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째 반려동물을 맞이할준비 중입니다
강아지를 분양받으려고 알아보았다. 예전부터 기르고 싶었는데 여기는 마당도 있으니 키울 수 있겠다 싶었다. 주말 내내 동물 영상 찾아보고 소를 보면서 동물을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졌기에 약간의 충동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다. 아침부터 분양 사이트를 찾아보고 강아지 종류를 검색했다. 내가 기르고 싶은 강아지는 이탈리안 그레이 하운드 도그. 내 돈을 털어서라도 이 아이를 기르고 싶다.
제주도 분양 사이트를 찾아보다가 당나귀를 분양한다는 글을 보고 또 충동적으로 문자를 보냈다. 다행히 한 쌍씩 분양한다는 회신에 충동적인 마음이 누그러졌다. 그래, 생명을 데리고 오는 일인데, 가족으로 맞이하는 것인데 이렇게 충동적으로 결정하면 안 된다. 일단, 강아지 분양 샵에 가서 결정을 해야겠다! 그래서 오후에 집 근처 애견 카페이자 분양 샵에 가게 되었다.
분양 샵에 들어가니 강아지 떼가 격하게 환영해주었다. 이건 정말 개판이구나. 아이들이 흥분해서 짖고 뛰고 난리가 났다. 모든 개들이 카페에서 기르는 개가 아니라 몇 마리는 유치원의 형식으로 맡겨진 개들이었다. 개들도 사회성을 기르기 위해 이렇게 가끔 유치원에 온다고 한다. 쉬지도 않고 한 시간 동안 이 아이들과 놀았다. 정말 행복했다.
강아지들도 각자의 개성과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새로운 강아지가 들어오면 일단 서로 탐색한다. 그리고 서열정리를 한다. 대개는 몸집 크기에 따라 행동한다. 몸집이 작은 애들은 높은 곳에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거나 사람 무릎을 차지하고는 내려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제일 작은 강아지는 계단의 끝에 올라가서 내려오지도 않고 위협적이지도 않은 가벼운 짖음을 계속한다. 크기가 큰 애들은 말썽꾸러기 역할을 자처한다. 누가 더 크게 짖는지 누가 더 입이 큰지 경쟁하는 것 같다. 강아지들도 눈치가 대단하다. 뭘 가지고 놀다가도 큰 강아지가 다가오면 바로 놓아버린다든가 내가 쓰다듬고 있는데 더 서열이 높은 강아지가 내게 다가오면 눈치를 보면서 자리를 피한다. 사람의 눈치도 엄청 살핀다. 이 아이들을 보면서 사회성이 뭘까 생각했다. 결국 사회성이란 서열에 따른 행동을 하고 눈치를 보는 것인가.
한 시간 넘게 카페에서 논 결과, 지금 이 시점에서 강아지를 분양받는 것은 성급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 마리만을 키우기에는 개도 외로울 것이고 카페에는 항시 대소변을 치워주는 분이 계셨는데 우리 집에는 그 역할을 할 사람이 없다. 내가 좋다고 지금 강아지를 분양받는 것은 내 욕심 채우기에 지나지 않다.
잘 키워줄 자신이 100% 있는 게 아니라면 시작하지 말아야지. 결국, 분양받는 것은 좀 미루기로 했다. 나중에 넓은 마당에 시간도 넉넉할 때 이탈리안 그레이 하운드 도그 한 쌍을 가족으로 맞이해야지. 그날이 기다려진다.
개들과 신나게 놀고 집으로 돌아왔다.
앗! 앞 집 마당에 그 토끼가 나타났다!! 나는 좋아서 소리를 지를 뻔했다. 맨날 앞집 마당을 서성이며 토끼가 있는지 확인한다. 허탕의 연속이었는데 드디어 오늘 가까이서 토끼를 보았다. 네가 바로 우리 집 마당에 똥을 싸고 간 녀석이구나!! 가까이서 보니 더 예쁘게 생겼다. 강아지랑 놀고 토끼도 만나고 오늘 횡재했다. 히히.
그리고 오늘 드디어 식기세척기를 팔았다! 이 집에 왔을 때, 우리에겐 필요 없는 가구들이 built-in으로 설치되어 있었다. 화장대도 그렇고 TV장도 그렇고 식기세척기도 마찬가지다. 내가 여기에 와서 맡은 임무는 이것들을 파는 것! 다른 것들은 다 팔았는데 식기세척기의 수요는 적어서 오늘에야 팔았다. 새것이고 원가는 50만 원선이었는데 어차피 쓰지 않을 거라서 20만 원에 처분했다. 엄마는 아까워하지 말라는데 나는 괜히 손해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 내게 엄마는 중고시장에 판매할 때는 내 입장에서 본전 생각을 하기보다는 시장의 수요와 시세를 고려해야 한다고 하셨다. 어쨌든 마지막 남은 미션을 마무리한 것 같아 후련하다.
당분간 나 홀로 제주집에 있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 처음으로 혼자 자게 되었다. 홀로 맞이하는 제주의 밤. 오늘은 밤바람이 정말 무섭다. 태풍이 온 것일까. 창문을 사정없이 후려친다. 엄청난 속도와 무게로 우리 집에 돌진하는 듯한 바람 소리. 바람 소리에 무서움을 느낄 수 있구나. 집이 날아가거나 창문이 깨질 것 같다. 잠이 오지 않는다. 혹시나 창문이 깨질까 1,2,3층 창문들이 흔들리지 않게 꽉 잠갔다. 엄마가 말했던 무서운 바람이 이것이었구나. 거의 눈 뜬 채로, 생각의 꼬리를 물다가, 겨우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