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을 구하다 (2)
가게는 차나 주방처럼 어느 날 갑자기 뿅 하고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나는 싸게 나온 가게가 있는지 알아보면서 동시에 일요일에만 여는 마켓이 아닌 다른 날에도 여는 마켓이 있는지 찾으러 다녔다. 매일 부동산을 들여다보다 보니 이제 대충 면적과 위치만 봐도 어느 정도 돈이 들건지 견적이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코로나기간이다 보니 싸고 괜찮게 나온 매물들이 많았다.
"돈이 없네."
문제는 아무리 싼 가게라도 5만 불은 줘야 했기에 우리 형편에 맞지 않았다. 6월 마지막주에 장사를 시작했으니 이제 막 10월이 지나가는 시점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정말 다행인 점은 장사가 매번 매진을 외쳤기에 수익은 나쁘지 않았지만 처음 6개월에 벌리는 돈은 다시 사업에 투자하기로 결정했기에 우리의 주머니로 돌아오는 돈은 없었다.
애초에 와플 기계 하나만 덜렁 들고 부족하게 시작한 장사였다. 새로운 마켓을 가려면 텐트와 테이블도 더 사야 했고 가게 앞에 세워둘 현수막과 새로운 포장지, 그리고 하다못해 가게 로고를 만드는 일까지도 전부 돈이었다. 매주 일요일 두 곳에서 장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토요일 새벽에 600개가량의 크로플을 구워내야 했고 중간중간 배달도 함께 했다.
특히 10월에는 핼러윈이 있어서 핼러윈만을 위한 선물박스를 만들어서 판매하기도 했다. 핼러윈 행사는 아버지 날 행사에 비해 저조한 판매율을 보였다. 아무래도 아버지의 날 때는 사람들이 락다운으로 나오지를 못해서 배달 주문을 많이 했던 것 같았다. 어찌 되었든 조금이라도 팔았으니 이득이었다. 우리에겐 시간과 체력이 있었으니 어떻게든 수익을 내는 것이 중요했다. 안정적으로 장사를 할 수 있는 가게를 낼 때까지 최대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려고 했다.
"괜찮아?"
"뼈 다 삐라 져도 해야지."
카페에서 매니저처럼 일하는 조건으로 주방을 구한 뒤 J는 주 7일 쉬는 날이 없이 일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 6일 카페에서 오픈부터 마감까지 일을 하고 토요일 오후에는 공항에 가서 차를 찾아온 뒤 일요일 장사준비를 했다. 잠시 눈을 붙인 후에는 일요일 새벽 3시쯤부터 마켓 두 곳에 가져갈 빵을 구웠다. 처음에는 와플 기계가 두 개밖에 없어서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잠자는 시간을 확보하고 혹시 기계 하나가 고장 났을 때는 대비하기 위해 총 5대의 와플기계를 구매했다.
우리는 매주 토요일 오후가 되면 카페 주방에 있는 크고 작은 주방 기기들을 한쪽으로 치워두고 와플 기계와 기타 재료들을 세팅했다. 마치 작은 크로플 공장처럼 변신한 카페를 보면서 우리가 미래에 가지게 될 가게에 대해 얘기했다. 인테리어는 어떻게 할지 어떤 식으로 동선을 구성해야 할지 여러 그림들을 밤새 해가 뜰 때까지 그려냈다. 하지만 크로플이 구워지는 냄새처럼 달콤하게 시작한 꿈도 쌓여가는 피로감 위에서는 그저 환상과도 같았다. 새벽 내내 구워낸 빵들을 들고 우리는 피곤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제 그만 갈까?"
"그래."
갈 곳이 안락한 침대 속이면 좋겠지만 빵은 다 구운 후 판매를 하는 게 더 중요했다. 우선 우리는 함께 올드버스 마켓에 가서 오픈준비를 했다. 그 후에는 J 혼자 헤이그에 가서 또 오픈 준비를 했다. J는 2시까지 나는 2시 30분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장사를 한 후 차례차례 마감을 하고 집에 와서 짐을 두고 다시 차를 반납하러 공항으로 갔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글로만 읽어도 숨 막히는 생활이 매일 이어졌다. J의 눈 밑으로 까무잡잡한 피부보다도 더 까만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그러니 나도 절박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고생해서 해서 만들었는데 다 팔아야만 했다. 그래서 각자 장사를 시작하면서는 사진도 거의 찍지 않았다. 그 시간에 하나라도 더 팔고 하나라도 더 빨리 팔려고 노력했다. 주변에 함께 장사하는 사람들과 교류도 하지 않았다. 가벼운 인사만 하고 그냥 판매에 몰두했다. 첫 화에 이미 말하지 않았는가. 우리는 매우 돈독한 사이, 아니 돈독이 오른 사이가 되었다고.
"와 이번 주도 다 팔았다."
300개에 가까운 크로플이 또 열 두시도 안되어서 팔렸다. 두 곳에서 팔다 보니 이제 일요일 하루에 마켓 두 곳에서 600개에 가까운 빵들이 팔렸다.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마켓은 점점 더 바빠져만 갔다. 그 와중에도 계속해서 가게 자리를 알아봤지만 돈이 조금 생긴다 싶으면 어딘가 나가야 할 곳이 생겼다.
그때 알리 익스프레스를 통해 주문 제작했던 포장 박스도 집에 도착했다. 핼러윈 행사 때 쓰려고 주문했던 박스였는데 배송이 늦어져서 11월 중순이 되어서야 배송이 와버렸다. 최소 주문이 천 개였기에 천 개씩 시킨 큰 박스와 작은 박스가 방 한편에 쌓였다.
"예쁜데?"
"아쉽다. 핼러윈 때 쓸 수도 있었는데."
핼러윈 때 못쓴 건 아쉬웠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 시즌이라서 그때 선물용 포장으로 팔면 될 일이었다. 크로플 메뉴도 10가지로 늘어났고 선물상자도 왔으니 크리스마스 시즌이 오기 전에 더 많은 곳에서 이것들을 팔아 내고 싶었다.
가게를 구하는 일은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 봐도 당장에 현실성이 없는 생각이었다. 더 많은 마켓을 가고 싶어도 그 당시 답장이 온 마켓은 현재 가고 있는 헤이그와 올드버스 마켓 두 곳뿐이었다. 다른 지역마켓들은 코로나로 인해 잠정적인 휴식기를 가지고 있거나 새로운 사람을 받지 않고 있었다.
어쩌면 좋을까?
"J! 이것 봐봐!"
"대박"
뜻이 있는데 길이 있나니, 일요일 크로플 600개에서 이제 일주일에 크로플 1000개, 2000개, 아니 3000개도 팔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현실의 벽 앞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 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적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여기서 일단 첫 번째 챕터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다음 이야기부터는 브런치북 연재를 통해 이어가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