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데이트하고 싶다.

데이팅 앱은 못해도 플레이데이트는 해야지

by LindAra

낯선 곳에 뿌리내리는 것.

어른도 무섭지만 어른만큼 아이들도 두려울 것이다.


물론 나는.

적어도 97년의 나는 무섭다는 감정은 없었던 것 같다.

다만 영어를 하나도, 정말 알파벳도 모르고 넘어온 나였기에

내가 영어 못한다고 애들이 바보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가 가장 큰 고민이었지,

새로운 세상이 무섭진 않았다.

하지만 고작 한 살 차이 나던 오빠는 진중한 성향상 두렵기도 했다고 했다.


모든 대답에 Yes만 계속하면 바보인 줄 알까 봐

Yes와 No를 번갈아가면서 했더니

더 바보가 되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Do you want chocolate milk?

- Yes

Really?

- No

What?

- Yes


이런 식이라면 충분히 바보 취급받지 않겠나...


아무튼 나는 무섭지 않았지만 내 아이들은 나와 다르기에

그들은 막막했다고 한다.

그것도 일 년이 지나고 또 반년이 지나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오시고 나서야 속마음을 내비쳤다.

사실 처음 우리가 미국으로 이사 간다고 알렸을 때부터 무섭고 막막하고

가장 두려운 건 친구가 없는 것이었다고.


그렇게 두려워하는 이 미지의 세계에서 아이들 적응을 조금이라도 돕고자

이 애미가 할 수 있는 건?

바로 데이트다.


수많은 데이트 앱이 존재하는 이 시기에.

비록 데이트 앱에서 데이트 상대를 찾을 순 없는 신분이지만.

(그랬다가는 콜드플레이 콘서트 꼴이 나고 말 테니)

아이들을 위한 데이트는 the more the better다.


우선 아이가 집에서 자주 이야기하는 친구부터 공략하도록 하자.

그 친구 등하교 때 부모를 노려보자.

기회를 노려서 사냥하는 암사자처럼

Hi, I’m OO’s mom, OO never stops talking about your kid, shall we have a playdate someday?

하면서 번호를 따서 집요하게 연락해야 한다.

픽트랍도 가능하고, 시간이 안된다면(재택근무라고 하지만 역시 근무를 하는 부모들이 많기에) 내가 데리러 가도 된다.

전혀 걱정하지 말아 달라, 나는 일 안 한다.

자기 어필을 기가 막히게 한다.

적당히 숙이고 들어간다, 왜냐고? 이 플레이데이트가 가장 필요한 건 내 아이이자 나니까.


그렇게 날짜와 시간과 장소를 잡아서 플레이데이트를 한다.

가장 편리한 플레이데이트는 아무래도 외부에서 만나는 거다.

집 근처 공원에서 자전거를 가지고 만나자. 와 같이

장소는 그 누구의 소유도 아닌 공공장소(집 치우건, 음식 준비할 필요 없으니),

소재는 자전거(자전거를 함께 타고 놀다가 지겨우면 공원에서 놀 수 있게 공이나 다른 아이템도 챙겨간다면 일석이조)


그다음 단계는 돈 내고 애를 맡길 수 있는 곳.

예를 들어 동네 키즈카페나 도자기 공방, 그리고 아이가 고학년이라면 방탈출 정도가 있다.

(실제로 이제 5학년이 되는 우리 첫째는 작년 같은 반 친구들과 여름방학 전에 약속을 했단다. 방학 중에 방탈출하러 가자고. 그래서 정말로 이번 주중에 간다.)

다만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이게 제법 세다는 단점이 있다.


나는 주로 우리 집으로 장소를 지정하는 편이다.

(생각해 보니 한국에서도 그랬다.)

다만 그럴 경우 아무 소재 없이 그냥 ‘놀러 와’가 아니라

아이들이 함께할 수 있는 공통된 아이템을 꺼내두는 게 중요하다.

보드게임(트위스터, 밸리샷, 배틀쉽, 우노 등)이나 닌텐도(이건 사실 부모 입장에서는 별로지만 애들은 정말 좋아함), 트램폴린(12피트짜리 앞마당에 사둔 게 이럴 때 가장 빛을 발휘한다), 물풍선(앞뒷마당에서 물 채우고 던지고, 다 치우는 걸 약속하고 한다면 문제없다), 자전거 등.


올여름 나는 운이 좋게 동네 커뮤니티 풀 멤버십에 가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말은 뭐다?

플레이데이트 맘껏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름 내내 수영팀에서 매일 수영하며 이제는 수영 좀 지겹다던 우리 아이들.

친구들 놀러 올 때마다

“Mom, can we go to the pool?”

비록 게스트 티켓을 구입해야 하지만, 인당 7.5불이지만

너희가 행복하다면 나는 되었다.

(어차피 아빠 돈이야 훗)


데이트앱 근처에는 얼씬도 못해도

플레이데이트만은 수없이 하는 그런 엄마.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