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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바댁 린다 Mar 07. 2022

남편의 한마디가 바꾼 내 인생

다시 그 일을 하기로 했다


(이어지는 글입니다.)


우연이었을까 복선이었을까?


남편이 그 말을 하기 정확히 일주일 전에 한 친구로부터 카톡을 받았다. 그때 나는 쿠바로 떠나기 전 갑작스레 생긴 일로 서울에서 볼일을 보고 있었다. 두 번째 목적지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던 때였다.


'린다야, 너 다시 업계에서 일할 생각 없어?'


뜬금없는 친구의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 다음 주에 쿠바에 가는데. 갔다가 2월에 오긴 해. 근데 왜 그래?'


그 친구의 친한 동생이 내가 퇴사한 후 그 업계에서 일하게 되어 이제는 제법 자리를 잡았는데, 그 동생이 친구로부터 내가 한국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물어보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한 외국계 의 이사로 재직 중인 친구는 내가 가진 능력이 아깝다고 생각했고, 그 동생과 내 얘기를 하다가 연락한 것이었다. 수년 전에 나도 만나서 알고 있던 동생이었다. 친구가 그 동생이 전화할 거라고 했고, 곧이어 그녀와 통화하게 되었다.  


"언니, 잘 지내시죠? 한국에 계시는 걸 이제야 알았어요."


"응, 너무 오랜만이야. 근데 나 담주에 쿠바에 가는데..."


볼일을 보면서 나는 그녀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고 오랜만에 과거에 몸담았던 업계 이야기를 들으니 뭔가 감회가 새롭기도 했다. 박수칠 때 떠났던 나는 퇴사 후 단 한 번도 이 업계로 다시 와서 일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고, 쿠바에서 어떻게 하면 새로운 일을 하며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고민만 했더랬다. 모든 나의 생각에는 쿠바가 있었다.


과거에 헤드헌터였그 동생은 공식적이지는 않지만 사람이 필요한 회사에 대해서 얘기하며, 내가 그 자리에서 일하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알고 보니 그 회사 대표가 예전 나의 동료였다. 내가 한국 지사에서 팀장을 할 때 대만 지사장을 했던 미국인 동료였다. 업계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나의 옛 회사에서 한국과 대만은 작은 지사였고, 둘은 어딘가 닮은 면이 있어 꽤나 가깝게 지냈더랬다. 나의 상사의 절친이 대만 지사장이었고, 나도 대만 팀장과 가장 친했다.


내가 회사에 사직서를 냈단 말이 금세 돌았는지, 그 미국인 동료가 연락을 주었고 자신이 대만에 회사를 차릴 텐데 나보고 한국을 맡으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었다. 그 제안에 나는 쿠바에 살러 간다며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깔끔하게 거절했었는데 4년이 넘어 그 회사에서 일을 하면 어떻겠냐는 얘기를 듣게 된 것이었다. 동생에게서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말했다.


"제안해줘서 너무 고마워. 근데 난 다음 주에 쿠바에 가고 2월에 쿠바에서 남편과 함께 한국에 오면 다른 일을 하게 될 거야. 지금 준비 중이거든. 근데 사람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일단 기억하고 있을게."


그리고 다음 날, 캐나다에 살고 있는 옛 상사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몇 년 만에 온 연락이었다.


"린다, 잘 지내지? 지금도 쿠바에 있어? 쿠바는 어때? 참, 업계에서 다시 일할 계획은 없어?"


무지 반가웠지만 갑자기 연락 와서 왜 저런 걸 묻지? 하면서 업계에서 다시 일할 생각이 지금은 없다는 답을 보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남편이 다시 회사에서 일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남편은 회사에서 일하는 내가 멋있다고 했고 내가 가진 능력이 너무 아깝다고 했다. 남편의 전화를 끊고는 일주일 전에 전화를 주었던 그 동생에게 전화했다.


"J야 난데, 그때 말한 그 회사에서 일하는 Y 연락처 좀 줄래?"


Y는 내가 퇴사하기 2주일 전에 예전 회사에 입사했던 친구였고 잠시나마 함께 했기에 친하지는 않았어도 서로 아는 사이였다. 내가 전화를 하자 다행히 Y가 반가워했다. 그녀에게 전화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자, 원래 한국지사는 린다와 함께 하고 싶었는데 쿠바로 떠나서 못했다는 얘기를 사장님에게서 들었다고 하며, "사장님이 엄청 좋아하시겠는데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대만에 계시는 사장님께 연락해서 전화미팅이 가능한 시간을 확인해보겠다고 했고 약속한 시간에 연락을 주었다. 그리하여 오후 3시에 몇 년 만에 옛 동료였던 미국인 대표와 전화통화를 하게 되었다.


친구와 약속이 있어 카페에 미리 온 나는 카페 구석에 앉아 오랜만에 영어로 대화를 나누었다. 사장이 된 옛 동료가  소식을 듣고 너무 놀랐다며 반가워했다. 개인적으로는 대면한 사이였지만 업무에 대해서는 서로 프로였기에 이야기는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전화 한 통으로 그 회사에서 일하는 게 결정되었고 사장님이 본인도 계약 조건을 생각해 볼 테니, 내가 원하는 게 뭔지도 생각해 보라며 조만간 다시 얘기하기로 하고 첫 번째 대화를 마무리했다.


전화를 끊고는 이게 무슨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의 말 한마디가 하루아침에 내 계획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불과 몇 시간 사이에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일이 일어난 것이었다.


다음 날 나는 쿠바행 티켓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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