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하게 집어 먹어라
누구에게나 처음은 낯설다.
처음이라는 것.
기억 속에 있는 가장 처음은 아무래도 처음으로 혼자 무언가를 한 게 아닐까.
처음으로 중급자 스키 코스를 탄 날.
처음으로 혼자 비행기를 탄 단.
처음으로 영어 시험 100점을 맞던 날.
살면서 수많은 처음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런 처음을 경험할 때 비로소 그 사람의 경험치가 빛을 발한다고 생각한다.
처음이라는 건 아무래도 낯선 미션이고,
낯설고 어려운 미션일수록 실패할 확률이 높다.
그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유연함과 집요함은 이전의 삶에서 그가 얼마나 많은 실패를 경험했느냐에서 얻어지는 '경험'이다.
작년 9월 드디어 처음으로 내 힘으로 출근이라는 걸 하게 된 날.
내 계획과는 다르게 동네 꼴통 중학교라는 곳에 가게 되어 나름 엄청 긴장을 했다.
97년 10살의 나도 경험했던 미국은
가만히 있으면 정말 가마니가 되는
외향적일수록 물어보고 목소리를 낼수록 얻을 수 있는 게 차원이 다르게 많아지는 그런 곳
근데 미국 중학교를 가본 적도 없고
학교 건물도 몰라, 시스템도 몰라(여기는 쉬는 시간이 없다), 교실 이동을 내가 하는지, 애들이 하는지, 나는 스낵 리세스랑 점심시간에 어디로 가야 하는지 등
모르는 게 투성인데
사실 회사에 처음 출근하면 이런 건 멘토가 다 가르쳐주지 않는가.
자 화장실은 여기고(이건 대부분 감적으로 따라가면 거기에 있기 마련)
점심에는 여기가 구내식당이고 등등
서른 중반 모든 걸 새로 시작하는 상황에서 나 스스로가 알아내야 한다.
일단 학교의 기본적인 시스템과 비상 매뉴얼이 항상 있다.
Substitute에게 출석부와 함께 배포된다.
한국이었으면 '뭐 이런 걸 읽나' 비상구 다 알고 하는데 싶겠지만,
나는 이곳에서는 무지렁이니까.
그걸 꼼꼼히 읽기 시작했다.
의외로 많은 정보들이 그 안에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휴대폰 소지에 대한 이야기, 응급 의료 상황과 그에 해당하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 행정실로 전화해야 하는 상황들과 Bell schedule 등.
그 학교로 그 뒤로 수십 번 출근했음에도 매일 아침 읽어본다.
내가 안일하게 대응하지 않기 위해.
문제는 스낵 리세스와 점심시간!
종종 학부모회에서 학교 선생님들은 물론 교직원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음식을 가져오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은 라운지에 그 음식들이 차려져 있다.
점심을 싸왔음에도 괜히 그 쿠키나 빵이 더 맛있게 보이는 날들이 있다.
쭈뼛쭈뼛.
먹어도 되나.
나는 교직원도 선생님도 아닌데...
그렇게 몇 번의 맛있는 기회를 날린 적이 있다.
그러다 아이들 학교(초등학교)에서 일을 마치고 하교 지도를 하던 어느 날
친분이 있는 학부모 한 명이 나에게 다가와 웃으며
"Thank you for taking care of my kid!"라고 인사를 해줬다.
그때 뒤통수 한 대 맞은 것처럼,
'어머 이 사람들은 나를 그냥 '대타'라고 생각하지 않고 정말 선생님으로 대해주는구나, 나도 'Only substitute'라는 마음보다는 더 책임감을 가져야 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내가 먼저 가서 '이 파이가 더 맛있어!' '이렇게 해서 먹어봐 봐 진짜 맛있어'.
결국 쭈뼛거리지 않음. 당당함.
이게 필요했던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