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빛나 Aug 05. 2021

오늘은 내 생의 가장 젊은 날.

젊음은 영원하지 않기에

'젊음은 영원하지 않다. 나도 언젠간 노인이 된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우린 쉽게 망각하고 살아간다. 마치 오늘 같은 하루가 영원할 것처럼,

나의 탱탱한 피부와 건강한 뼈가 영원할 것처럼.

길을 걷다 등이 굽고 걸음이 불편한 , 지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어르신들을 보며 무심코 지나 친다. 그 모습은 나와는 아주 상관없는 일처럼 말이다.


시간은 어제도, 오늘도, 지금도 흘러가고 있다. 그것은 아주 냉정하기 짝이 없다. 개개인의 사정 따윈 전혀 고려해주지 않는다. 그저 예외 없는 균등한 분배에 균일한 속도로  수 하나 없이 자기 일만 해나간다. 한번 지나가면 그걸로 끝이다. 그 친구는 되돌아오는 일도, 뒤돌아 보는 일도 절대 없다. '시간'을 떠올릴 때면 주로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행위들을 생각했었다. 그래서 '시간을 아껴야 한다' ' 잘 써야 한다' 등의 개념이 컸다. 하지만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생겼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 하루하루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막을 수도, 내가 아낀다고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세월의 흔적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 몸에 조금씩 조금씩 새겨가고 있었다.

 

늙는다는 것을 나는 어려서부터 생각해왔다. 서른과 마흔의 나는 궁금하지 않은데 일흔쯤에 내 모습은 보고 싶었다. 중간의 시간을 다 살아내는 일이 막막하기만 해서, 끝을 떠올리길 버릇했는지도 모르겠다. 팔다리가 나무처럼 굳어가고, 호흡이 가빠지고, 덜 보이고, 덜 들리게 될 때 나는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게 될까.
-책 <시와 산책> 중-

이전에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상상이다. 언젠간 나도 나의 피부가 늘어지고 쭈글쭈글 해지는 날이 온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대개 서른, 마흔, 예순, 같은 나이에 큰 의미를 두고 '꺾인다'는 표현을 쓴다 나는 삶을 꺾이게 하는 것은 그보다는 '사건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주로 나쁜 사건 -개인의 불행이나 세계의 비극-을 겪는 순간이라고. 그래서일까 나는 덜 늙어서도 늙었다고 느낄 때가 있다.
- 책 <시와 산책> 중-


맞다. 대게 힘든 일을 겪고 나면 눈에 띄게 그 모습이 달라진다. 살도 빠지고 안색도 안 좋아지면서 실제 나이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이게 된다. TV에 나오는 연예인들만 봐도 좋지 않은 사건을 겪고 방송에  출연하게 될 때면 그들의 화려했던 전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나 또한 그랬다. 몸은 마음, 정신과 긴밀히 연결되어있기에 마음이 좋지 않으면 이는 곧 몸의 이상, 혹은 변화나타났다. 세상의 나를 중심으로 생기는 불가피한 일들은 내가 어찌할 순 없다지만 억지로 내 마음과 신경을 써서 나의 노화를 더 빠르게 만들진 말아야겠다.  세월의 흔적이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과거 속 자신의 젊음과 비교 불가일 것이니.


오늘을 최선을 다해 누려야 할 정당한 이유가 생겼다.  내 '온몸'을 다해 말이다. 모든 것은 시간 속에 묻혀 다 지나가고 퇴화된다. 몸과 정신을 가능한  맑게 하고 가능하면 오늘의 슬픔을 내일까지 갖고 가지 말자. 그것이 나의 젊음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테니. 이제부터 나의 몸뚱어리도 더 많이 움직이고 예쁘게 잘 가꿔가며 열심히 즐기고 써야 할 것 같다. 내일은 오늘보다 좀 더 다른 내가 될 테니. 지금 이 순간 나의 젊음을 부디 그냥 흘려보내지 말자. 내생에 오늘보다 더 젊은 날은 없다. 바로 오늘, 지금 이 순간만이 내 생에 가장 젊은 날이기에.




책 <시와 산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