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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바댁 린다 Jun 29. 2021

브런치 작가 데뷔 2년째 되는 날에 계약서를 쓰다

1,838분의 구독자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낯선 이국땅인 쿠바에서 새로운 삶이 시작되고 몇 개월이 지난 어느 날 이민국에 비자 연장을 하러 갔다가 한 한국 여성을 알게 되었어요. 그때 저는 영주권 신청을 하기 전이었고 그 여성분은 관광비자로 쿠바에서 살고 있는, 저보다 나이가 훨씬 어린 친구였어요. 당시에는 알고 지내던 한국인이 전혀 없었던지라 한국인이라고 소개를 한 그녀가 너무나도 반가웠어요. 그래서 우리는 금세 친구가 되었죠.


사는 곳도 멀지 않아서 그녀는 종종 우리 집에 놀러를 왔어요. 그리고 우리는 제가 만든 음식을 먹고 술도 한잔 하면서 한국말로 즐겁게 수다를 떨었어요. 한국말로 쫑알쫑알 대화를 나누는 게 너무나도 그리웠거든요. 그녀와 그렇게 수다를 떨고 나면 어느 듯 외로움은 저 멀리 달아나 버리고 저는 다시 생기가 도는 것 같았어요. 그녀는 말이 많은 타입은 아니었지만 아주 솔직하고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게 잘 표현하는 친구였어요.


처음에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저는 그녀가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가까워지다 보니 그녀에 대해서 조금씩 알게 되었어요. 알고 보니 그녀는 20대 초반에 책을 출간한 작가였어요. 당시 저는 브런치 작가로 데뷔를 하기 전이었고 혼자서 노트북에 글을 긁적이던 때라 글을 쓰는 모든 분들이 대단해 보였어요. 특히 어린 나이에 출간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는 그녀가 존경스러워 보이기까지 했어요.


그래서 그녀가 집에 놀러 오면 노트북을 열어서 부끄러웠지만 제가 쓴 글을 보여주면서 그녀의 의견을 물어보았어요. 그녀는 제 눈치를 보면서 빙 둘러서 말을 하지 않고 듣기 좋은 말만 하지도 않고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해 주었어요. 그리고 전 솔직하게 말해주는 그녀가 참 좋았어요.


"H야, 이거 최근에 언니가 쓴 글인데 한번 읽어봐 줄래? 너무 보고서 같지? 회사에서 보고서를 많이 써서인지 쓰는 글마다 너무 보고서 같아. 이럴 줄 알았으면 문학책을 좀 많이 읽는 건데..."


"언니, 좀 그렇긴 해요. 아주 사실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재미도 있어요."


"아, 그래? 나도 글 좀 잘 쓰고 싶다. 너 정말 대단해. 그 어린 나이에 책을 냈다니..."








글을 쓴다는 게 너무나도 힘들었어요. 정확히 말하면, 다른 사람들이 읽는 글을 쓴다는 게 힘든 거였어요. 저 혼자만 보는 일기는 아무렇게나 써도 되지만 대중에 공개가 되는 글은 그렇게 막 쓰면 안 되잖아요. 더구나 당시에는 인터넷 사용이 힘들 때라 노트북에서 글을 쓰고는 인터넷 공원에 가서 글을 핸드폰 브런치 어플로 옮겨서 그걸 다시 읽으면서 수정을 하는 과정이었던지라 한 편의 글을 쓰고 올리는 데 꼬박 이틀이 걸렸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계속 썼던 이유는, 쿠바에서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딱히 할 일도 없었고 언젠가는 글을 잘 써서 내 이름으로 된 책이라는 걸 한번 내 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그 소망은 어릴 적부터 제 맘 속에 품어 온 것이었지만 한국에 있을 때에는 감히 글을 쓸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바쁘다는 핑계였죠.


하지만 쿠바에서는 저에게 주어진 게 시간이었고 글을 쓰지 않으면 딱히 할 일이 없었어요. 한국처럼 인터넷이 잘 되는 것도, 가져간 책이 많은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친구가 많지도 않았거든요. 그런 환경이 글을 쓰게 만들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브런치 작가가 된 건 순수한 제 힘이 아니었어요. 주위의 도움으로 이루어진 일이었어요. 당시 브런치 작가였던 친한 동생 에린이와 간간히 카톡을 주고받았는데요. 하지만 쿠바의 인터넷 상황으로 인해서 자유로이 카톡을 주고받을 수가 없어서 카톡에 미리 장문의 글을 써 놓고는 인터넷이 되는 곳에 가면 보내기를 눌러서 보내었더니 한 번에 긴 글이 가게 되었어요. 마치 편지처럼요. 그래서 에린이가 제안을 했어요.


"언니, 이렇게 카톡을 주고받으니까 마치 편지를 주고받는 것 같아. 언니도 브런치에 글을 쓰면 참 좋은데... 그런데 언니가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는 게 힘들면 이렇게 편지를 주고받는 걸 내 브런치에 매거진으로 만들어서 올리면 어떨까? '쿠바에서 온 편지'로 해서."


"우와~좋은데? 나는 네가 하는 거 무조건 찬성이야!"


얼마 전에 <한 달 만에 블로그 일 방문자 수 1,000명 만들기>라는 제목의 두 번째 책을 출간한 에린이에게는 모든 게 글감이었던 거예요. 그렇게 해서 제가 카톡으로 장문의 편지를 써서 보내면 에린이가 그녀의 브런치에 제 편지와 그녀의 회신을 함께 작성해서 올리기 시작했어요. 덕분에 저도 브런치에 가입을 해서 가끔씩 그 글을 읽어 보았어요.


에린이의 두 번째 책이예요.


신기했어요. 내 글이 어딘가에 올라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읽힌다는 게. 그러던 어느 날 한 편지 아래에 이런 댓글이 있는 걸 발견했어요.


'글이 참.. 뭐랄까. 한 편의 작품을 읽는 느낌이었네요. 그런데 또 그 느낌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분위기라든가, 배경이 막 떠오르고.. 당장이라도 전화해서 집은 구했냐고, 물어보고 싶을 만큼요. 작가님 답장도 매력적이지만 언니분 글도 상당히 좋은데요. 언니분도 브런치 하시면 구독하고 싶네요. 힐링이 되는 글이 있다면 이런 글이 아닐까 싶네요... 생략'


언니분도 브런치 하시면 구독하고 싶네요.


결국 이 하나의 문장이 저를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게 만들었어요. 그리고 이 댓글의 주인공이신 지평선님은 지금까지 제가 쓴 모든 글에 정성스러운 댓글을 적으시며 제가 좋은 작가가 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지를 해 주셨어요. 지금도 그러하고요.



그렇게 저는 에린이와 지평선님의 도움으로 용기를 내어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게 되었고 2019년 6월 24일에 브런치로부터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2021년 6월 24일에 출판사와 계약서를 작성하였습니다. 


이 출판사 또한 에린이의 소개로 알게 되었고 제안서와 글을 출판사에 보내었더니 대표님께서 바로 답장을 주셔서 만나 뵙게 되었어요. 대표님은 인상도 차분하시고 좋으셨는데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저랑 얘기도 너무 잘 통하시더라고요. 참 인간적인 분이셨어요. 그래서 처음 뵌 대표님과 웃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그리고 계약서를 주고받다가 드디어 계약을 하게 된 것이었어요.


그런데 뭐가 이상해서 브런치에서 처음 받았던 이메일을 찾아보니 글쎄, 날짜가 똑같은 거예요. 너무 신기했어요. 정확하게 2년 만에 출판사와 계약을 하다니! 이것은 운명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브런치 첫 이메일 - 2019. 6. 24


출판사 계약서 - 2021. 6. 24



이미 원고를 다 썼지만 대표님과 말씀을 나눈 후 다시 퇴고를 하면서 정리를 좀 하고 또 새로운 챕터를 추가하기로 해서 당분간 글쓰기에 집중을 할 예정이에요. 하지만 지금부터 쓰는 글은 지금까지 쓰던 글과 느낌이 사뭇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살짝 묘했어요.


쿠바에서 살면서 브런치와 인연을 맺어서 처음으로 출판의 기회까지 얻게 되자 너무 많은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저를 브런치로 이끌어준 에린이와 지평선님은 두말할 것도 없고, 저의 1,838분의 브런치 구독자님들(이 글을 쓰는 동안 한분이 늘었어요)께 너무 감사해요. 저에게 댓글로 끊임없는 응원을 해 주시는 분들은 물론이고 쑥스러우셔서 댓글은 남기지 않지만 늘 제 글을 읽어주시고 좋아요를 눌러주시는 분들 그리고 제 글을 한 번이라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리고 싶어요.


저의 책을 구입해주시는 독자분들의 돈이 아깝지 않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서 이제부터 시작이지만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게 모두 여러분들 덕분이기에 꼭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책 준비를 하고 싶었어요.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제 생애 첫 책이니만큼 영혼까지 갈아 넣어서 잘 만들어 보겠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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