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구 매장에서 만난 어른

그리고 아이.

by 어른이 된 피터팬

1. 완구 매장에서 만난 어른


완구 매장에서는 종종 귀여운 고객들을 만난다.

영상이 틀어진 모니터 앞에 앉아 영화관마냥 고도의 집중력으로 영상을 시청하는 아이,

말 잘 들을 테니 이 장난감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

집에 있는 장난감이랑 똑같은 거라고 안된다는 부모님의 말씀에

그것과 이것은 다르다고 차이점을 자세히 설명하는 아이.


아이들이 주 고객(구매에 대한 의사결정자는 부모이지만)이라

귀여운 상황에 종종 입꼬리가 올라가곤 한다.

그러나 어린 고객이 많아서 힘든 점도 있다.

정리를 해도 해도 끝이 없다는 것인데 이건 아마 아이들을 키우는 모든 부모의 고충 이리라.

완구 매장은 아무리 칼같이 진열하고 보기 좋게 물건을 정리해도

10분만 지나면 다시 엉망이 된다.

아이들이 장난감을 꺼내 들고 다니다가 매장 바닥에 그냥 두고 가거나

전혀 다른 선반에 두고 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꼬리표가 없어지고 물건이 훼손되는 경우도 많아 폐기 금액도 높다.)


나 역시 어린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장난감 앞에서 흥분하는 아이들과

좋아서 이것저것 꺼내보고 눌러보고 던져보는 아이들을 너무나도 이해한다.

온라인이 조금 쌀 순 있어도 이 손맛 때문에 오프라인에서 장난감을 사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가끔은, 제자리가 아닌 곳에 놓인 장난감들을 꺼내서

다시 원위치로 돌려보내는 일이 끝이 없어, 완구 매장을 관리하는 것이 힘든 일임을 느끼곤 했다.

한 번은 완구 매장을 관리하시는 여사님께 여쭈어보았다.


"아이들이 장난감을 계속 다른 선반에 쑤셔 넣는데,

계속 원위치로 돌려놓는 일도 만만치 않네요. 힘드시죠?"


그 여사님은 나보다 나이 많은 자녀를 두신 분으로, 오랫동안 완구 매장을 돌봐오셨고,

평소 짜증과 불만이 많으신 분이시기에 나는 짜증 섞인 대답이 돌아올 것이라 예상했다.


"애들이니까 이해해야지.

나중에 사러 왔는데 혹시나 누가 사가고 없을까 봐,

자기만 아는 공간에 몰래 숨겨 놓는 거지.

그러면 뭐해, 내가 다 찾아서 다시 갖다 놓는데."


의외의 답변에 정말 많이 놀랐다.

따뜻한 이해심을 의외의 인물에게서 보았을 때, 그 감동은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아이의 진심을 이해하는 어른.

그 순간만큼은 매일 투덜거리시는 그 여사님이 더 큰 어른으로 보였다.

그리고 나의 부족함을 새삼 느꼈다.

나는 그 장면을 어른의 눈, 관리자의 눈으로만 보았지

아이의 눈으로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구나.

아이들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생각해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구나.


이 대화를 계기로, 매장 관리에 있어서 고객의 눈으로 매장을 바라보는 노력을 하게 되었다.

고객을 이해하는 것.

단순히 매출 관점에서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내가 하는 노동에 대한 나의 인식과 나의 태도가 바뀌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너그러운 어른이 되고 싶다.




2. 완구 매장에서 만난 아이_ 아이의 생일과 어른의 생일


완구매장에서 많이 듣는 아이들의 말.

"나 생일 때 이거 꼭 사줘"

"생일선물로 이거 갖고 싶어!!"

경제권이 없는 아이들은 생일이 되어야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다.

생각해보면 어린 나에게도 생일은 원하는 선물(대개는 장난감)을 가질 수 있는 날이었다.

아이들의 생일은 바로,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는 날이다.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받을 선물을 기대한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생일 개념을 어른에게 적용해보자.

돈을 버는 어른들은 일 년에 생일이 여러 번이다.

맛있는 것을 먹고, 원하는 것을 살 수 있는 날이 나름 많다.

그래서일까.

날이 갈수록 생일이 별 의미가 없다고 느껴진다.

매년 한 번씩 돌아오는 날 중 하나?

어렸을 때 손꼽아 기다렸던 그 생일의 소중함과 설렘이 줄어들었다.

경제권을 얻고 설렘을 잃어버린 셈이다.


누군가 말했다. 나이가 들면 마음도 늙는다고.

다시 젊은 마음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어른의 생일을 재정의해야 한다.

그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는. 소비로 정의되는 것이 아닌.

어른이 된 나에게 생일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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