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이슬람의 세속화 벽화들
체헬소툰(Chehel Sotoun) 궁 입구를 찾아 여기저기를 좀 헤매다가 간신히 출입구를 찾는다. 출입구에서 만난 한 직원이 우리가 한국에서 온 걸 알고 우리에게 매우 살갑게 아는 척한다. 몇 해전 이곳에서 <실크로드 코리아 - 이란 문화축제>가 열렸다며 자신의 스마트폰 사진까지 보여주면서. 내일은 비번이라서 자기가 이스파한 가이드를 해주겠다고 자청(?)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No thank you다. 우리는 가이드 두고 여행해 본 적이 없소이다.
<40개의 기둥>이란 뜻의 체헬소툰(Chehel Sotoun)은 샤의 영빈관이자 이름난 페르시아정원 중 하나이다. 연못에 궁전의 20개의 기둥이 비춰 40개의 기둥으로 보인다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단다. 체헬소툰 연못은 오늘따라 바람이 일어서 그런지 기둥의 그림자 하나 비치지 않는다. 오히려 체헬소툰 궁 기둥 사이에서 바라보는 전경이 더 아름답다.
체헬소툰 궁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9개의 페르시아정원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1647년 영빈관으로 지어진 궁전 벽에 그려진 6폭의 프레스코화로 더욱 유명하다.
그중 3폭은 오스만, 인도, 우즈베키스탄 등 주변국가들의 사신들을 영접하는 연회 장면이다. 그림 속의 무희들이 바로 우리 코 앞에서 춤을 추는 듯한 커다란 프레스코화는 마치 한 장의 스냅사진을 보는 것 같아 우리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아니! 이슬람국가에서 코란의 금기를 깨고 어떻게 이런 그림을? 그뿐 아니다. 벽 하단부를 장식한, 천일야화에나 나올 듯한 수많은 풍속화들은 또 무엇인가? 모두 한결같이 삶과 사랑의 기쁨을 그리고 있지 않은가?
과연 페르시아제국답다. 이곳이 페르시아 땅이 아니었다면 가능할까? 이슬람국가에서 사람의 형상을 표현하는 것은 신의 영역이기 때문에 엄격히 금기시된다. 그곳이 종교건물이나 궁전이라면 더 더구나. 단지 세속영역에서 사물을 축소하여 삽화 등에서 인물을 그리는 것은 제한적으로 허용되긴 한다. 사산조 페르시아와 비잔틴의 영향을 받아 이란이 이슬람 세밀화의 중심지라는 사실은 알려졌지만 그건 삽화등 세속영역일 뿐인데 이렇게 버젓이 궁전 벽을 장식하다니 놀라울 뿐이다.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지만 우리는 어쨌든 이란여행의 특별보너스인 양 여러 방을 둘러보며 체헬소툰 궁의 벽 그림들을 한 껏 눈에 담는다. 어디에서 다시 이런 이슬람회화를 직접 볼 수 있을까? 하며. 궁전 입구 천장은 유리거울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고 궁전 내부는 시원하기 그지없다. 우리는 궁을 나와 아름다운 체헬소툰정원을 다시 한번 천천히 돌아본다.
어둠이 드리우는 6시 반경, 우리는 34번 버스를 타고 Si-o-Se(si는 30, se는 3) 다리로 향한다. 호텔 직원이 시오세로 간다는 우리더러 운이 좋다고 말한다. 겨울 내내 바닥을 드러냈던 자얀데 강이 엊그제부터 상류 댐을 방류하기 시작하여 지금은 강물로 넘실댄단다.
어둠이 깔린 시오세 다리에는 정말 강물이 넘실거리고 오랜만의 강물을 보러 온 듯 사람들로 가득하다. 강물에 비치는 다리는 아름답고 몽환적이고 로맨틱하기까지 하다. 이 다리가 사막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이스파한의 젖줄 자얀데 강 위에 놓여 저서 더욱 그런가? 이 강 위로 여러 개의 다리가 더 있다지만 400년 전 33개의 아치로 만들어진 이 다리야말로 또 하나의 이스파한의 명물이다. 오고 가는 젊은 청춘 아베크족 무리에 섞여 우리도 손을 잡고 아름다운 다리 위를 건너본다. 아름다운 이스파한의 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