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냐 존재냐

경쟁 사회에서 소유가 아닌 존재를 느끼면 더 행복할까

by 어른이 된 피터팬

제주도는 모든 물자가 비싸다. 온라인으로 가구를 사려고 해도 배송 불가 지역인 경우가 많고, 작은 것을 사더라도 추가 배송비가 든다.

이곳의 인테리어를 좀 바꾸려고 한다. 크게는 못 바꾸지만 시계도 바꾸고 가구들의 위치도 바꾸고 소품들 위치도 바꾸고 있다. 오늘은 내가 주문한 DIY (Do It Yourself) 수납장이 배달됐다. 오랜만에 목수로 변신! 뭘 만들고 조립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DIY 가구도 좋아한다. 유럽에 있을 때도 IKEA가 가장 저렴해 DIY 가구를 이용했었는데 완성된 가구를 보면 엄청 뿌듯하다.
완성된 두 수납장을 적절한 곳에 배치하고 나니 이 집에 내 숨결을 불어넣은 듯한 기분이다.

완연한 봄 날씨. 그동안 그냥 지나쳤던 유채꽃이 유난히 싱그러워 내 발길을 잡는다. 소유적 양상의 사람은 예쁜 꽃을 보면 꺾어서 혼자 기쁨을 소유하려 하지만 금세 시들어버린다. 존재적 양상의 사람은 예쁜 꽃 그 자체를 보는 것에 만족하고 다른 이들도 함께 그 기쁨을 느끼길 원한다.


나는 유채꽃의 노란 유혹에 매료되어 꺾을 뻔하였으나 유채꽃의 존재 자체를 즐기기로 하고 유채꽃을 놓아주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렴.

로스쿨을 다니고 있는 친구로부터 카톡이 왔다. 경쟁이 아니라 공부하는 목적에 집중할 수 있도록 나의 기도를 부탁했다. 새벽까지 공부를 했을 윤진이,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면서도 불안을 느낄 윤진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나는 그 친구의 중심에 따뜻한 마음, 선한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안다. 친구가 공부를 하는 것도 명예나 돈이 아니라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함이라는 것도 안다. 그래서 윤진이를 진심으로 더 응원하고 격려한다. 나는 책에서 읽었던 한 구절을 찍어서 보내주었다. 본질에 집중하면 경쟁이 주는 스트레스보다는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즐거움, 이전보다 발전하는 자신을 발견하며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말로는 쉽겠지만 로스쿨이라는 경쟁 사회 속에서 마음을 통제하기란 어렵겠지.)

경쟁사회 속 경쟁사회. 로스쿨은 그 정점에 있는 순위 다툼의 정글이다. 자원의 희소성을 전제하는 자본주의에서 경쟁 자체를 부정하면 살아가기 힘들다. 그리고 경쟁이 나쁘다고만 단정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경쟁 속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자기 스스로를 깎아내리며 불필요한 불행을 만들기 일쑤인데 이러한 부정적인 효과가 경쟁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측면(개인적 발전) 보다 크다면 경쟁이 좋다고 말하긴 어렵다.


생각해보자. 경쟁을 통해서 성취감을 느끼는 혹은 보상을 받는 사람은 극히 소수다. 만약 1%가 경쟁의 보상을 받는다면 99%는 패배와 열등감을 갖는다. 열등감이 가져오는 개인적, 사회적 (자원) 낭비는 생각보다 엄청 크다. 만약 경쟁이 동기부여가 되어 개인적 발전을 야기한다면 각 개인의 발전의 총합은 사회적 발전(인력의 고급화 등)으로 이어진다(∑개인적 효용=/=사회적 효용). 그렇다면 경쟁에서 진 99%의 패배로 인한 아픔과 열등감으로 인한 개인적, 사회적 손실은 경쟁으로 인한 사회의 발전보다 클까 작을까?
사실 이러한 것을 계량화할 수 없기 때문에 의미 없는 가정일 수도.


어쩌면 출발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겠다. 경쟁 자체의 장단점을 논의할 것이 아니라 경쟁의 보상체계를 개선하는 논의로 방향을 바꾸는 것이 좀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왜 1%만 경쟁의 혜택을 누려야 하는가?
그 퍼센트를 늘려야 한다. 왜 우리는 1등 한 자리를 위해 스스로의 불행을 만들고 3등 안에 들지 못하면 괴로워해야 할까? 경제 불황과 취업난 속에서 우리는 순위에 더 집착하게 된다. 그만큼 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고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사람이 더 줄어들었다. 생존을 위해 순위에 집착하게 되었다. 만약 더 많은 사람들에게 취업의 기회가 열려있다면 우리는 경쟁의 순위보다 그 과정을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열심히 하기만 하면, 평균(소위 50%에 해당)에 해당하기만 하면 경쟁 안에서도 안정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 보장될 때, 우리는 경쟁의 단점보다 장점이 크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길어졌다. 결론은, 경쟁의 효용을 높이려면 경쟁의 보상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이 열등감을 느끼도록(실패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게) 만드는 사회의 구조를 개선하면 경쟁의 효용이 높아질 것이다. 물론 도달하기 어려운 이상적인 가정이란 것을 안다. 그래도 어김없이 가정해본다.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니 계속 가정해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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