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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바댁 린다 Jun 25. 2020

그래서 저는 장 보러 멕시코에 갑니다.-제12화-

들어나봤나? 오가닉떼낄라


윤희가 집으로 돌아가자 나도 방으로 들어갔다. 지훈이는 이미 인터넷 바다에 풍덩 빠져 있었다. 쇼핑 한 물건들을 대충 정리하고는(한 구석에 몰아넣기) 화장실에 들어가서 손을 씻고 클렌징 밤을 얼굴에 꼼꼼히 발랐다. 그리고는 샤워 부스 문을 열었다. 원래 발이 안 좋아서 조금만 걸어도 금세 피곤해지는데(발 건강은 정말 중요하다) 그 날은 오전과 오후 두 번에 걸쳐 엄청 걸었더니(그것도 슬리퍼를 신고) 피곤이 온몸을 덮친 상태였다.


온수를 틀었다. 너무 뜨겁지 않은 온도의 따뜻한 물이 내 몸을 덮치면서 온 몸이 사르르 녹아들었다. 쿠바와 달리 이 곳은 수압이 좋아서 샤워할 맛이 제대로 났다. 살 것 같았다. 따뜻한 물에 몸을 푹 녹이고 나서 이제 눕기만 하면 딱이었다. 언른 눕고 싶었지만 드라이기로 머리카락 뿌리까지 꼼꼼히 말렸다. 뿌리까지 안 말리면 두피에 곰팡이가 생긴다고 한 게 기억이 났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침대에 몸을 뉘었다. 아, 이 곳이 천국이구나! 나도 지훈이를 따라 인터넷 바다에 빠질 시간이었다.


새벽까지 인터넷을 하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들었다. 그런데 핸드폰을 옆에 둔 채 인터넷을 하다가 잠이 들었더니 자고 일어나도 몸이 개운 하지를 않았다. 물론 집이 아니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흔히들 말하는 전자파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았다. 아침을 먹으러 가야 하는 데 몸이 가뿐하지가 않아 꾸물대고 있었는데, 지훈이가 “누나, 식사하세요!”라고 하는 바람에 겨우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현재 쿠바에서 살고 있는 말레꼰 바다 앞에 위치한 집의 경우, 바다가 보이는 세탁실과 부엌을 제외하고는 인터넷 신호가 잘 잡히지 않는다. 하물며 전화 신호도 세탁실에서만 잡혀서 전화가 오면 세탁실로 가야 한다. 그리고는 창문을 열고 입과 수화기를 손으로 막고 얘기를 해야 통화를 제대로 할 수가 있다. 그래서 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전화 통화를 잘하지 않는다.(통화할 사람이 거의 없기도 하고)


또한 전화기를 세탁실이나 근처에 두었을 때만 전화를 받을 수가 있다. 깜빡하고 전화기를 방에 두는 경우는 아무리 전화를 해도 신호가 울리지를 않는다. 그래서 밖에서 급한 일로 남편에게 전화를 했는데 전화를 안 받아서 집에 와서 확인을 해 보면 남편의 전화기는 어김없이 방 안에 놓여 있었다. 그러면 나는 당연히 화를 내었다. 전화기를 왜 방에 뒀냐고.(그다음 일은 상상에 맞기는 걸로)


자본주의, 특히 인터넷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인 한국에서 살다가 온 나는 인터넷 사용이 힘든 쿠바의 생활이 불편하기는 하지만(특히 사전이나 꼭 필요한 정보가 당장 필요할 때) 한편으로는 인터넷 사용이 힘든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인터넷이 없는 세상은 좀 더 인간적이기 때문이다. 상대방과 대화를 하는 시간도 더 많고 대화를 할 때에도 딱히 핸드폰의 방해를 받지 않기 때문에 상대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가 있다. 또한 혼자 있을 때에는 인터넷이 안 되니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시간이 많아지고 그럼으로써 자연스럽게 나 자신에게 좀 더 집중할 수가 있다. 게다가 쓸데없이 인터넷을 하게 되는 시간 낭비도 줄이게 된다.


핸드폰을 사용할 때 이외에는 옆에 두지 않다 보니 전자파의 영향도 덜 받게 되어 건강상의 이유로는 좋은 점이 더 많은 듯했다. 잘 때에도 알람을 사용해야 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나의 핸드폰은 언제나 세탁실에서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나는 잠도 푹 잘 잔다.(너무 잘 자서 탈이다.)


하지만 지난 한 주 동안은 백수인 내가 멕시코 쇼핑 시리즈에 몰두를 하다 보니(이 시리즈를 빨리 끝내고 다른 이야기를 쓰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쓰고 있는데 끝이 안 난다.) 무조건 인터넷 속도가 가장 빠른 새벽에 일어나야 했다.(이 시간을 놓치면 아이클라우드에 보관 중인 예전 사진들을 다운 받기가 힘들어 브런치에 글을 올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사진 없이 글만 올리는 것은 그 날의 인터넷 상황에 따라 다른 시간에도 가능하다.)


그래서 새벽 3시에도 일어나고 4시에도 일어나다 보니 잠을 좀 설치기는 했다. 노트북에 글을 다 써 놓아도 핸드폰 브런치 앱으로 옮겨서 읽다 보면 수정을 할 게 너무 많아서 금세 3, 4시간이 훅 가버린다. 그러니 새벽에 일찍 일어나야지 겨우 글 한편을 올릴 수가 있어서 잠을 설치는 일은 당연한 거였다. 브런치가 뭐라고 말이다. 하하하






일요일에 쇼핑을 두 군데에서나 했으니 월요일에는 좀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침을 먹고는 여유 있게 커피를 한 잔 하며 잠시 늘어져 있었는데 남자 사장님이, “누나, 저 소나로사 K 마트에 살 게 있어서 가야 하는데 혹시 뭐 필요하신 거 있으세요?라며 나를 슬그머니 유혹(?)했다. K 마트? 처음 들어보는 곳이었다. 사장님에게 물어보니 K 마트는 주로 물건을 대량 판매하는 곳이라 나처럼 작은 걸 하나씩 사는 사람은 별로 갈 일이 없는 곳이라고 했다.


한인 민박에서는 매일 아침 한식 조식을 제공하기 때문에 쌀이며 김치, 각종 음식 재료들을 대량으로 구입을 해야 해서 사장님에게는 K 마트가 아주 좋은 구매처였다. 결국 나는 사장님을 따라나섰다. 딱히 살 게 없어도 쇼핑에 관련된 곳은 무조건 가서 확인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우버를 타고 그곳에 도착을 했고 K 마트에서 사장님이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는 동안 나는 또 매의 눈으로 뭐 살 만한 게 있나 둘러보았다. 그곳은 다른 한인 마트와 달리 일하시는 분들이 모두 멕시코 사람들이었다. OK 마트에서 알뜰히 장을 봤던 덕분에 그곳에서는 살 게 없었다. 계산대 옆 냉장고를 보니 한국 알로에 음료가 있었다. 목이 말랐던 나는 알로에 음료를 보자 반가워서 두 개를 사서 사장님과 하나씩 나눠 마셨다. 계산을 마친 사장님이 사려고 했던 물건 중 몇 가지가 K 마트에 없어서 다른 마트에도 가야 한다고 했다.


밖에 나와 보니 이렇게 햇살이 좋은데 집에서 쉬려고 했다니!


라고 반성을 하고는 다른 마트에 간다는 얘기에 또 신이 나서 한 손에 들고 있던 알로에 음료를 마셔가면서 동네 똥강아지 마냥 사장님 뒤를 졸졸졸 따라다녔다. 키가 작은 큰 꼬망 사장님은 발이 무척이나 빨랐다. 그래서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구경까지 하면서 가는 나는 도저히 사장님 발을 맞출 수가 없어서 뒤를 따라다닐 수밖에 없기도 했다. 꽤나 걸었더니 아주 큰 도로가 나왔다. 그 앞에 서자 사장님이 이런 말을 했다.


누나, 저기 길 건너편에 가게 하나 보이시죠? 저기가 저희가 술을 사는 대형 주류 전문점인데 웬만한 떼낄라 종류는 다 있고 할인도 자주 하는 곳이에요. 만약 술을 사실 거면 저기서 사시는 게 좋을 거 같은데 한번 가 보실래요?


우왕, 정말요? 그럼 당연히 가야죠. 헤헤


길을 건넜고 우리는 함께 주류 전문점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보이는 것보다 안은 훨씬 넓었다. 평일 낮이어서 손님들은 거의 없는 데 반해 일 하는 사람들은 꽤 있었다. 일단 먼저 전체적으로 훑어보았다. 역시 멕시코의 전통주인 메스깔과 떼낄라가 메인이라 가장 큰 벽면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외에 위스키, 럼, 꼬냑 등 다른 주류들도 다양했고 와인도 꽤나 갖추고 있었다. 게다가 와인과 함께 먹으면 좋은 치즈와 살라미, 초리소, 햄 종류도 다양하게 있었고 지중해의 꽃인 올리브도 있었다. 그곳은 세션별로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 구경하기도 좋았다.


전체를 다 보고 나서 우리는 떼낄라 세션으로 다시 돌아갔다. 이번에는 트렁크를 두 개 가져와서 공항에서 술을 사지 않고 시내에서 술을 한 병 사 갈 계획이었다. 공항 면세점은 비싸기도 비싸지만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 내가 원하는 걸 살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무슨 떼낄라 종류가 이렇게도 많은지 봐도 봐도 뭐가 뭔지 몰라 고민하고 있었는데 왼쪽 가슴팍에 이름이 적힌 명찰을 단 여성분이 오셔서 상냥한 미소를 띠며 도움이 필요한 지 물어보셨다. 그녀는 그곳의 매니저라고 했다. 마침내 눈 앞에 3월에 왔을 때 멕시코 아저씨들이랑 마셨던 토끼 그림의 메스깔이 보여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토끼 그림 메스깔을 가리키며) 이 메스깔 마셔보니 제 입에 맞는 것 같던데 이런 종류로 괜찮은 거 추천 해 주실 수 있으세요?


그러자 그녀가 대답했다.


저것도 괜찮긴 한데 제가 괜찮은 걸로 몇 가지 추천을 해 드려도 될까요?


네, 그럼요. 아주 좋습니다.


그러자 주류 전문가인 그녀는 먼저 메스깔과 데낄라가 어떻게 다른 지부터 설명을 해 주었다. 그리고는 메스깔도 괜찮지만 떼낄라가 한 수 위라는 얘기를 하면서 그중에서도 이게 좋다며 아주 예쁜 투명한 병에 담긴 오가닉 떼낄라를 추천하였다. 


오가닉이라고? 


나름 건강을 챙기느라 오가닉을 좋아해서 한국에 있을 때에도 마켓 컬리와 헬로 네이처에서 오가닉 식품들을 주문해서 먹었던 나였다. 그러니 오가닉 떼낄라는 당연히 내 귀를 사로잡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귀가 얇은 나에게 전문가적인 그녀의 추천은 아주 만족스러웠고 결국 나는 그녀의 추천대로 오가닉 떼낄라 2병을 구입했다. 한 병은 쿠바로 가져가고 다른 한 병은 마지막 날 사장님과 동생들이랑 함께 마실 계획이었다. 


떼낄라 두 병을 들고 계산대에 가는 도중 심플하면서도 고급 져 보이는 떼낄라 잔이 눈에 쏙 들어왔다.


뭐야, 이쁜데 가격도 착하네!


하면서 잔 두 개도 함께 계산대로 가지고 갔다.(일요일에 산 크리스털 와인 잔도 이 샷잔도 요즈음 너무 유용하게 잘 사용을 하고 있다.) 역시 지역 전문가가 쇼핑을 하러 간다고 하면 두말 않고 무조건 따라가는 게 정답이다. 사장님 덕분에 또 이런 좋은 물건들을 저렴한 가격에 잘 구매를 했더니 따라온 보람을 듬뿍 느껴 몹시 기분이 좋아졌다.


마지막 밤을 장식한 오가닉 떼낄라-이름도 맘에 든다 [혁명]


주류 전문점에서 나와서 사장님의 마지막 남은 볼 일 하나를 마무리하고는 우버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와서 나는 다시 쉬려고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는 핸드폰에 있는 메모에서 [멕시코 쇼핑 목록 및 할 일]을 확인해 보았다. 지금까지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했는지 그리고 남은 일들은 어떤 것들인지 중간 점검을 하기 위함이었다. 반 정도는 한 것 같았다. 도착한 지 5일째 였으니 반 정도면 나쁘지는 않았지만 조금 분발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쉬는 것을 잠시 미루고 할 일의 맨 아래에 적혀 있었던 [에어비앤비 렌트]를 마무리하기로 하였다.


당시 쿠바에서 6개월째 살던 숙소의 계약이 7월 2일에 끝나게 되어 에어비앤비에서 다른 숙소를 알아봐야 했던 것이었다. 우리는 처음 이 집주인과 3개월을 계약하였는데(계약서도 작성함) 살다 보니 집과 동네의 위치며 집 상태가 그다지 나쁘지 않아 계속 한 달씩 연장을 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집주인이 외국에 사는 친구가 7월에 방문을 하기로 해서 집수리를 해야 한다며 더 이상 우리에게 장기 렌트를 할 수 없다고 말을 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집주인의 말은 뻥이었다. 처음으로 우리에게 장기 렌트를 했던 집주인은 매달 고정 수입이 있는 건 좋았지만 단기 관광객들에게서 창출이 되던 조식 및 택시 예약 서비스 그리고 다른 도시에 연계되어 있는 숙소 예약 서비스 등을 제공을 할 수가 없자 그동안 짭짤했던 부수입이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렌트하는 집에 대한 세금이 65% 정도가 되는 쿠바에서(아바나 기준) 이런 부수입은 세금도 피해 가니 집주인의 입장에서는 완전 꿀단지였다. 그래서 잠시 잃어버렸던 예전의 꿀단지를 되찾고자 우리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집주인의 상황은 충분히 이해를 했다.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서는 나라도 그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와 남편이 다음 집을 찾을 수 있게 시간을 조금만 더 달라고 간절히 부탁했는데도 매몰차게 거절하는 그녀를 보면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처음에는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것처럼 잘해주더니. 자본주의에서는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돈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을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에서 찐하게 이렇게 자주 경험할 줄이야!(경험하지 않는 날 보다 경험하는 날이 훨씬 많다.)


집주인이 계약 연장을 안 해 준다는 얘기를 듣고 남편과 나는 마음이 급해졌다. 그래서 직접 다음 살 집을 여기저기 찾아보았다. 그런데 그닥 마음에 드는 집이 없어서 결국 에어비앤비 사이트를 통해서 찾기로 했던 것이었다. 지금까지 나는 쿠바에서 이사를 6번 했는데(지금 살고 있는 집이 7번째) 모두 에어비앤비에서 찾은 집들이었다.


미국의 금수조치로 경제 압박을 당하고 있는 쿠바에서는 에어비앤비 사이트에서 집을 확인하고 막상 예약을 하려고 하면 이런 문구가 뜬다.


계시는 지역은 서비스가 되지 않는 지역입니다.


미국 사이트인 에어비앤비와 부킹닷컴은 쿠바에서 예약 자체가 안 되기 때문에 쿠바에 오기 전에 외국에서 미리 예약을 하고 와야 한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VPN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이 핸드폰에 깔려 있으면 예약이 가능한데 나는 당시 그 앱에 대해서 몰랐던 것이었다. 


그러면 나는 그동안 어떻게 쿠바에서 에어비앤비로 집을 찾았을까? 


에어비앤비 사이트에서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하면 호스트들에게 아래의 메시지를 보내었다. 예약을 하지 않더라도 호스트에게 메시지는 보낼 수가 있기 때문이다. 단, 이메일 주소나 숫자로 된 전화번호는 받는 사람이 볼 수 없도록 시스템에서 변환이 되어 버린다.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예약을 하게 하려고 자체 블록을 설정 해 놓은 것이었다. 에어비앤비의 수수료가 상당하므로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숫자 대신 번호를 문자로 풀어서 쓰면 시스템에서 인식을 못 하므로 내용이 그대로 전달이 된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쿠바에 있어서 에어비앤비 사이트에서 예약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귀하의 집을 예약하고 싶으니 이 번호로 문자를 주시면 제가 전화드리겠습니다. 제 쿠바 전화번호는 오십삼 오십팔 육십오 팔십이 이십 일입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식으로 전화번호를 문자로 풀어서 메시지를 보내고 나면 집주인이 나에게 문자를 보낸다. 그러면 내가 집주인에게 전화를 해서 통화를 하고 말이 잘 통하는 경우 계약 전에 집을 볼 수가 있다. 그리고 그 집이 마음에 들면 그때 계약을 하는 것이다.(집을 보지 않고 예약을 했다가 두 번이나 에어비앤비에 적힌 내용과 달라 고생을 했었다.)


집주인에게 전화해 달라고 부탁을 해도 될 텐데 굳이 문자를 보내달라고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쿠바는 아직까지 전화요금이 비싸서 전화를 해 달라고 하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자로 집주인 번호를 받아서 내가 전화를 하는 게 상대방에 대한 배려인 것이다. 쿠바인들에게 전화기를 좀 빌려달라고 하거나 전화 한 통만 해 줄 수 있냐고 부탁을 하면 망설이거나 용건만 말하고 빨리 끊으라며 화내는 경우도 있다. 요금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음을 이해해 주어야 한다.


예전에 남편이 이런 농담을 한 적이 있었다.


자기, 세상에서 전화할 때 말을 가장 빨리 하는 나라가 어디인 줄 알아?


응? 어디지?


쿠바야. 전화요금이 넘 비싸서 용건만 총알처럼 다다다 말하고 바로 끊어버리거든. 하하하


여기서 쿠바의 전화요금 제도에 대해서 잠시 살펴보자.

1. 핸드폰에서 핸드폰-거는 사람이 부담
(요금 비쌈)
2. 집전화에서 집전화-거는 사람이 부담
(요금 아주 저렴)
3. 핸드폰에서 집전화 또는 집전화에서 핸드폰-핸드폰이 요금 부담(핸드폰 요금 적용) & 집전화는 아주 적은 금액 부담
4. 수신자부담(99)-받는 사람이 부담(핸드폰에만 전화할 수 있고 핸드폰 요금 적용)
5. 할인 적용-밤 11시에서 아침 7시
(60% 할인이 적용되어 밤 11시까지 기다렸다가 전화하는 사람들도 많다.)
6. 전화요금 선불제
7. 핸드폰 요금
문자 건당 0.09C(113원)
전화 분당 0.35C(450원)
국제 전화 1.50C(분당)(1,900원)
국제 문자 0.60C(건당)(750원)
8. 쿠바인들 월급  한화 3-4만 원(공무원 기준)

나는 한때 집 전화번호가 찍힌 전화와 99 번호로 오는 전화는 받지도 않았다. 그리고 받더라도 누군지 확인만 하고 최대한 빨리 끊었다.


그런데 에어비앤비를 통하지 않고 직접 집주인이랑 통화를 해서 집을 예약하는 경우 웃기는 일이 종종 발생을 하기도 한다. 에어비앤비에 숙박비가 정확히 나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화 통화를 하면 다수의 집주인들이 숙박비를 에어비앤비에 나오는 금액보다 더 높여서 부르는 것이었다. 


도대체 왜? Why???


내가 에어비앤비에는 이 금액인데 왜 이렇게 높게 부르냐고 물어보면 에어비앤비에 나온 금액이 잘 못 된 거라고 입에 침도 안 바르고 아주 자연스럽게 얘기를 한다. 우리 상식으로는 에어비앤비 수수료가 빠지면 가격이 더 저렴해져야 하는데 이건 더 올라가 버리니 어이가 없어도 한참 없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여러 번 겪다 보니 나는 차라리 에어비앤비에 수수료를 주고 깔끔하게 사이트에서 예약을 하는 걸 선호하게 되었다. 그럴 경우 집주인이 무언가를 잘 못 하기라도 하면 에어비앤비에 컴플레인을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주인들이랑 말도 안 되는 실랑이를 하는 데에 지치기도 했다. 그동안 이 나라 저 나라에서 에어비앤비를 많이 경험해 보았는데(집뿐만 아니라 액티브티도) 나에게는 그들의 일하는 방식이 꽤나 마음이 들었고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을 해 주었기 때문에 에어비앤비의 서비스에 아주 만족하는 바이다. 


한참 동안 에어비앤비 사이트에서 레이저를 빵빵 쏘며 서핑을 하다가 7월 2일에 이사 갈 집을 찾았고 마침내 결정을 했다. 결제를 하면서 예약을 완료했고 메모에 적힌 [에어비앤비 렌트] 옆에 OK라고 표기했다. 이렇게 할 일 하나를 마치고 나니 잠시 속이 후련해졌다.


시계를 보니 늦은 오후였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더 이상 휴식은 틀린 것 같아 큰 일 하나를 하기로 했다. 지난번에 마지막에 가는 바람에 많이 못 샀던 월마트를 가기로 했다. 다시 옷을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우버를 불렀다.


사장님, 다녀올게요! 하며 인사를 하자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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