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안녕

내 고향 제주일기 the end

by 어른이 된 피터팬

3층에서 책을 읽고 있으면 참새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보인다. 고양이처럼 참새의 움직임에 시선을 쫓는다. 저 참새들은 삶의 목적이 무엇일까? 이런저런 쓸데없는 생각을 해본다.


이제 곧 서울로 간다. 그동안의 일들을 되돌아보며 편지를 쓰기도 하고 음악 틀어놓고 생각을 우주로 보내버리기도. 작별 인사를 한다고 누리가 찾아왔다. 여전히 예쁜 누리. 앞으로도 장난 많이 치고 세상의 온갖 것을 궁금해하며 건강하게 자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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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책을 반납하러 탐라도서관에 갔다. 그동안 탐라도서관 구내식당을 꽤 많이 이용했는데 오늘이 마지막 식사다. 탐라도서관의 시그니처 돈가스로 작별 인사를 한다. 그동안 고마웠어.


3층 집에서 저녁노을을 보는 낙. 이것도 당분간 이별이다. 눈에도 넣고 사진으로도 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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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상은 소중하다.
서울에서의 일상도. 일터에서의 일상도.
각 장소에서 생각할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게 다르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이 소중하고 배움의 터다. 여기서도 나는 많은 것을 배우고 간다.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고,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고,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주저 않고 버스에 몸을 실어 떠났다. 제주의 하늘, 제주의 공기, 제주의 소리, 제주의 노을... 모든 것을 만끽했다.

제주에서 태어났지만 한 번도 이렇게 길게 살아본 적이 없다. 고향이 그렇듯 항상 멀게만 느껴졌는데(큰 마음을 먹고 내려가야 하는) 지금은 정서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가깝게 느껴진다. 그렇게 느끼게 해 준 제주에서의 모든 만남들에 감사하다.

내가 제주에 온 것은 단순히 힐링 때문이 아니었다. 서울에서의 삶도 좋은 사람들과 행복했고 여유로웠기에 지치지 않았다. 여기에 온 것은 부족했던 것을 채우러 왔다기보다는 꽉 찬 것들을 좀 덜어내고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워지기 위함이었다. 시간이 아까워 서울에서는 하지 않았을 비효율적인 행동들을 함으로써 느끼는 행복도 이곳에서 새삼 소중하게 느꼈다.

이제는 정말 어른으로서 내 삶을 이끌어나갈 관문 앞에 있다. 아직은 완전한 자립이 아니기에 편하게만 살아왔던 것 같다. 그리고 때가 왔음을 느낀다. 나약해지지 말고 단단한 어른이 되어야지.

서울에서 다시 열심히 살아갈 날들이 벌써 나를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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