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발톱을 다 뽑아야 새 발톱이 난다

솔개와 인간

by 어른이 된 피터팬

비 소식이 있다. 밖에 나가지 않겠다는 것이 오늘의 계획이다. 그게 전부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즐겁게 살아도 되는 건가. 지금 내게는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취업에 대한 큰 그림이 없다.


한 번 사는 인생이고, 지금 이렇게 미래가 확실하지 않은 시기가 내게는 처음이다. 대학교에 오기까지는 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목표였고 미래였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적었는데. 이제는 정말 내가 내 길을 설계하고 만들어가야 한다.

어떻게 사는 것이 맞는 것일까? 이렇게 즐겁게 살려고 하는 것이 미래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내 인생이니까 모든 행동에 대한 결과는 당연히 내가 책임져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남들의 의견을 들어도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생각하기에 최선인 선택을 이어가는 것인데 그 선택이 항상 자신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선택한 것이 잘한 선택인지는 항상 미래 시점에 판별된다. 그래서 많은 순간 도박 같은 선택을 한다. 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불안 속에 살지만, 어쩌면 망했다고 생각할 시점에서 잘하면 반전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는 적은 확률에 힘을 얻고, 못 먹어도 고!라는 도전을 하며 즐겁게 사는 것인지도.


우리 집은 일요일마다 동물농장을 보려고 TV 앞에 모인다. 가족 모두 동물을 사랑해서 동물을 키우고 싶지만 여건이 되지 않아 대리만족을 하고 있다. 오늘은 동물농장에서 흰 꼬리 수리가 야생에 돌아가기 전에 훈련을 받는 모습이 방영되었다. 스스로 물고기를 잡도록 훈련을 시키는 것. 맹금류 재활 훈련사가 일부러 물고기 사냥을 실패하는 상황을 계속 연출함으로써 가람이(흰 꼬리 수리)가 야생에서 부딪힐 상황에 익숙해지고 사냥 기술을 발전시키도록 하는 훈련이었다. 그런데 계속 실패만을 경험하고 성취를 못 느끼자 가람이가 훈련 자체에 흥미를 잃었다. 이를 보면서 사람을 교육할 때에도 적절한 성취감을 주는 것이 얼마나 큰 동기부여가 되고 촉매제가 되는지를 되새겨보았다. 예전에 과외할 때가 생각난다. 앞으로 내가 육아를 하게 되거나 사람을 경영하게 되면 이 점을 꼭 기억해야지.

흰 꼬리 수리를 보는데 엄마께서 솔개 영상과 관련된 링크를 보내주셨다. 이전에 봤었는데 인상 깊어서 저장해 두셨다고. 영상의 내용은 이러했다. 솔개는 오래 살면 80년을 사는데 그렇게 살기 위해서는 한 번, 엄청난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한 번 난 부리와 발톱을 가지고 80년을 살아갈 수는 없다. 40년 정도 살면, 부리와 발톱은 야생에서 살아가기에는 너무 오래되고 부적합하게 된다. 그래서 솔개는 바위산에 둥지를 틀고 낡은 부리를 바위에 부딪혀 다 없애버린다. 새로운 부리가 자라면 낡은 발톱을 스스로 다 뽑아버린다. 그렇게 고통스러운 발전을 거쳐야만 이후의 40년을 살아갈 수 있다.

이 영상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져 백세시대를 살게 되면서 우리는 하나의 기술 혹은 하나의 직업으로 평생을 살아가기 어렵게 되었다. 제2의 인생이 어쩌면 축복이지만 어쩌면 큰 고통이다. 변화하지 않으면 퇴보한다. 다른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않으면 남은 긴 인생을 살아가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40년을 산 솔개가 겪는 고통이 인간에게 새롭게 주어진 고통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또한 고통을 통해 더 단단해지는 것도 자연의 이치구나라고 느꼈다. 인간사회가 야생은 아니지만 크게는 대자연에 속해있다. 생존을 위해 하는 행동들. 생존을 위해 겪는 고통은 동물이나 인간이나 피해 갈 수 없는 숙명이 아닐까? 그래도 이 관문을 통과한 생명은 그 이후의 삶을 살 수 있는 동력을 얻을 수 있으니 다행이다. (https://youtu.be/pvnzdkyYC_A)



다시 흐려진 하늘.
오늘의 저녁은 메밀 골뱅이 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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