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여행이라니! - 미쳐서? 거길 왜 가?

우리가 아는 이란 VS 우리가 모르는 이란

by 남쪽나라


우리는 오늘 카파도키아를 떠나 이란의 이스파한(Isfahan)까지 꽤나 긴 여행을 한다. 사실 튀르키예는 마음만 먹으면 비교적 쉽게(?) 올 수 있는 나라지만 이란은 아직은 여간 큰맘(?) 먹지 않고는 가기 힘든 나라이다. 우리는 꽤 여러 달 준비 끝에 튀르키예까지 온 김에 이란을 여행하기로 계획하였다. 낯선 곳에 대한 나의 궁금증이 더 해져 이란의 수도 테헤란이 아닌 고도 이스파한으로. 이스탄불에서 이스파한까지는 불과 3시간의 비행거리이고 항공료도 저렴하다.


하지만 역시 이란 여행은 시작부터 만만 치를 않다. 튀르키예 항공의 출발 시간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여러 차례 변경되더니 원래 예정된 시간(오전 7시)이 아닌 새벽 0시 30분에 우리를 이스파한 공항에 내려준다. 이 시간에 생전 처음 오는 이란 땅에서 우리더러 어쩌란 말인가? 빌어먹을! 우리는 도착비자를 받느라 꽤나 사무적인 이란 관리들에게 약간의 아양(?)을 떨고 한 시간을 꾹 참고 기다린다. 둘이서 비자비 100유로와 여행자보험 40불 거금을 따로 지불하고. 하기야 공항관리들 친절한 곳 봤나?


새벽 1시 반쯤 입국장을 나오니 공항은 밤에는 보안상 문을 닫는단다. 이 야밤에 어디를 가라꼬? 무뚝뚝한 직원 한 명이 공항 건너편에 불이 켜진 휑한 건물 한 채를 가리킨다. 우리가 어렵사리 예약한 V호텔의 check-in 시간은 오후 2시이다. 일찍 도착하더라도 입실을 보장 못한다는 연락을 미리 하더라. 친절(?)하게도. 관광 인프라가 열악한 이란은 호텔 예약하기가 정말 어렵다. 국제사회와 유리된 이란은 온라인 예약이 불가능하고 전화나 이메일을 통하여 예약해야 한다.


지금은 이란의 노루즈(신년 휴가철) 기간이고 이란여행 성수기라 다들 호텔방을 못 구해서 난리이다. 우리는 별도리 없이 외국인이라고는 달랑 우리 둘 뿐인 공항 건너편 대합실에서 날 새기로 작정하고 구석에 자리한다. 아내는 생전 처음 쓰는 히잡까지(이란에는 외국여성도 히잡을 써야 한다.) 두르고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는 얌전한 자세로. 두세 시간이 지나자 출국승객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한다. 눈만 빼고 온통 검은 차도르를 두른 여성들부터 넥타이 안 맨 신사복차림의 점잖은 남성들까지. 동물원의 원숭이처럼 동양의 두 노친네는 잠도 못 잔 채 꼭두새벽부터 한 자그마한 낯선 시골공항 대합실에서 이란사람들의 심심찮은 구경거리가 된다. 시선집중! 비행기를 놓쳤나? 돈이 떨어졌나? 뭐 하고 있는 거유~?


한 중년 이란남자가 다가오더니 유창한 영어로 도와줄 일이 없냐고 묻는다. 잠시 후 히잡만을 쓴 멋진 차림의 중년부인이 또 오더니 유창한 영어로 다시 도와줄 일이 없냐고 묻는다. 내가 대충 사정 설명을 하자 차까지 사주면서 고맙게도 택시 타는 법부터 이란 돈이 없으면 호텔 프런트에서 바꿔 지불하면 된다는 등 꼭 필요한 팁들을 이야기해 준다. 이스파한 공항은 조그만 지방공항이라 환전소가 없다. 택시를 타거나 음료수를 사려면 이란 돈이 필요한데도.


우리는 6시까지 용감하게도(?) 공항대합실에서 버티다가 아직 날도 밝지 않았지만 미화 10불을 지불해서 택시를 타고 예약한 호텔로 향한다. V호텔 입구는 너무 작아 택시 운전사조차 밤길에 찾질 못한다. 겨우 택시에 내려 호텔을 찾아 올라가니 정말 호텔 로비랄 것도 없는 좁은 통로에 프런트가 있다. 아! 이거 45불짜리 호텔 맞아? 튀르키예에서는 30불 주고 별 4개짜리 호텔에 잤는데. 하지만 이 초라한(?) 호텔이 시설은 별 하나 짜리지만 Tripadviser에서 왜 이스파한 호텔 중 평판 1위에 올랐는지 나중에 알게 된다.


예상대로 당근 지금 들어가 쉴 빈방이 없다. 그래도 호텔까지 꼭두새벽에 제대로 찾아온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인가? 안도감에 긴장이 풀리고 졸음이 밀려오지만 우리는 별도리 없이 좁은 복도 소파에 앉아 날 새기를 기다린다. 그나마 친절하고 미안해하는 호텔 프런트직원들과 한 시간 정도 차를 마시며 여유스럽게(?) 노닥거릴 수 있어 다행이다. 이렇게 하여 우리들의 일주일간의 이란여행이 시작되었다.


7시가 땡 지나자(호텔 아침 식사시간) 호텔지하의 식당에서 너무나 간단한 이란식 아침(이란의 주식 빵인 산각 빵 몇 조각에 삶은 계란 하나, 차 한잔이 전부)을 먹고 어쩔 수 없이 이른 아침부터 저 유명한 이맘 광장을 찾아 나서야만 했다. 지도에는 Meidan Emam(이맘 광장)이라 적혀 있지만, 정식 이름은 이맘 호메이니 광장, 그러나 호텔 직원 왈(曰) 낙세 자한(Naqsh-e Jahan, 세계의 원형이란 뜻 )이라 말해야 사람들이 더 잘 알 거란다. 와! 대단한 자부심(?)이네. 걸어서 20분 정도 걸린다는 호텔직원의 말을 믿고 우리는 이른 아침부터 낯선 거리를 걷는다.


자랑스럽게도(?) 20년이 넘은 듯한 고물 한국차들(특히 기아 프라이드차가 많다. 13년 된 내 차는 여기 오면 신형 세단 대접받을 듯)이 자주 눈에 띄는 길가에는 상점들이 이제 겨우 기지개를 켜듯 문 열 준비들을 하느라고 부산하다. 이란 빵(산각 빵, 작은 돌들을 가열해 그 위에서 빵 반죽을 구워 만든다) 가게 앞에만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산각 빵은 따끈따끈할 때 먹어야 제맛이라나!


20170408_090311.jpg?type=w2 이스파한 도시 문장(?)

시내 중심가 어느 모퉁이에 이스파한을 상징하는 듯한 로고가 서 있다. 그런데 이 활 쏘는 모습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고구려 무용총 수렵도>의 궁수 모습과 너무 닮았다). 사람들에게 묻고 물어 들어선 넓은 이맘광장은 구른 한점 없는 하늘 아래 아침 햇살이 눈부시다. 이란 사람들의 자부심에 고개가 끄떡여진다. 정말 아름답다. 2층 아케이드로 둘러 쌓인 길이 510미터 폭 163미터의 직사각형의 광장에는 동서남북으로 이 광장을 대표하는 4개의 아름다운 건물들이 마주하고 있다.


20170408_093014.jpg?type=w2 이른 아침의 이맘 광장
20170408_093007.jpg?type=w2 이맘광장의 '샤'의 알리카푸 궁전

남쪽으로 푸른빛 돔과 높다란 두 개의 미나렛을 안은 자메 모스크가 있고 북쪽으로 게이샤리에 바자르입구 문이 서 있다. 그리고 서편에는 샤의 알리카푸(Ali Qapu) 궁전이 높다란 테라스를 자랑하며 우뚝 서 있고 그 맞은편에는 샤의 후궁들을 위해 지었다는 크림색 돔의 세이크 로트폴라흐(Sheykh Lotfollah) 모스크가 자리하고 있다. 가슴이 벅차다. 드디어 <이란의 진주>, <세계의 절반>이라는 고도 이스파한에 온 것을 실감한다. 이란 사파비왕조의 아바스 1세가 16세기말 수도를 이곳으로 옮기면서 이 광장을 조성하였다 해서 이 광장은 '샤'의 광장(Meidan-e Shar)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스파한은 한 때 인구가 100만, 사원이 160개, 학교 48개, 여관이 1800개, 공중목욕탕이 273개(정수근, 실크로드문명기행)의 세계적 대도시였다. 그래서 프랑스의 시인 르노와르가 <세계의 절반>이라고 노래했나 보다.


아침부터 광장 한가운데의 분수가 밤잠도 못 자고 먼 거리에서 고생하며 날아온 여행객을 환영하듯 시원한 물줄기를 우리 머리 위로 크로스로 뿜어준다. 우리는 이른 아침이라 텅 빈 광장을 우리 집 안마당이라도 되는 양 천천히 벅찬 가슴으로 한 바퀴 돌아본다. 여기에서는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기분으로. 그래도 피곤한 몸과 졸리는 눈까풀은 어쩔 수 없네. 오늘은 이맘광장은 간만 보기로 하고 좀 쉬면서 시간 때울 장소를 찾고 있는데 한 청년이 유창한 영어로 다가온다.


20170408_094501.jpg?type=w2 멋스러운 이란식 야외 카페

자기가 좋은 카페를 알고 있다며 우리를 광장 뒷골목으로 인도하는데 답답한 바자르골목을 지나자 제법 시원한 공간이 나오고 그럴듯한 야외카페가 있다. 청년은 명암 한 장을 주고 사라진다. 시간 있으면 한 번 들려달라고. <실크로드>라는 카펫점 직원이란다. 장사 속이지만 그래도 밉지가 않네.


아직도 의자가 뒤집혀 있는 것을 보니 우리가 첫 손님인가 보다. 우리는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키고 둥근 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데 어느새 관광객들이 하나둘씩 나타나더니 좌석을 꽉 채운다. 제법 소문난 카페 맞기는 맞나 보다. 커피 맛이야 별로였지만. 우리는 정오까지 힘겹게 이곳저곳 기웃거리다가 한 패스트푸드식당에서 정말 맛없는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우고(일반식당은 1시 넘어야 연단다) 서둘러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온다. 다행히 방 하나가 준비되어 있다.


생각보다 호텔 방은 깨끗하고 도로로 면한 커다란 창문도 있어 답답하지 않다. 제대로 씻지도 않고 둘 다 꿈나라로. 잠에서 깨니 오후 5시경, 한결 몸도 개운하고 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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