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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바댁 린다 Oct 18. 2021

엄마가 되는 건 너무 힘들어

린조와의 첫 만남

[작가의 서랍]에서 발견한 2019.4.22에 쓴 글입니다. 쿠바에서 '린조'의 이야기를 여러 번 썼는데 도저히 완성이 되지 않았어요. 그리고 오늘 아침에도 쓰려고 하면서 몇 시간째 못쓰고 있다가 이 글을 발견하고 약간의 퇴고를 거친 후 올립니다.
제 절친에게 보내는 편지예요.


친구야, 지금 내 다리 위에서 태어난 지 며칠 안된 아기 고양이가 아주 곤히 자고 있어.


지난달에는 나랑 조단이 늘 가서 밥을 주는 우리 동네 ‘호세 마르띠 박물관에 딸린 공원’에서 비에 흠뻑 젖어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아기 고양이를 발견하고는 조단이 그대로 두면 죽을 수도 있을 거 같다며 우리 집에 데리고 왔었어.


우리는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우리 건물에서는 동물을 안 키우기로 주민들끼리 서로 약속을 했대. 그래서 어떤 동물도 데려오면 안 되는데 나도 조단도 너무 마음이 아파서 수건에 싸서 몰래 데리고 왔던 거야. 조단이의 결단이 한몫했어. 집에 와서 수건으로 젖은 몸을 닦고 헤어드라이기로 따뜻한 바람을 멀리서 쬐어 물기를 말린 뒤 따뜻한 우유를 먹이니 아주 잘 먹더라고. 그리고는 내가 좋아하는 작은 트렁크에 자리를 마련해 주니 금세 잠이 들어서 내 침대 옆에 트렁크를 가져다 놓고 나는 혹시라도 새끼 고양이가 깰까 봐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새웠어.


아침 6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일어나서 트렁크 안을 살짝 보니 이 쪼꼬미가 일어나서 ‘야옹야옹’ 하기 시작을 하는 거야. 우유를 먹이고 다시 공원으로 데려다 놓을랬는데 이제 힘이 나는지 계속 ‘야옹야옹’ 하면서 거실을 요리조리 뛰어 다니길해 너무 소리가 커서 조단이 작은 박스에 담아 공원에 데려다 놓았어.

그 새벽에 출근을 해서 조단을 본 박물관 관리인이 조단이 고양이를 공원에 버리는 줄 알고 욕을 했나 봐. 그 공원에 유독 고양이가 많은데 대부분 사람들이 키우다 버린 고양이어서 관리인이 조단을 오해하셨던 거야. 그날 밤 밤새 비가 오고 바람도 많이 불어서 그냥 젖은 채로 밖에 있었으면 이 쪼꼬미는 아마 다른 세상으로 갔을 수도 있었을 텐데 조단이 집에 데려오자고 해서 한 생명을 살렸으니 너무 위대한 일을 한 거라고 칭찬해주었어. 그랬더니 관리인한테 욕먹어서 안 좋았던 기분이 금세 좋아지더라고.


그날 오후에는 바람이 많이 불어서 좀 쌀쌀했는데 공원을 지나가다 보니 고양이 다섯 마리가 서로 몸을 기대어 추위를 이겨내고 있더라고. 그리고 그 꽁지에 이 쪼꼬미가 몸을 웅크리고 있는 걸 보고는 얼마나 기쁘던지! 고양이 다섯 마리가 함께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마치 하트 모양 같아서 너무 예쁘더라고. 잠시 후 쪼꼬미가 우리를 보고는 나와서 ‘야옹야옹’ 하며 인사를 하길래 우리는 더할 나위 없이 뿌듯했지. 그런데 그다음 날부터는 이 쪼꼬미가 안 보이더라고. 누군가 예뻐서 데려간 것 같아서 그 사람이 쪼꼬미를 잘 키워주면 좋겠다고 살짜꿍 속으로 기도를 했었어.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기를!


이 쪼꼬미 이후로 거의 한 달 동안 이 공원에는 새끼 고양이가 없었어. 그래도 우리는 꾸준히 야옹이들에게 햄이며 생선이며 밥을 주었더니 이제는 우리가 공원 앞을 지나가면 야옹이들이 뛰어나와 우리 다리 사이로 지나가며 자기 몸을 문지르고 또 마닥에 누워서 애교도 부리고 그래.


동물을 키워 본 적이 없고 고양이를 그리 좋아해 본 적도 없던 내가 쿠바에 와서 유독 고양이를 예뻐하게 되어서 여건만 된다면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 마음에 여유가 생겨서 그런 건지 버려진 고양이가 불쌍해서 측은지심의 마음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내가 요즘 고양이를 몹시 좋아하고 있다는 거야.


지난 토요일 밤이었어.

학교에서 알게 된 한국분의 집에 초대를 받아서 너무 맛나게 한국식 저녁을 먹고 오랜만에 아주 괜찮은 와인도 한잔 해서 약간은 기분이 업이 돼서 집으로 오던 길에 공원 앞을 지나게 되었어.


그런데 유독 ‘야옹야옹’ 소리가 크게 들려서 공원 안을 살펴보니 누군가가 갓 태어나서 눈도 못 뜨고 기어 다니지도 못하는 아기 고양이 다섯 마리를 공원에 버리고 간 거야. 우리 말고도 밤마다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시는 할머니가 계시는데 마침 할머니도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러 오셨다 아가들을 발견하셨어. 할머니가 그러시더라.


이 아가들을 버린 사람은 심장이 없는 거라고...


난 지금껏 갓 태어난 고양이를 본 적이 없어서 어느 정도 시간이 될 때까지 눈도 못 뜨고 잘 못 기어 다닌다는 사실을 야 알게 됐어.

할머니가 이 아가들을 그냥 두면 어떻게 될 거 같다며 그날 밤에 모두 데리고 가셨어. 우린 다행이라며 한 숨을 돌렸는데 다음 날 오후에 공원을 갔더니 할머니가 아가들을 다시 데리고 온 거야. 계속 아가들이 엄마를 부른다고 ‘야옹야옹’ 하니까 이웃들 눈치도 보이고 너무 신경이 쓰이셔서 안 되겠다며 데리고 오셨대. 쉬지 않고 다섯 마리가 ‘야옹야옹’ 하면서 기다가 뒤집어지는 아가들을 보니 어찌나 가슴이 아프던지...

발만 동동 굴리다 결국 일이 있어서 우린 떠났고 늦은 밤에 다시 공원을 갔어. 아가들이 잘 있는지 확인을 해야 편하게 잠을 잘 수가 있을 것 같았어.


공원에 도착을 하니 나처럼 아가들을 발견한 아주 예쁜 어린 여자아이들 셋이랑 그녀의 엄마 그리고 이웃 할아버지처럼 보이는 분이 아가들에게 주려고 우유랑 주사기를 가져왔더라고. 그런데 철창 대문 사이로는 바닥에서 뒹굴고 있는 아가들을 도저히 꺼낼 수가 없어서 박물관에 일하는 남자분께 가서 아가들을 좀 꺼내 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이 남자분이 다행히 다섯 마리를 다 찾아서 철창 사이로 건네주었어.


태어난 지 얼마안 된 아기 고양이들

우린 한 마리씩을 안고 있었고 아이들의 엄마가 주사기에 우유를 채워 아가들 한 마리씩 입을 벌려 우유를 넣어 주었어. 이 아가들은 너무 아가여서 우유를 주어도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아서 우유를 먹이는 것도 쉽지 않더라고. 그래도 골고루 조금씩은 다 먹여서 힘이 나는지 우유를 먹기 전보다 ‘야옹’하는 소리가 더 커 진 듯했어.


어린 여자아이들은 이 가엾은 아가들을 집에 데려가고 싶어서 떼를 쓰며 거의 울다시피 했는데 아이들의 엄마는 집에 둘 데도 없고 이웃들 때문에 절대 안 된다고 하였어. 게다가 그녀는 임신한 몸이더라고.  이웃집 할아버지도 일 때문에 못 키우신다며 결국 우유를 먹고 손바닥 위에서 자던 아가들을 다시 공원 바닥에 두고는 인사를 하고 그들은 집으로 가버렸어. 나는 또 철창을 붙잡고 한동안 아이들을 살펴보다가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어.


다음날 오후에 바닥에서 자고 있는 아기 고양이 두 마리를 발견했고 그날 밤에 다시 공원에 가 보니 한 마리가 철문 가까이에 있어서 조단이 손을 내밀어보니 아가를 안을 수가 있어서 꺼내왔어. 내 손바닥에 올리니 꼭 들어와 안겨서 금세 잠이 들어버리는 아가를 도저히 바닥에 놓아둘 수가 없어서 그냥 집으로 데리고 왔어. 그런데 내 손바닥에 있을 때에는 아주 곤히 잘 자다가 바닥에 내려놓으면 작은 목소리로 ‘야옹’ 하면서 기다가 자꾸 뒤집어지곤 해서 바닥에 내려놓을 수가 없었어. 아마도 아주 어린 아기 고양이들은 엄마 품과 같은 온기를 느껴야 잘 자는 것 같아.


조단이 손은 너무 커서 자리가 널널
내 손엔 딱 맞음

결국 나는 작은 방에 있는 침대에서 이 아가를 손바닥에 올린 채 잠을 자기 시작했어. 혹시라도 기어 나와서 내가 깔아버리기라도 할까 봐 최대한 몸을 움직이지 않으며 잠을 자다 깨다 아가가 잘 자는지도 확인을 하다 보니 아침이 왔어.


여전히 이 아가는 한시도 내 온기를 벗어나지 않으려고 잠시만 내려놓으면 ‘야옹야옹’ 해서 왼 손에 아가를 안고 오른손으로 일을 보기 시작했어. 그러다가 화장실에 있는 폭신한 매트 위에 살짝 놓아봤더니 편하게 자길래 이때다 싶어 샤워를 시작했어. 한참 샤워를 하는데 아가가 깨서 또 기어가면서 뒤집어지는 바람에 나는 왼 손에 아가를 얹혀둔 채로 샤워를 해야 했어. 그러다 이 아가도 좀 씻기고 싶어서 따뜻한 물을 조금씩 몸에 얹혀 보았는데 기분이 좋은지 가만히 있더라고. 그래서 얼굴을 제외하고 아가도 나와 함께 샤워를 하게 됐어. 고양이랑 같이 샤워를 하다니!


샤워는 잘했는데 헤어드라이기로 말려줄랬는데 계속 몸부림을 쳐서 그냥 타월로 닦아주고 자연스레 말릴 수밖에 없었어.  곁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이 아가를 보니 예전에 엄마랑 어릴 때 얘기를 하다가 하신 말씀이 생각이 났어.


“아이고 말도 마라. 니랑 큰 오빠는 어릴 때 순해서 혼자도 잘 놀았는데 니 둘째 오빠는 어릴 때 내한테서 절대 안 떨어질라캐서 화장실 갈 때도 업고 갔잖아. 그때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말도 못 한다.” 


그때는 엄마랑 이런 얘기를 하하하 웃었는데 이 아가를 하루도 안 된 시간 동안 겪어보니 엄마가 정말 힘드셨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지금 나는 이 작은 내 손바닥만 한 생명이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까 봐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계속 내 눈앞에 두고 지켜보고 있는 중이야. 손바닥만큼 작고 귀여운 이 아가가 너무 예뻐서 나는 오늘 아무것도 못하고 이 아가에게만 온전히 집중을 하고 있는데 내일은 아마도 이러지 못하겠지.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때에는 식탁에 앉아있는 내 다리 위에서 자고 있었는데 샤워를 하고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 다시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침대에서 너무나 곤히 천사처럼 잘 자고 있어.


너무 귀여워서 미쳐버리겠어 ㅎㅎ

지금 나의 작은 바람은 이 아가가 우유를 혼자서 먹을 수 있는 날이 언릉오는 거야. 그럼 내 마음이 한결 편해질 것 같거든.


내 침대에서 코 자는 우리 린조


<후속 편 이어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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