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이란 앎에서 나온다

관심을 주고 들여다보아야 알 수 있는

by 어른이 된 피터팬

이번 주는 계속 꾸리꾸리 하다.
흐린 날씨는 흐린 날씨대로 즐겨야지.
이봐 날씨, 너에게 내 즐거운 감정을 맡기지 않을 거야!
네가 구름양을 데리고 와도 네가 비군을 데리고 와도 난 즐거울 수 있어.
가끔은 날씨 너에게 내 마음을 맡기는 게 편하기도 하지만
오늘은 아니야. 오늘은 우울하게 방 안에만 있고 싶지 않아.


이런 날씨에는 라면에 파김치가 어울린다.
라면으로 속을 따뜻하게 데우고 밖으로 나왔다.
흐린 하늘 아래로 싱긋한 봄이 채색되어 있다.
노란색으로 알리는 봄의 신호.
길가에 비규칙적으로 제멋대로 자리 잡은 유채꽃과 수선화.
제멋대로 피어서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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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홀씨 하나가 유채꽃 사이에 삐죽 나와있다. 어렸을 적 후-불던 생각이 나서 나도 모르게 꺾어버렸다.
민들레 홀씨의 임무, 씨앗들을 널리 퍼뜨려라. 내가 도와줄게. 대신 우리 집 마당으로 가자. 이렇게 오랫동안 민들레 홀씨를 관찰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멀리 잘 날아가도록 털이 달린 씨앗들과 그것들이 중심의 핵에 박혀 만들어낸 솜사탕 같은 구형. 너무 아름답다.

씨앗들아, 우리 집 마당에 뿌리내리고 노란 봄을 데려와주렴. 오늘 퍼뜨린 이 씨앗들을 민들레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씨앗들이 어디에 떨어졌는지 마당을 살펴보는데 마당 이곳저곳에 작은 돌멩이들이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이것은 무엇인가...... 아니? 이건 토끼 똥?!! 그래, 이건 토끼 똥이 확실해!! 앞 집의 토끼들이 우리 마당에 놀러 왔었다는데 그 흔적인가 보다. 왜 요즘은 통 안 오는 건지. 토끼들이 마당에 왔으면 하는 마음에 매일 아침 마당을 확인한다.
날이 더 풀리면 한 번 더 놀라워주기를 바란다.
토끼는 똥마저 귀엽구나.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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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소와도 교감한 날이다. 한 마리의 소가 5분가량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나랑 아이컨택을 이어갔다.
너를 신기하게 쳐다보는 내가 신기한 거니. 나를 보는 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너무 알고 싶다. 소는 그저 꿈뻑꿈뻑 쳐다보고 나만 계속 말을 건다.
소의 그 눈망울은 마치 나에게 말을 거는 듯한 착각을 주는 무언의 속삭임이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 혼자 속으로 생각해본다. 크고 맑은 눈을 꿈뻑이면 긴 속눈썹이 부채춤을 춘다. 소야 너는 참 예쁜 생명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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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와 뉴스를 틀었다. 세월호 인양이 시작되었다는 뉴스가 들린다. 의지의 문제였음이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다. 유가족과 미수습 가족들이 인양되는 세월호를 보며 느낄 허탈함과 고통, 아픔... 감히 생각할 수도 없다. 내가 그 사람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그 사람의 고통과 슬픔을 알지 못한다. 다만 같은 사람으로서, 같은 국민으로서 공유하고 있는, 많은 이들이 느끼고 있는 그 마음으로 그들의 아픔을 함께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이에 대한 일말의 공감조차 하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지..

박 前대통령은 임기 중, 자신의 아름다움에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자신이 어떤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 자신이 해야 할 의무는 무엇인지, 대통령이란 자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 자리인지에 대한 것은 "모른다"라고 일관하고 있지만 미용 주사나 올림머리가 보여주듯이 美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박 씨는 전혀 아름답지 않은 사람이다. 적어도 내게는.

아름다움이란 자고로 앎에서 기인한다. 대상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대상에 대해 알아야지만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그녀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일관하는 모르쇠 태도 역시 앎을 부인하는 "모름다운" 처사다. 나 외의 다른 대상에 대해 관심을 가져본 적은 있을까? 알아보고자 노력은 해 보았을까? 어쩌면 아름다움의 부재를 감추기 위해 과도하게 인공의 美를 추구한 것은 아닌지.

무릇 사람이란 공감이라는 기제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나는 믿는다. 측은지심은 모든 사람에게 있는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그리고 위정자는 공감, 측은지심이 남보다 뛰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자기 외의 세계에 대해 끊임없는 관심을 가지고 알고자 노력해야 계발된다. 다시는 오늘과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측은지심과 공감능력을 함양한 리더가 나오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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