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고픈 예비 생계인

생계인이 되어도 가볍게 살 수 있을까

by 어른이 된 피터팬

아침으로 또 피자를 먹었다. 요 며칠 계속 피자가 땡긴다. 유럽에서는 식재료가 싸서 토핑 많이 넣고 일주일 내내 먹었던 적도 있는데. 우리나라는 식재료가 좀 비싼 것 같다. 피자로 아침을 열어 몸은 좀 무거웠지만 행복하게 시작했다. 청소도 하고 요가도 하고, 일요일 아침의 여유를 만끽했다.



여유를 즐기다가 문득 생각난 졸업.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졸업을 위한 조건들을 다시 확인했다. 행정학과 졸업시험과 경제학과 졸업논문을 통과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낭만주의자로 살다가 다시 현실의 내 위치를 자각한다. 아직은 학생 신분이지만 곧 졸업을 해야 하는 예비 생계인. 사실 졸업하는 게 마냥 좋지만은 않다. 21세기 대학생으로서 짊어지고 있는 부담과 걱정도 크지만 상대적으로 자유를 더 즐기고 책임이 가벼운 학생 신분을 벗어나기는 싫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나이에 맞는 책임도 져야 하고 일도 하고 경제적으로 독립도 해야겠지. 더 단단해져야겠지.

대학교 신입생 때 선배들을 보며 생각했었다. 이 시점이 되면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져 있고, 커리어에 대한 계획이 다 있을 거라고. 근데 지금 그 시점에 서 있는 내 미래는 미지수다. 정해진 게 하나도 없다. 딱히 준비된 자격증도 없다. 빨리 취업을 한 친구들과 달리 방황도 많이 하고 지금처럼 많이 쉬고 있다. 그런데 왜인지 모를 자신감이 있다. 열심히, 성실히 (이 보다 더 중요한 건 방향을 잘 잡는 것이지만) 구직활동을 하면 나의 기막힌 운빨이 힘을 내서 꽤 괜찮은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 그동안 쉬면서 나에 대해 생각하고 나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 많아서일까. 나는 그래도 나에 대해 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취업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기에 힘든 구직활동도 나와 잘 해낼 것 같다. 그래서 큰 걱정은 없다.


하기 싫어도 졸업은 해야 하기에 졸업 시험을 보기 위한 서울행 비행기표를 구매했다. 원래 제주살이 계획에 차질이 있지만 이에 맞춰서 또 다른 쉼과 준비를 해야지. 이제부터는 졸업논문 주제를 잡고 시작해야겠다. 지금으로선 인구 고령화 주제가 재미있을 것 같다. 내일부터 열심히 탐라 도서관을 다닐 예정이다. 논문만 참고하기보다 다양한 책을 읽어 보고 싶다. 어차피 시간도 있으니 이왕 쓰는 졸업 논문에 시간을 투자하려 한다. 다시 학생 모드로 전환.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재미가 큰 것을 보면 나는 학생 체질인가 보다. 이 시간이, 이 시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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