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노점상 (10)

차를 구하다 (2)

by Linda


처음 보는 차 안에서 선글라스를 낀 J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 원래도 까무잡잡했던 피부가 호주에 온 뒤 더 까맣게 타버려서 치아에서 밝게 빛이 났다.


"이거야?"


"어. 이번 주에는 이거 빌려주대."


"좋다 좋다."


아버지의 날 이벤트 이후 인스타로 끝이 없는 문의 디엠이 이어졌다. 고작 일주일에 다섯 시간 남짓 여는 헤이그 마켓으로도 사람들이 찾아왔고 매주 완판을 외치니 인기를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좁은 공간에서 벗어나 더 여러 곳에서 더 자주 장사를 하고 싶다는 열망이 강해졌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했는데 노가 없었다. 차가 없으니 이도저도 할 수가 없었다. 차를 살 돈은 없는데 그 돈을 벌려면 차가 필요했다. 이 생산성 없는 도돌이표를 끊어내기 위해 우리는 매주 어딘가에서 차를 빌려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아는 사람에게 빌릴까 했지만 일회성이 아니라 매주 장사를 할 때마다 필요했기에 지인과 엮이는 일이 부담스러웠다. 특히 저번 아버지의 날 배달 때 에이미와 샘이 사고가 난 것을 보니 괜히 친구차를 빌렸다가 사고라도 낼까 봐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니, 그런데 우리 바본가? 그럼 렌트하면 되잖아."


"호주에도 렌터카가 있어?"


"당연한 거 아니가."


J가 서둘러 핸드폰을 통해 차 렌트 가격을 알아봤다. 차 종에 따라 달랐지만 작은 승용차 기준으로 대충 75불 정도의 돈이 들었다. 일주일에 하루 딱 장사할 때만 쓸 거였기에 75불 정도라면 투자할만한 금액이었다.


"근데 시티에서는 토요일 늦게는 렌트가 안되네."

"그럼 이틀 빌려야 해?"

"그럼 돈이 두 배인데"


우리가 필요한 건 토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딱 24시간만 빌리면 되는데 시티에서는 그렇게 차를 렌트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이틀을 빌리자니 마켓 자릿세에 재료비에 나갈 돈도 많은데 교통비로 150불이나 투자하고 싶지 않았다.


"여기라면 가능하겠는데?"


한참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공항에 있는 렌터카 업체가 주말에도 늦게까지 일을 하는 것을 찾았다. 문제는 집부터 공항까지 가는 버스가 자주 없었고 오래 걸린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세상이 까라면 까야지. 결국 매주 토요일 오후가 되면 J가 공항으로 버스를 타고 가서 차를 빌려 돌아와서 함께 장사 준비를 했고 일요일 장사가 끝나면 다시 가서 차를 반납하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뭔 생각하는데? 빨리 안타너."


그렇게 매주 토요일 오후가 되면 매번 다른 차를 빌린 J가 내 앞에 나타났다. 돈은 물론이고 시간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더 많은 투자를 하기 시작했으니 더 많은 결실을 맺어야 했다. 그래서 우리는 일요일에 두 곳의 마켓을 동시에 가기로 결심했다. 우리의 두 번째 장소는 캔버라에 있는 유명한 일요일 마켓인 "올드 버스 마켓"이었다.


이미 헤이그 파크 마켓을 신청하면서 필요한 서류들을 다 준비해 두었기에 또 다른 마켓을 신청하는 건 이제 식은 죽 먹기였다. 참고로 난 죽을 싫어한다. 식든 뜨겁든 공짜로 줘도 안 먹는 사람이다.


"아 또 뭐 이런 걸 내래."


"커피 한 잔 해."


올드버스 마켓 홈페이지에서 파파고를 사용하면 한참 씨름하고 있으니 J가 커피를 한 잔 가져다줬다. 내 머리 위로 뜨거운 김이 나는 게 보인다며 놀려댔다.


"릴랙스. 릴랙스. 차근차근 해."



나는 J가 가져다준 커피를 홀짝이며 아이패드 스크린을 노려봤다. Old bus depot market은 캔버라에서 정말 오랜 역사를 지닌 일요마켓으로 9시 30분부터 2시 30분까지 운영하는 곳이었다. 기존에 하고 있는 헤이그 파크가 9시부터 2시였기 때분에 J가 헤이그에서 장사를 하고 내가 올드버스에서 장사를 하면 시간적으로 딱 맞을 거라는 계산이 됐다.



그래서 차를 빌리기로 결심한 시점에 바로 올드버스에도 신청서를 넣었다. 하지만 우리가 장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고 믿을만한지 의심이 갔는지 이것저것 설명하라는 추가 요청이 많았다. 나는 헤이그파크 마켓 사진을 비롯해 허가증과 보험 등 모든 서류를 다 보냈고 열 가지 메뉴도 맛을 비롯해 재료와 만드는 과정까지 다 자세하게 써서 보냈다.



호주에서 여러 곳에 메일을 보내보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호주에서는 모든 것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 성격상 그리고 우리의 상황상 기다림은 답이 아니었다. 나는 담당자에게 3일에 한 번 꼴로 메일을 보내서 재촉했고 결국 그 주 일요일부터 자리를 받을 수 있었다.



"와 됐다."


그렇게 우리의 두 번째 노점상이 문을 열었다. 이제 하루에 두 곳에서 문을 열어야겠기에 텐트도 테이블도 두 배로 필요했다. 여분으로 구매한 것들을 먼저 싣고 올드버스에 가서 자리를 폈다. 올드버스는 실내에서 마켓이 열리기 때문에 칼바람이 부는 헤이그보다 장사를 준비하는 일도 서서 판매를 하는 일도 더 수월했다.



"혼자 할 수 있제?"


"당근. 이따 봐."


"간데이."



올드버스에 텐트와 테이블을 펴고 판매 준비를 끝낸 후 J는 헤이그로 향했다. 이제 우리는 따로 떨어져서 각자 장사를 해야 했다. 이곳에 온 재고는 이제 내 책임이었다. J가 오후 2시에 헤이그를 먼저 마치고 올 때까지 내 눈앞에 보이는 빵들을 다 팔아야 했다.



혼자 처음 와본 마켓에서 아는 사람도 없이 덩그러니 서있으려니 민망함이 몰려왔다. 하지만 혼자 헤이그 마켓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판매하고 있을 J를 생각하니 혼자라고 쭈뼛거리고 있을 수 없었다. J가 돌아왔을 때 다 팔아서 텅 빈 매대를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용기 내어 외쳤다.



"웰컴 투 크로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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