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에게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건 자연스러운 욕구다. 사랑하는 사람의 물음에 내 마음을 꺼내 보여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사랑이라는 추상적인 감정상태는 고스란히 보여줄 수 없어 답답할 때가 많다.
사랑한다는 말이 상용화되고 남발되는 세상에서 "사랑해"라는 말이 어쩌면 나의 사랑을 전달하기엔 부족하다고 느낀다. 이 말랑말랑하고 질투 나고 쥐어짜듯이 애타는 마음을 담아내기에 사랑해라는 세 음절은 너무 상온의 말이고 단순하고 무미건조한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해를 여러 가지 말과 행동으로, 다양한 형태로 보여주려 한다. 의도하지 않더라도 사랑 앞에서 우리는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사람이 된다.
"나는 너를 마시멜로 해"
"(말없이 으스러지게 꼭 껴안아주기)"
"(매일 퇴근 후 연인을 보러 먼 거리를 운전해 오기)"
그리고 <헤어질 결심>에서 해준이 서래에게 한 말,
"저 폰은 바다에 버려요. 깊은 데 빠뜨려서, 아무도 못 찾게 해요"
그것이 사랑한다는 말이었다.
사랑도 통역이 필요하느냐. 다양한 형태와 말로 표현되는 이 복합적이고 확정 지어지지 않는 사랑은 언어와 비슷한 속성을 갖는다. 직선적인 사랑해라는 화법은 누구나 알아듣지만 개성을 담은 다양한 화법과 언어는 통역이 필요하다. 영어를 알면 다국적의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듯이, 사랑해의 형태를 통역할 줄 아는 사람은 그 사람과 진정으로 마음을 교류할 수 있다. 나는 내 연인의 언어를 통역할 수 있는가?
<헤어질 결심>을 보며 여러 평론가가 극찬한 미장센과 영상미를 음미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돌아온 내게 되풀이되는 건, "사랑한다고 했잖아요"라는 서래의 말.
여타 영화의 찐득하고 감성 충만한 로맨스는 아니지만 <헤어질 결심>은 사랑의 화법을 생각하게 만드는 로맨스 영화가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