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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바댁 린다 Apr 11. 2020

코로나 쿠바 그리고 쿠바는 지금!

생각보다 대응을 잘해서 깜놀

그때 그때 기록을 한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지 알면서도 최근 들어 나는 계속 머리로만 기록을 하였다. 내 머릿속에는 지우개가 들어서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지금의 생생했던 그 기억이 모두 사라져 버릴 텐데 말이다.


사실 핑계라면 인터넷이 될 수가 있겠다.


노트북에 글을 쓰고 나면 핸드폰에 있는 브런치 애플리케이션으로 글을 옮겨야 하는데 그러려면 노트북을 인터넷에 연결을 해야 한다. 다행히 지금 거주 중인 이 집은 창문 앞에서 인터넷 신호가 잡혀서(말레꼰 앞 인터넷 공원 앞이라 가능) 밖에 나가지 않고도 wifi 연결이 가능하다.


먼저 노트북을 창문 쇠창살에 딱 붙여 wifi 신호를 찾은 후 인터넷 카드에 적힌 사용번호와 비밀번호를 노트북 wifi etecsa 페이지에 입력한다. wifi가 연결되면 노트북에 쓴 글을 내 카톡으로 보내고 내 카톡에서 브런치 애플리케이션에 복사하고 붙여 넣기를 한 후 글을 수정하고 사진을 다운로드한다. 모든 게 마무리가 되면 저장을 하고 발행을 한다.


인터넷 신호가 잘 안 잡힐 때면 이렇게 까지 하는 데에도 시간이 꽤나 필요하다. 그래도 집에서 wifi 신호가 잡히는 게 어딘가? 특히 집에만 있어야 하는 요즈음에는 이 집에 사는 게 그저 황송할 뿐이다. 대신 우리 집은 전화 신호가 잘 안 잡힌다. 그래서 전화도 창문 앞에 꼭 붙어서 수화기에 손을 막고 큰 소리로 말해야 들리고 중간에 잘 끊어져서 결국 문자를 보내며 통화를 하는 편이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게 삶의 이치겠지. 훗


쿠바는 작년부터 인터넷 상황이 급격히 좋아져서 핸드폰에서 LTE 사용도 가능하다.(내 핸드폰은 업데이트가 안 되어서 아직까지 3G이지만) 그런데 데이터 요금은 아주 비싸다. 1기가 데이터가 13,000원이고 4기가면 거의 40,000원이다. 그래서 핸드폰 데이터를 이용할 때에는 동영상은 거의 보면 안 된다. 멋 모르고 봤다가 4기가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니… 유튜브를 안 보지만 꼭 봐야 할 때에는 반드시 인터넷 카드를 사용해서 보는 게 좋다. 인터넷 카드는 데이터와 상관없이 시간만 측정이 되니까. 비록 가격은 비싸지만 인터넷 공원이나 호텔이 아닌 집에서 내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볼 수 있다는 게 어딘가? 내가 처음 쿠바에 왔을 때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이렇게 글을 올리는 과정이 좀 귀찮다 보니 글을 쓰는 것도 자꾸만 미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아침에 일어났는데 무조건 브런치에 글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노트북을 일단 켰다. 그리고 오늘 나는 현재 쿠바의 코로나 상황과 이 위기를 쿠바는 그리고 나 스스로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써 보려고 한다.




관광 수입이 국가경제에 아주 중요한 작용을 하는 나라이다 보니 역시 관광객들로부터 코로나 바이러스가 입국을 하였다. 3월 9일에 아바나 공항으로 들어와서 트리니다드로 여행을 간 세 명의 이탈리아 관광객들이 3월 11일에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을 받으면서 쿠바도 전 세계 코로나 행렬에 꼽사리를 끼게 되었다. (결국 그 세 명 중 한 명 사망)


초반에는 외국인을 주축으로 그리고 외국인들과 접촉한 사람들을 위주로 확진자가 발생하더니 그다음에는 지역으로 감염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조금 늦은 감이 있는 2020년 3월 24일 드디어 국경을 폐쇄하고 지역 간 교통 이동을 모두 금하였다. 그리고 4월 3일에 특별기를 제외한 모든 하늘길을 닫았다.


국경을 폐쇄한 그 날부터 관광비자를 가진 외국인은 외출 금지가 되었고 정부에서 공지를 했다.


길거리에서 외국인을 보면 신고하시오!


공식적으로 관광비자를 가진 외국인은 3월 24일 전에 출국을 하든지 아니면 국가가 지정한 호텔로 이동을 하여야 한다. 만약 관광비자를 가진 외국인이 까사(에어비앤비)에 계속 머물 경우, 그 관광객에 대한 모든 책임은 까사 주인이 져야 한다. 그래서 보통 신뢰관계가 형성이 되지 않은 단기 투숙 관광객의 경우 까사 주인이 호텔로 옮길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대부분 장기 투숙 관광객들의 경우 집주인들이 외출을 안 하는 조건으로 숙소에 머물게 해 준다.


그런데 어제 얘기를 들어보니 한국인 장기 투숙객 한 분이 엊그제 이민국 전화를 받고 호텔로 이동을 하셨다고 했다. 아마 이 분은 장 보러 외출을 하셨다가 신고를 당하셔서 가신 게 아닐까 하고 추측을 해 보지만 정확한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혼자 계시는 장기 투숙객들은 먹을 걸 구하러 시장에 가야 하는 데 그때 노출이 되므로 신고당할 가능성이 아주 높고 그렇게 될 경우 이 분의 경우처럼 바로 호텔로 옮기셔야 하는 듯하다.


나는 평소에도 법을 잘 준수하는 데다가 겁까지 많아서 영주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가면 신고당할까 봐 3월 24일부터 집 밖에는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 필요한 게 있으면 남편에게 부탁을 하고 남편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가서 물건을 구해오고 있다. 그나마 둘이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한국에 살 때에도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전쟁에 대비해서(?) 부엌 옆에 자리하고 있는 창고에 생필품이며 먹을 것을 몇 개월치씩은 준비를 해 놓았더랬다. 친구들은 그곳을 ‘보물창고’라고 불렀는데 그곳의 문을 열면 오만 가지의 물건들이 가지런히 진열이 잘 되어서 다 들 감탄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하던 습관이 이 곳에서도 적용이 되어 늘 한국과 멕시코에서 최소 몇 개월 간 사용할 생필품과 식재료를 공수를 해 놓아서 이런 상황에서도 다른 쿠바인들처럼 물건을 구하러 몇 시간씩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 참고로 여기는, 코로나 상황이어서가 아니라 늘 물건이 없고 귀해서 물건이 들어오면 한두 시간씩 줄을 서는 건 기본이다.


일단 위기가 발생하면 먹고사는 게 가장 시급한 문제라 코로나 발생 후 식재료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 보니 한통 더 있을 줄 알았던 된장이 바닥을 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아뿔싸! 남편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된장찌개인데 왜 내가 된장을 못 챙겼을까… 하면서 아쉬워하고 있는데 다행히 친하게 지내는 동생이 된장이 몇 개 있다며 귀한 된장 작은 것 한통을 주어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된장 이외에 고추장, 고춧가루, 진간장, 국간장, 멸치 액젓, 멸치 국물내기 팩, 마른미역, 북어채, 국수, 라면 은 아직 먹을 만큼 있어서 든든하다.


게다가 쿠바 남자분과 결혼하신 한국 아주머니 한 분이 아바나에서 한국식 만두를 빚어서 알음알음 판매를 하시는 데 작년 추석에 주위에 선물하고 나도 먹어보니 아주 맛이 좋았다. 빚어 놓은 만두를 보면 한 알에 650원 하는 게 그리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하나하나 정성스레 만드신 게 절절히 느껴진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나는 곧바로 만두 사장님께 연락을 드려 고기만두 100개와 야채만두 100개를 주문했다. 그리고 공사하고 있는 집에 있는 냉장고 냉동실에 뿌듯하게 채워 놓고는 필요할 때마다 한 봉지 씩 가져와서 고기만두로는 만둣국을 야채만두로는 군만두를 해서 먹고 있다. 다른 한국분들께도 만두 사장님 연락처를 알려드리고 미리 사놓으라고 얘기를 했는데 샀는지는 모르겠다.


만두 장인이 정성껏 곱게 빚은 만두로 만든 만둣국과 군만두


시장과 슈퍼마켓(물건이 별로 없지만)은 계속 영업을 하기 때문에 양파, 마늘, 당근, 오이, 피망, 상추는 남편을 통해서 필요할 때마다 공수를 하고 있고 계란도 아직 야매로 판매를 하고 있다. 그래서 남편에게 보이면 바로 사라고 했더니 엊그제 2판을 사놓았다고 했다. 계란 30개짜리 한 판의 야매 가격은 원래 6,000원이 넘었는데 최근에는 모두들 5,200원에 샀다고 하길래 우리도 그 가격에 구매를 했다. 참고로 쿠바인들은 계란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배급받는데 가족 인당 한 달에 최대 15알이라 아주 많은 양은 아니다. 그렇게 배급받은 계란을 본인들이 안 먹고 생존을 위해서 외국인들에게 야매로 파는 것이다.


이것저것 적고 보니 나름 위기에 대처는 잘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엊그제 대통령이 사람들이 집에만 있다 보니 전기와 물 수요가 늘었다고 앞으로의 전기와 물 문제에 대해서 복선을 제시했는데 이건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닥치면 겪어야 할 수밖에 없다. 요즘 이 곳은 가뭄에 아바나로 물이 들어오는 댐 한 군데가 문제가 생겨 물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을 어느 정도 비축은 내놓았지만 하루 이상 물이 안 나온다면 그때는 심각해질 테다.




이 곳에 코로나 환자가 발생 후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도 하루에 20명, 많으면 30명이었는데 며칠 전에 갑자기 하루에 61명의 확진자가 발생을 했다. 알고 보니 미국에 다녀온 한 쿠바인이 온 가족들을 다 불러서 파티를 했다는 것이다. 쿠바에서는 가족이라고 하면 개념이 아주 방대해서 아주 먼 친척들도 다 포함이다. 그 파티에서 온 가족들 중 12명이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을 받았고 그중 한 분은 사망을 했다고 한다. 이 소식을 듣고 대통령이 격노를 해서 만약 한 분이 사망을 안 하셨으면 그 사람을 감옥에 보냈을 거라고 했다.


오늘의 확진자 564명 사망 15명


그다음 날에도 확진자가 56명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여서 쿠바 정부는 4월 11일 토요일(내일)부터는 새로운 대처 방안으로 대중교통에 제한을 두기로 했다. 동네 간 이동을 막기 위함이다. 그래서 남편에게 내일부터는 택시를 못 타니 오늘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다른 동네에 있는 시장에 가서 배추와 브로콜리, 메추리 알, 돼지고기 갈빗살 부분(삼겹살에 가장 좋은 부위다) 등 이 시장에서만 살 수 있는 것들을 사 오라고 해서 지금 나의 아바타님은 시장에 가서 장을 보고 계신다. 이제 날씨가 더워지면서 곧 있으면 배추가 사라질 예정이라 김치를 충분히 담아 놨음에도 불구하고 배추에 대한 나의 마음은 간절하기만 하다.


바이러스에 대해서 공산주의에서는 어떻게 대처하는지 몹시나 궁금해서 매일 뉴스를 보면서 살펴보는데 생각보다 쿠바 정부가 코로나 대응을 잘해서 내심 놀라고 있다. 국경을 폐쇄하면서부터 대대적으로 마스크 착용과 손 씻는 것에 대해서 시도 때도 없이 강조하고 홍보를 하며 대통령을 포함 한 모든 장관들과 공직자들은 회외를 할 때에도 눈 외에는 얼굴을 완전히 덮어버리는 커다란 천 마스크를 철저히 착용하고 있다.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하지 않으면 벌금이 70불이다. 벌금을 낸 사람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이다. 그리고 전기, 수도 등 공공요금도 격리 기간이 끝난 뒤 납부를 하면 된다고 며칠 전에 발표를 했다. 여긴 인터넷 뱅킹이라는 게 없고 뭐든 직접 가서 납부를 해야 하므로 납부 시 전파될 바이러스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 며칠 전 아침에 티브이를 보니 8시 30분에 코로나 예방으로 집에서 할 수 있는 면역력 향상 체조도 보여 주었다. 또한 매일 아침 의대생들이 각 집을 방문해서 바이러스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을 한다. 우리 집에는 매일 오전 10시에서 10시 반 사이에 방문을 하고 있다.


눈 빼고 마스크로 다 가린 쿠바 대통령(화면이 안 좋아서 죄송)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바나 골목골목에는 사람들이 마스크도 안 하고 나와서 도미노 게임을 하고 잡담을 하면서 노닥거리고 닭고기와 세제를 사려는 사람들의 줄은 줄어들지가 않고 있다고 목격자인 남편이 말했다. 어느 나라나 말 안 듣는 사람들은 꼭 있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쿠바노들은 닭고기가 없으면 못 살기 때문에 닭고기가 나오면 난리와 함께 줄이 3시간은 기본이다. 그래서 닭고기를 판매하는 곳에는 경찰이 파견이 되어서 번호표를 주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나도 현재 거의 20일째 자가격리 중이라 집에만 있는데 그나마 나는 창문으로 말레꼰이 보여 아직까지 잘 지내고 있다. 그런데 웃기게도 말레꼰 통제를 아주 심하게 한다. 덕분에 그 많던 낚시꾼들은 모두 다 집으로 가 버렸고 그 대신 말레꼰 바다 안의 물고기들은 고스란히 펠리컨과 갈매기의 차지가 되었다.


말레꼰에서 낚시를 못하게 되자, 말레꼰 안 바다에 통통배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어느 날 새벽에는 저 멀리 모로성 근처에 통통배 10대 정도가 소복이 있는 게 보였다. 물고기 명당자리인 우리 집 앞에도 며칠 내내 툭 치면 톡 하고 곧 쓰러질 것 같은 통통배들이 여러 척이 보였는데 그 작고 허술한 배에 4명이나 타고 낚싯대와 그물로 물고기를 낚고 있었다. 그런데 경찰과 군인이 오더니 말레꼰 근처에 있는 통통배로 낚시하는 것도 안 된다고 하는 걸 보았다.


우리집 앞 명당자리에서 통통배로 낚시중인, 이제는 안 보이는 사람들


아니 사람들이 마스크도 안 하고 난장판을 치는 그런 곳에는 경찰이 보이지도 않는다는데 하도 단속을 해서 인적도 드물고 새들만 있는 말레꼰에는 밤낮으로 경찰차가 왔다 갔다 하는 건 대체 왜 그런 걸까? 경찰들도 힘든 곳에서 일하기는 싫고 경치 좋은 말레꼰에서 편하게 일하고 싶어서 그러는 것 같다고 남편이 어이가 없어했다. 남편 말로는 경찰차가 다니면서 확성기로 “어이 거기 펠리컨이랑 갈매기들, 니들도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수칙 잘 지키고 구역 벗어나지 마!”라고 하는 것 같다고.


현재 나는 20일째 자가격리라는 명목으로 집콕을 하고 있고 확진자가 계속 늘고 있어 원래 한 달만 하기로 한 격리가 연장이 될 것 같은데 이 지루한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쿠바에서 보내는 나의 ‘코로나 프로젝트’는 다음 편에서 공개를 하도록 하겠다.


별거 아닌 것 같은 이 글 한편을 쓰는데 시간이 엄청 걸려서 이만 줄여야 밥을 먹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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