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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문 Aug 04. 2020

'트루먼 쇼' The Truman Show, 1998

진짜 나는 누구인가(SNS Reality)

어느 날 내 주위의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지고 이질감이 느껴질 때가 있나요?


220개국 17억 인구가 5천대 카메라로 지켜 본지 10909일째!

작은 섬에서 평범한 삶을 사는 30세 보험 회사원 트루먼 버뱅크는 아내와 홀어머니를 모시고 행복한 하루 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하늘에서 조명이 떨어진다. 의아해 하던 트루먼은 길을 걷다 죽은 아버지를 만나고 우연히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다가,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이 라디오에 생중계된다는 걸 알게 된다. 지난 30년간 일상이라고 믿었던 모든 것들이 믿을 수 없이 이상하다고 느낀 트루먼은 모든것이 ‘쇼’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 첫사랑 ‘실비아’를 찾아 피지섬으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가족, 친구, 회사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가짜인 ‘트루먼쇼’
과연 트루먼은 진짜 인생을 찾을 수 있을까?




어느 날 내 주위의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지고 이질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난 결혼 후 그리고 정확히는 임신 33주차, D-45인 지금 그걸 생생히 느끼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 과연 나는 잘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건인가'.

나의 행복한 신혼집 소식과 매일 소소하게 해먹는 음식들과 여행들과 곧 태어날 아이소식을 전하지 않는 나는 의무불이행이 아닐까, 현재 나의 삶에 나태하게 대응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고민이 드는 것이다.


내가 자랑하고 싶은 것들과 어떻게 보여지고 싶은지에 대한 스스로의 엄격한 검열 앞에 난 난 맛있게 먹은 음식들과 여행지와 일상들을 올리기를 주저하며, 이 '허세의 허세'에 스스로 기가 찰 뿐이다. 이런 나의 객관적 현실과 가상의 현실 속에서 그것들이 얼마나 괴리가 있는지 그럴 땐 마음의 돛이 될 만한 영화를 보고 마음의 안정을 찾고 있는데, 제일 긴급하게 먹는 처방전이 바로 영화 <트루먼 쇼>이다.  



누군가의 삶이 전세계에 생중계된다는 이 영화의 설정은 너무나 유명하다. 태어나서 30년 동안 부모, 친구, 이웃, 심지어 아내 역할로 고용된 배우들과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던 트루먼(짐 캐리)은 우연한 사건들로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 나의 삶이 진정 나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는 모든 순간들이 영화적으로는 코미디지만 그에게는 얼마나 큰 공포일까.  


영화 속에서 트루먼이 가상의 일상(Virtual Reality)을 유지하도록 여러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그리고 트루먼이 목숨을 버릴 각오로 세계의 끝에 다다랐을 때의 전율은 잊을 수가 없다. 절대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던 세계의 끝은 뱃머리가 세트의 벽에 콕 박히는 ‘바스락’ 소리에 무너지고 마는 그 장면.




나는 대학 졸업 후 뉴욕에서 인턴과 어학연수를 1년 가량 마치고 돌아왔다. 돌아와서는 방송국 조연출로 입사해 방송 근무를 시작했고, 예술고등학교 교사로 가기 전까지 거의 4~5년여 간 PD로 생방송 연출과 방송국 출근을 했다. 전공이었던 영화가 아닌 방송국, 원하던 직종에서 근무를 하면서도 가상과 현실의 눈에 보이는 한계 속에서 늘 트루먼처럼 부딪히고 있었다. 영화와 방송, 이 둘의 유일한 공통점은 사람들의 가상세계를 만든다는 것이었다. 영화도 감독과 작가의 세계관 속에서 현실과 비슷하며 현실과 다른 세계를 만든다는 것이었고, 방송도 실재하지 않는 세계를 실재로 표현하는 아니, 실재하는 것을 실재하지 않는 것으로 재해석하는 것이랄까의 어려운 명제 속에서 진행되는 것이었다. 로보트같이 객관적이라고 생각되는 뉴스를 정확한 발음으로 진행하는 앵커들도 사이즈가 맞지 않는 옷들을 옷핀들로 꼽아 카메라 앞에서는 맞춤형 정장의 인물들이었고, 뉴스 끝나고같이 농담도 하는 실재의 사람들이었다. 


현재 우리 모두는 방송이 아니라도 스스로를 생중계하며 사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인스타그램와 블로그에 업로드하는 내 일상이 실제 내 삶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갖게 되었다. 누가 연출자이고 누가 배우인지를 구분할 수 없는 강력한 가상 세계. 우리에게 ‘현실’이란 무엇일까. ‘현실’이라고 믿도록 연출하고 있는 것은 어떤 원동력일까. 나는 어떤 모습의 '현실'로 타인에게 보여지고 있을까. 


우리 모두가 트루먼의 삶을 살고 있는 시대라면, 지금의 내 삶을 연출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 내 인생의 키를 잘 잡아야 한다. 나의 가상의 일상(Virtual Reality)을 유지하고 있는 것들을 가감없이 볼 수 있고 언제든지 벗어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내 주위의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지고 이질감이 느껴질 때가 되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20년이 지난 지금 2020년에도 <트루먼 쇼>를 보고 공감대를 느낄 수 있는 이 '가상의 시대'에서 엄마가 되고 있는 나는 이 곳을 탈출할 용기를 가지고 있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 본다. 뱃머리가 세트의 벽에 콕 박히는 ‘바스락’ 소리가 나진 않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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