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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른이 된 피터팬 Aug 08. 2022

"사랑한다고 했잖아요"

<헤어질 결심>... 사랑의 다양한 화법

"사랑한다고 했잖아요"


"사랑해"는 사랑이란 워딩이 아닌 다른 말과 구체적인 행동으로 전달될 때가 많다.

<목소리의 형태>처럼 다양한 <"사랑한다"의 형태>로 세상은 꽉 차 있다.


그래서 나 사랑해? 얼마나 사랑해?


연인에게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건 자연스러운 욕구다. 사랑하는 사람의 물음에 내 마음을 꺼내 보여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사랑이라는 추상적인 감정상태는 고스란히 보여줄 수 없어 답답할 때가 많다.


사랑한다는 말이 상용화되고 남발되는 세상에서  "사랑해"라는 말이 어쩌면 나의 사랑을 전달하기엔 부족하다고 느낀다. 이 말랑말랑하고 질투 나고 쥐어짜듯이 애타는 마음을 담아내기에 사랑해라는 세 음절은 너무 상온의 말이고 단순하고 무미건조한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해를 여러 가지 말과 행동으로, 다양한 형태로 보여주려 한다. 의도하지 않더라도 사랑 앞에서 우리는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사람이 된다.


"나는 너를 마시멜로 해"

"(말없이 으스러지게 꼭 껴안아주기)"

"(매일 퇴근 후 연인을 보러 먼 거리를 운전해 오기)"


그리고 <헤어질 결심>에서 해준이 서래에게 한 말,

"저 폰은 바다에 버려요. 깊은 데 빠뜨려서, 아무도 못 찾게 해요"


그것이 사랑한다는 말이었다.


사랑도 통역이 필요하느냐. 다양한 형태와 말로 표현되는 이 복합적이고 확정 지어지지 않는 사랑은 언어와 비슷한 속성을 갖는다. 직선적인 사랑해라는 화법은 누구나 알아듣지만 개성을 담은 다양한 화법과 언어는 통역이 필요하다. 영어를 알면 다국적의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듯이, 사랑해의 형태를 통역할 줄 아는 사람은 그 사람과 진정으로 마음을 교류할 수 있다. 나는 내 연인의 언어를 통역할 수 있는가?



<헤어질 결심>을 보며 여러 평론가가 극찬한 미장센과 영상미를 음미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돌아온 내게 되풀이되는 건, "사랑한다고 했잖아요"라는 서래의 말.

여타 영화의 찐득하고 감성 충만한 로맨스는 아니지만 <헤어질 결심>은 사랑의 화법을 생각하게 만드는 로맨스 영화가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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