률이 크다고 농담처럼 이야기했는데 최근 들어 실질 임금 상승을 피부로 느끼며 실제 생활 수준이 낮아짐을 새삼 포착하게 된다.


치솟은 물가에 곡소리가 나는 건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도 30~40년 만에 최고의 물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유가 인상 등 여러 요인들이 세계적 인플레이션을 유발했다. 이렇게 다른 나라들과 공유하는 부분이 크다는 것을 실감할 때면 이제는 낡아버린 세계화, 지구촌이란 단어가 선명해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만간 6%대의 물가상승을 내다보고 있다.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5.4% 상승했고, 7월 5일(화)에 공표 예정인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6%대 상승이 예상된다. 이미 경유와 휘발유 가격은 각각 45.8%, 27% 상승했고 식탁 물가와 외식 물가도 최고를 경신하고 있다.


[치솟은 물가에 소확행마저 부담 느끼는 직장인들]


직장인 A 씨(32)는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을 선택할 수 있지만 꼬박꼬박 사무실로 출근한다. 그 이유는 회사에서 주는 점심을 먹기 위해서다. 재택근무 시 배달을 시키자니 인상된 배달비가 아까워 못 시키겠고, 집에서 요리해 먹으려고 마트에 갔더니 계란 한 판 가격이 7,000원을 넘는다. 출퇴근 지옥철보다 치솟은 물가가 더 무서운 요즘, 어쩔 수 없이 사무실 출근을 선택한 것이다.


더위를 무척 싫어하는 직장인 B 씨(35)는 쾌적한 출근을 위해 매일 장거리 운전을 해서 출근을 했다. 그러나 기름값이 크게 오르자 자차를 끌고 회사에 오는 것이 부담스러워졌고 당분간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큰 결심을 했다.


이제 막 입사한 직장인 C 씨(28)는 매주 금요일 퇴근 후, 일주일간 고생한 자신에게 보상하는 의미로 단골 베이커리에 들러 빵을 산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원재료 상승으로 빵 가격들이 일제히 올라 빵 사는 것마저 사치한다는 불편한 감정이 들어 선뜻 구매할 수 없어졌다.


6월 12일 통계청의 전월 물가지수를 보면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이는 품목들은 우리가 가장 애정하는 품목들이다. 흔히 소울 푸드라고 불리는 치킨(6.6% 상승), 짜장면(6.3% 상승), 떡볶이(6.0% 상승)가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한 주의 고단함을 달래기 위해 금요일 저녁이면 소울 푸드 앞으로 달려갔던 많은 직장인들이 더 이상 가벼운 마음으로 '금요일 의식'을 치르기 어렵게 되었다. 비싸진 가격 앞에서 선뜻 지갑을 열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한 신조어도 등장했다. 점심(lunch)과 물가상승(inflation)을 조합한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과, 4월 서울의 냉면 한 그릇 평균 가격이 1만 192원에 이르자 누들 플레이션(noodleflation)이란 웃지 못할 신조어도 나왔다. 이렇게 고공 행진하는 물가에 많은 직장인들은 소울을 지켜내기도 벅찬 실정이다.

점점 가벼워지는 지갑... 출처:pixabay


[ 상승과 하락, +와 -의 극명한 대비 ]


물가는 오르고 유가도 오르고 배달비도 오른다. 그러나 월급과 통장 잔고와 주식과 코인은 떨어지거나 그대로다. 극명한 대비가 보이는 요즘, 많은 직장인들이 고통을 호소한다. 특히나 거리두기 해제로 모임이 늘어났고, 결혼식은 거의 매주 잡혀 있다.


그러나 한 번 모임에 나가면 상승한 외식 물가에 예상보다 큰돈이 나가니 모든 모임에 나갈 수는 없다. 의도치 않게 관계에 따라 모임을 취사선택할 경우가 생긴다. 만나고 싶은 마음에도 불구하고 예산 제약에 의해 다음 기회로 만남을 미룰 수도 있다.(모든 모임에 나가기 보다는 정말 내가 가고싶은 모임만 나가게 됨.)


거리두기 해제 후 결혼식 러시가 일어났다. 주위를 보면 한 달에 청첩장을 세 개 이상 받고, 거의 매주 결혼식에 가는 사람도 다. 그러나 축의금도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받아 그 기준이 올라 식권을 받지 않아도 5만 원을 내기에는 눈치가 보인다. 축의금으로 한 달에 몇 십만 원이 나가는 게 이상하지 않다.


세상의 많은 숫자들이 한편에선 상승하고 다른 한편에선 하락한다. 파도처럼 가치가 요동치는 요즘, 극명한 상승과 하락, +와 -의 대비 속에서 많은 직장인들은 고통스럽다. 그러나 정신승리 회로를 돌려보자면, 가치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정말 가치 있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모든 모임과 모든 결혼식에 갈 수 없는 상황에서, 내게 정말 필요한 것,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가려볼 때다.



※본 글은 6/30 오마이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45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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