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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른이 된 피터팬 Dec 16. 2023

다양성 담론(5)_한국패치, 어쩌면 리더십에 답이

다양성 조직체를 만들기 전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

우리 회사에는 CSR담당 조직과 ESG위원회가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적 연대와 공감대가 커지면서 많은 기업들에서는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체를 운영 중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기업에서 조직체까지 두면서 돈을 쓰는 기구를 운영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가치의 준수가 기업의 의무로 인식되면서 그 업무 범위와 양도 늘어나 독립성을 가진 조직체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제는 새롭게 대두되는 사회적 가치인 "다양성"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일부 기업들이 생기기 시작하며 DE&I 조직체를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기업은 영리 조직이다. 기업이 무언가를 한다면 결국 경영상 이롭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양성 관리 역시 기업의 이윤추구라는 목적에 부합하기 때문에 논의되고 추진되는 것이다. 브랜딩 측면에서 사회적 가치를 적극 실천하는 것은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는 것으로 경영활동에 도움이 된다. 또한 인적 구성에서의 다양성이 확보되면 일반적으로 조직의 창의와 혁신성이 올라간다는 연구들이 나와 있고, 다양한 시각에서 상품 출시 및 홍보 과정을 검열해 사회적 문제에 대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더불어, 다양성이 보장되는 조직 문화 속에서 구성원들은 보다 조직에 소속감을 갖고 심리적 안전감을 느껴 성과가 잘 나온다고 한다.


그러나 무작정 다양성 추진 위원회 같은 DE&I 조직을 신설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모든 조직이 다 같은 DNA를 갖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조직의 고유한 문화와 특성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해외 선진 기업의 문화를 벤치마킹해 국내 기업에 이식하려다가 실패한 사례들이 많지 않은가.


한국의 강한 문화 특성이 이식하려는 문화를 잡아먹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때 우리는 그것을 자조적으로 "K패치되었다"라고 말한다. 외국계 기업의 한국 지점에 다니는 지인들로부터 회식과 야근 등 조직문화가 한국 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하소연을 듣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성을 논의하기 전, 우리 조직을 먼저 이해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조직 내 유의미한 다양성 확대가 가능할 것이다.


한국의 조직들이 일반적으로 집단주의, 관계중심 문화이며 고맥락적으로 소통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주류에 동화되려는 특성이 강한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가부장적 리더십이 통용되기 쉽고 획일화된 기준과 가치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현재의 리더십과 조직문화에서는 개인주의와 다양성이 포용되기 어렵다.


제도적으로 다양성 추진 조직이 신설되는 것은 중요하지만 내부 진단 없이 도입된다면 인적 구성 측면에서 소수자가 늘어나는 정도에 그치거나 내면적 다양성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표면적 다양성이 늘어도 실질적으로 그 다양성이 존중받지 못한다면 구성원들이 소속감과 안전감을 느끼지 못하고, 그런 환경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지 못해 다양성의 장점이 발현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더십 스타일부터 소통 방식까지 다양한 구성원이 존중감을 느끼고 소속감과 안전감을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래서 DE&I라는 다양성 논의는 경영진의 적극적인 의지와 스폰서십이 필수적이고 리더와 주류의 변화와 노력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경영 환경에서 리더들이 많은 변화를 요구받아 피로를 호소하는 것은 오늘날 사회 변화의 방향성이 기득권과 주류의 권력과 권한을 분산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이 아닐까.이제는 리더라고 권위가 주어지지 않는다. 인정받는 리더가 권위를 얻는 시대다. 다양성 확대와 리더십의 역학관계를 생각하며 조직 내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들여다볼 필요성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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