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던 세상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지난주 갑작스럽게 건조기가 고장이 났다.
미국 집들은 대체로 소희 말하면 한국에 오피스텔처럼가정 기기가 빌트인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 집도 세탁기 건조기 그리고 두대의 냉장고가 빌트인이 되어 있었다.
문제는 그 모든 게 누가 봐도 되게 낡았다는 것.
그러다 사촌동생이 우리 집에 놀러 와, 있던 그 주말에 갑자기 건조기가 나는 더 이상은 못해라고 퍼져 버렸다.
우리 네 식구 빨래 만으로도 매일 세탁기가 넘쳐났고 덕분에 건조기도 항상 힘들게 돌아갔는데 거기에 사촌동생 빨래까지 더 해 지니 내 마음은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동생이 우리 집에서 조금 더 편하게 쉬었으면 하는 마음과 건조기에 대한 미안함, 건조기와 동생에 대해 동시에 든 미안한 마음이 랄까.
매일 수영 연습을 갔는 아이들 덕에 우리 집 세탁기가 건조기는 정말 하루에 한 번 이상씩 꼭 돌아간다.
그런데 그런 건조기가 고장 났으니 이젠 뒷마당을 믿어 봐야겠다.
뒷마당의 캠핑용 빨랫줄을 걸고 이불을 넣는데만 사용하던 건조대를 밖으로 뺐다.
그곳에 빨래를 탈탈 털어 매일 아침 출근 전에 넣어두고 돌아와서 걷는다.
근데 정말 다행인 게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들고 1분 1 초도 허비 할 시간이 없는 요즘 하늘은 그렇게 맑다.
아마 내가 세상을 한 나를 원망하는 걸 누군가가 들었나 보다.
‘쟤 너무 힘드니까 비라도 내리지 말자’ 약간 이런 마음?
그렇게 아이들 학교 후에 빨래를 걷다 보면 되게 오랜만에 느껴지는 그 수건의 바삭함이 있다.
건조기가 보편화되기 전에 정말 햇살이 정말 정말 눈이 부시게 좋은 날에만 만질 수 있는 그 수건을 바삭함.
어느 날은 그 하늘과 그 안에 널려 있는 빨래를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저 수건에 바삭함은 꼭 바람의 향과 햇살의 촉감을 그대로 담은 것 같다고.
건조기 사태는 사실 쉽사리 끝나지 않았다.
집주인이 바로 새로운 건조기를 사서 보냈기 때문에 건조기 기기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건조 후 뜨거운 가스가 나가는 우리 집에 배관의 문제였다.
벽을 뚫고 배관을 다시 고쳐야 되는 큰 공 사면 어떡하나 했는데 의외로 집에 와서 전문가가 1번 보더니 생각보다 쉽게 고칠 수 있다고 그렇게 희망을 주고 갔다.
실제로 사진을 보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냥 관만 갈면 되는 거였다.
물론 집 아래로 기어 들어가야 되는 가장 큰 난관 있지만 말이다.
뭐 그래서 내가 아니라 집주인이 직접 돈을 주고 쓴 사람이 그 전문가가 내려가서 다 갈아줬다.
미국에 와서 평생 동안 경험 하지 못한 부분을 되게 사소한 것부터 큰 일까지 많이 경험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주변에 그 누구보다 나의 경험치가 높다고 자부하고 지금도 솔직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가 집 아래로 들어가 배관을 고치는 구조가 구금해서 배관로는 어떻게 생겼는지 그걸 어떻게 고치는지 그것마저 궁금해서 기웃거리고 있는 나를 보면 앞으로도 확장될 경험이 무궁무진한 것 같다.
그 수건이 캘리포니아의 향과 촉감을 양껏 안고 바삭해진 것처럼
나도, 우리 아이들도 정말 모든 경험을 다 안을 수 있으면 좋겠다.
언제나 내가 속해 있는 곳이 전부가 아닌 더 큰 세상을 향해서 열망하는 그런 열정이 있는 사람.
널려 있는 수건에서 갑자기 열정이 있는 사람까지 너무 큰 비약이긴 하지만
이번 건조기 상태를 지내면서 ’아, 내가 알던 게 세상의 전부가가 아니구나 ‘라고 또 한 번 큰코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