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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바댁 린다 Feb 27. 2021

그 핫하다는 클럽하우스에.. 나 인싸야?

기승전 쿠바 이야기


우우우우웅....

낮 12시가 좀 지나자 핸드폰이 울려대기 시작했다. 다른 일에 집중하고 있던 터라 아무 생각 없이 ‘뭐지?’ 하며 큰 맘을 먹고 새로 장만한 묵직한 핸드폰을 돌려보니 Mi amor(내 사랑)가 화면에 나타났다. 남편이었다. 그 화면을 본 순간 내 얼굴은 웃음으로 돌변했고 스크린을 터치하여 디지털 세상에서 남편을 만났다.


자기~~~~~!!

자기, 안녀어엉! 


우리는 화면을 보자마자 서로 깔깔 대며 웃기 시작했고 곧이어 대화를 이어갔다.


자기 오늘은 뭐했어? 하면서 내가 하루 일과를 남편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남편의 얼굴에서 웃음이 가시면서 한 숨을 푹 쉬더니 이렇게 말을 하였다.


자기, 내가 오늘 아침 9시쯤에 달러 상점에 갔는데 오후 5시 반인가에 상점에서 나왔어. 잠깐만 자기!


휘릭!

갑자기 화면이 사라졌다.

남편이 달러 상점에서 구입한 물건의 영수증을 사진 찍어 보내면서 계산한 시간도 확인시켜 주려고 잠시 화면을 끈 것이었다. 남편과 대화를 나누는 대화방에 사진 2장이 올라왔다. 하나는 물건을 구입한 전체 영수증이었고 다른 하나는 계산한 시간이 나타난 부분이었다. 17:25분이라고 찍혀 있었다.


다시 남편이 영상통화를 시도했다. 화면에서 만난 남편에게 너무 수고 많았다고 그리고 많이 힘들었겠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걱정하는 나를 위해 남편은 한국말로 괜찮아, 괜찮아 자기! 를 연발하며 새하얀 치아를 드러내고는 활짝 웃었다. 남편이 활짝 웃을 때마다 도드라지게 보이는 토끼이빨 사이의 벌어진 틈이 너무 귀여워 나도 하하하 웃기 시작했고 결국 우리 둘은 함께 웃음꽃을 터뜨리며 하트를 남발했다. 그리고 늘 전화를 끊기 전에 하는  자요  사랑, 사랑해요 뽀뽀! 를 마지막으로 화상통화의 빨간 버튼을 눌렀다. 내가 먼저 누르지 않으면 전화를 끊지 않는 남편 덕분에 빨간 버튼을 누르는 건 항상 나의 몫이었다.


세상이 참 좋아졌어. 이제는 침대에 누워서도 화상통화를 할 수 있으니 말이야.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꿈도 못 꾸던 일이었는데...


우리가 연애하던 시절에는 인터넷 카드를 가지고 인터넷 공원에 가야만 화상통화를 할 수가 있었고 집에서는 인터넷 연결이 불가했다. 그러다 보니 남편이 침대에 누워서 잠들기 전에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와 화상통화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또 다른 감사함으로 다가왔다. 한국에서는 정말 별 것도 아닌 것들이 쿠바에서는 별 것을 벗어나 대단한 것이 되어 버리니 쿠바에서는 그렇게 모든 게 다 감사했다.


내가 쿠바를 떠날 때만 해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하루 확진자가 30~40명 정도였고 많으면 50명이었는데 올 1월부터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 몇 주전에는 천명을 넘겼다고 했다. 요즈음에도 적으면 600명대에서 800,900명대를 오르락내리락하며 언제 줄어들지 알 수 없는 나날들의 연속이다. 그러다 보니 먹을 거 구하기가 예전보다 더 힘들어져서 줄은 몇 배로 더 길게 서야 하고 올 1월 1일부터 시행된 화폐통합에 따른 물가 인상으로 가격까지 점프를 해 버렸다. 쿠바의 상황이 좀 나아져야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 텐데...


이것은 우리 부부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전 세계 수많은 커플들이 현재 겪고 있는 상황이라 충분히 공감이 가고 위로가 되는 듯하다. 무엇보다 집에서도 화상통화를 자유로이 할 수 있는 편리한 시대에 우리도 동참을 할 수 있게 되어 보고 싶을 때면 핸드폰에서 버튼을 눌러 남편을 볼 수 있으니 비록 몸은 떨어져 있어도 아직은 충분히(?) 견딜만하다.







디지털 세상에 다시 돌아와 보니 할 일이 너무 많았다. 그동안 쿠바에서 보기 힘들었던(데이터 요금이 너무 비싸서) 유튜브도 맘껏 보고 주식공부도 다시 하며 앞으로 뭘 하며 어떻게 살까를 열심히 고민하고 있던 때에 나의 브런치 스승인 에린(Erin and you)에게서 연락이 왔다.


언니, 클럽하우스 알아?

아... 그거? 들어는 봤는데 잘 몰라.

언니 이거 새로 나온 음성 기반 SNS인데 아이폰만 가능해. 내가 초대장 보내줄 테니 한번 들어봐.

어 그래 고마워 에린아!


아날로그 세상에서 느릿느릿하고 단순한 삶을 살다가 온 나에게 에린이는 새로운 디지털 세상으로 손을 내밀어 주었다. 그렇게 나는 초대를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다는 그 핫한 클럽하우스에 발을 들였고 이방인처럼 어설프게 둘러보기 시작했다. 마치 라디오를 켜 놓은 것처럼 나의 오래된 아이폰6S에서 끊임없이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었고 그것을 듣는 나는 정신이 왔다 갔다 하는 듯했다.


 시끄러워... 이런   하는 거지?


처음에 드는 생각이었다. 닭다리 한 봉지를 사려고 하루 종일 줄을 서는데 시간을 보내던 내가 클럽 하우스를 듣는 게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왜 클럽하우스에 들어오려고 초대장을 구하고(심지어 2~3만 원에 거래가 되기도 한다) 중독이 되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만 들으려고 하다가 에린이가 귀한 초대장을 나에게 선물했고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그리고 아날로그 세상에서 조용히 살다가 왔으니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는 게 쉽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에 며칠만 꾸준히 탐구를 해 보기로 마음을 고쳐 먹었다.


그렇게 나는 구정 연휴 동안 틈 나는 대로 클럽 하우스를 틀어놓았고 사람들이 별로 많지 않은 방에서는 용기를 내어 손을 들어 나의 의견도 말을 해 보았다. 처음에는 얼굴이 보이지도 않는 그곳에서 손을 드는 것도 덜덜 떨리더니 몇 번 얘기를 한 후부터는 조금씩 용기가 생겨나 에린이와 쿠바 방을 만들어 사람들과 쿠바 이야기도 나눌 수가 있게 되었다.


그러다가 간혹 심심할 때면 혼자서 방을 만들어 클하('클럽하우스'의 줄임말)에서 알게 된 친구들과 개인적인 이야기도 하면서 서로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있게 알게 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늘 그래 왔지만 나는 다수와의 자리에서보다 소수 혹은 1대 1로 이야기를 하는 게 훨씬 편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 것보다 내 앞에 있는 한 명과 깊이 있는 관계를 더 좋아한다는 걸 클하를 통해서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참, 디지털 세상을 제대로 만끽하려고 한국에 와서 휴대폰 최신형을 구입했는데 그게 삼성 갤럭시폰이어서 클럽하우스는 집에서만 오래된 아이폰6S를 통해서 들을 수가 있어서 밖에 나와서까지 클하를 듣는 그런 일은 없어서 괜찮았다. 알고 보니 아이폰6S 이상 기종에서만 클럽하우스 가입이 가능해서 참 나는 복도 많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클럽하우스에서 쿠바댁 린다로 사람들에게 소개를 하며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쿠바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놓았다. 한국사람이라고 한국에 대한 모든 것을 알지 못하듯 쿠바에 살지만 내가 아는 것 이외에는 나도 한계가 있다 보니 모든 질문에 시원하게 대답을 해 줄 수는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부족한 게 무엇인지를 알게 되어 살짝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나를 돌아보게 하는 아주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


게다가 나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시는 브런치 구독자님 한 분과 두 시간여 동안 클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분은 브런치에서 지인의 글을 읽다가 우연히 내 글을 읽게 되었는데 너무 재미가 있어서 브런치에 가입을 하셨다고 했다. 클럽하우스도 나 때문에 가입하셨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글을 써 달라는 당부의 말씀과 함께 단편 소설을 써도 재미있을 거라는 엄청난 덕담을 해 주셔서 그 날 나는 또 한 번 마음껏 행복한 시간을 만끽했더랬다. 유명하지도 않은 무명의 브런치 작가지만 세상 유명 작가 부럽지 않은 그런 시간이었다.


솔직히 나는 내 글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의 글을 읽으시는 단 한분이라도 글을 읽고 나서 기분이 좋아졌다고 말씀을 해 주시면 날아갈 듯하고 브런치 작가로서 엄청난 보람과 자부심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곧이어 나를 브런치 작가로 이끌어준 에린이와 지평선님께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들면서 평생 이분들께 은혜를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짐을 해본다.(습관적으로..)


요즈음에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하고 나도 책을 한번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클럽하우스에 예전처럼 자주 귀를 기울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보고 싶을 때면 클럽하우스에 들어가 방을 만들어본다. 그리고 나와 쿠바 이야기를 하고 그들의 쿠바 이야기를 들어본다. 벌써 한국 온 지도 2개월이 훌쩍 넘어 쿠바가 다시금 그리워지기 시작하는데 그 그리운 마음을 쿠바에 관심이 있고 쿠바를 아끼는 분들과 함께 나누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말레꼰 너머로 붉게 물든 석양을 바라보며 세상에서 가장 맛난 모히또를 마시고 있는 그런 기분이 든다.


살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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