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퇴사준비생이 돼

'더 좋은 회사' 보단 '나랑 더 맞는 곳'을 찾아서

by 어른이 된 피터팬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관문 앞에 선다. 취업, 승진, 결혼, 이직과 같은 과업들은 마치 반드시 통과해야만 하는 '통과의례'처럼 우리를 압박한다. 하지만 그 관문은 정말 모두가 통과해야만 하는 것일까. 지금 내 앞에 놓인 이 문이 정말 내가 열어야 하는 문이 맞는 걸까.


누군가의 떠남이 남은 자에게 주는 감정


연차가 쌓일수록 동기들이 하나둘 이직을 시작하면 마음은 조급해진다. 조직 전체의 이직률은 3%도 안 되지만, 곁에 있던 후배와 동기들이 떠난 빈자리를 보면 '나만 고여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이 엄습한다.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을 자조적으로 내뱉는 남은 사람들. 누군가의 떠남은 남은 이들에게 피할 수 없는 동요를 일으킨다.


이때 내 안에는 세 가지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새로운 길을 선택한 용기에 대한 경탄,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낸 것에 대한 부러움, 그리고 '나도 지금 당장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불안감. 물론 이틀 정도 지나면 감정은 가라앉았지만, 한동안 유튜브에서 이직 준비 콘텐츠를 뒤적이게 된다. 유튜브에는 10년 차가 넘으면 몸이 무거워지니 3년, 5년 차에 골든타임을 잡으라는 경고성 메시지가 넘쳐난다. 그 기준대로라면 나는 지금 이직의 막차를 타야 하는 걸까, 아니면 이미 늦어버린 걸까.


그러다 종종 들려오는 이직 실패 소식은 나를 멈춰 세운다. 연봉은 높였으나 조직 문화가 맞지 않아서, 혹은 사람이 맞지 않아서 이전 회사를 그리워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이직이 결코 만능열쇠가 아니라는 사실일깨워준다. 특히 불안도가 높은 나에게 무작정 퇴사나 이직은 어울리는 방법이 아니었다. 지금 조직의 안정감을 바탕으로 야간 대학원을 다니고, 익숙함을 토대로 업무 숙련도를 높이며 그 속에서 나만의 변주를 만들어낼 수 있었기에 이직이라는 결심은 쉽게 서지 않았다.


그렇게 동기들의 이직을 지켜보며 2년여의 막연한 불안 끝에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누군가의 합격 소식이 부러울 순 있지만, 내가 그곳에 간다고 해서 반드시 더 행복할 거란 보장은 없다. 결혼이 필수적인 통과의례가 아니듯, 이직 또한 반드시 거쳐야 할 숙제가 아니다. 지금의 조직이 나에게 가장 잘 맞는다면 그곳에 머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다. 다만, 내가 정말 떠나야겠다는 주체적인 결심이 선다면 그때 비로소 액션을 취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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