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각자의 스포트라이트

" 스텐바이, 3, 2, 1, go! " 

sbs 슈퍼모델 생방송 본선무대가 시작되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내가 예선에서 2,500명 중 1차, 2차 오디션을 거쳐 본선 30인 안에 든 것도 놀랍지만, 그중에서도 최종 2위와 3관왕이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게 된 건 기적이나 다름없다.



그렇게 나는 화려하게 모델계에 데뷔했다. 이십대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스포트라이트를 온몸으로 받으며 빛나는 사람이 되어 당당하게 세상 밖으로 워킹을 했다. 


그러나 현실은 무대가 아니었다. 다음 해에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2위 정도면 당연히 광고도 들어오고 소 속사들의 러브콜이 쏟아질 줄 알았다.      



순진한 상상이었다. 불러주는 곳이 없었다. 꼭 슈퍼모델 대회가 아니고도 모델계나 연예계로 진출하는 통로는 이미 여러 채널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위기감이 몰려왔다. 사실 잘 다니던 건축회사에 사표까지 내고 도전했던 바라 어렵사리 높은 문턱까지 넘은 내게 마땅히 있어야 할 비단길은 없었다.      



그러나 도전을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조경 설계 일을 하면서도 대형면허에 굴삭기를 모는건 물론이고 세계 미인대회에 나간다고 월차까지 몰아 쓴, 적극성과 도전의식 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내가 아니던가?     




내 안을 더 깊이 들여다보아야했다. 남과 다른 나만의 특별한 무기는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면 슈퍼모델 데뷔도 생전 처음 도전한 것이었다.  인대가 늘어질 때까지 연습에 연습을 하고, 한달에 굽이 다닳아서 2켤래씩 버렸던 나였다.  하늘에 별처럼 박혀있던 꿈에 다다르기 위해 사다리를 펼치고 오르려 애써본 도전, 바로 그것이었다.     




냉정하게 바라보아야 했다. 당시에 나를 보는 시선은 나이가 너무 많다가 소속사가 없다든가, 모델 일을 하지 않은 내 프로필을 근거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래서 생각을 뒤집어 보기로 했다. 나이가 많으면 그만큼 다른 경험을 통해 보여줄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을 것이다. 또 소속사가 없으니 스스로 만들어가는 대로 뭐든 할 수 있으며, 모델 일을 하지 않았으니 오히려 가장 신선한 얼굴일 수 있다. 사고의 전환이란 게 사람을 절망에서 희망으로 바꾼다는 걸 처음 경험했다.      




특히 <감정은 습관이다>에서 박용철이 말한 것처럼 뇌가 '낯선 행복'보다는 '익숙한 불행'을 선택하기에 쉽기에,  감정의 습관 또한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 매일 감정일지를 써가며 조금씩 바꿔나갔고, 거절당한 때의  잘한 점과 보완할 점을 기록해가며 나만의 이미지를 만들어갔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책을 읽고 마음과 행동을 바꾸자 그간 종이에 평면적으로 적었던 게 입체적인 현실로 눈앞에 펼쳐졌다. 2018년 ‘19SS서울 패션위크’를 시작으로 2020년엔 ‘21SS 파리 패션 위크’ 무대에 선 것이다. 감개무량했지만 여기서 도전을 멈추면 안 되었다. 엑셀을 더 세게 밟았다. TV CF부터 블랙야크, 까스텔바쟉 등 패션모델 쪽 뿐 아니라 광고모델 쪽에서도 러브콜이 쏟아졌다. 책이 불러온 나비효과(butterfly effet)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이제 난 또다른 행성의 별을 찾고 있다. 배우로서 입지를 세워 헐리웃에 진출할 것이다. 


지도상으론 경계가 분명한 세계도 OTT로 무너진 한 울타리에서 개성적인 캐릭터와 독창적인 스토리만 있다면 얼마든지 장벽을 뛰어넘고 글로벌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것들은 이를 위한 1,2차 오디션에 불과했다. 이제 난 그간 해왔던 대로 책을 통해 다양한 분야를 섭렵할 것이다. 




지금처럼 적금을 해지해하며 받았던 관리들 중 나에게 효과가 좋았던 관리법을 집에서 꾸준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글쓰는 모델겸 배우로서도 나아갈 것이다. 




그러기에 지금 이 브런치란 공간에 내가 해왔던 나만의 이야기를 적어볼려고 한다. 

    

  

변화의 속도가 카멜레온 보호색 같은 요즘, 새로운 분야에로 도움닫기를 하면서 난 처음 월급쟁이에서 프리랜서로 전향할 때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책과 글쓰기의 위대함을 떠올린다. 무모해도 되고 두려워해도 된다. 단하나 ‘널 믿어’라고 계속 말해줬듯이. 



우리는 아직 작은 나무일지 모른다. 다만 내가 어떤 뿌리를 가지고 있고 ,얼마나 많은 뿌리를 가지고 있으며 얼마나 깊게 이 뿌리가 자라고 있는지는 나도 모를뿐더러 남들도 모르는 것처럼 누구도 가늠할 수 없는 뿌리에 단단함을 입혀 세상이란 무대의 스포트라이트를 향해 당당히 워킹해 나가길 준비하는 모든 이에게 나의 이야기가 당신에게 작은 울림이 되었으면 좋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