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여행 - 세계의 절반, 고도(古都) 이스파한

이란인의 자부심, 세계의 절반 이맘광장

by 남쪽나라

우리는 옷을 갈아입고 늦은 오후지만 다시 이맘광장으로 나간다. 이번에는 버스를 타고. 호텔직원 메하른이 버스정거장까지 나와 버스 타는 우리를 도와준다. 한국서 익힌 아랍숫자가 큰 도움이 된다. 페르시아어는 아랍어와는 전혀 다르지만 찬란한 역사와 문명에 어울리지 않게 글자는 아랍어를 차용하고 있다. 23번 버스는 이맘광장 입구에 우리를 내려준다.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데 청바지 위에 까만 차도르를 두른 한 젊은 여성이 다가오더니 '어디를 찾아요?' 하며 유창한 영어로 물어본다. 이곳 여자들은 여느 아랍국 여자들과는 다르다. 차도르는 둘렀지만 다들 스스럼없이 외국인에게 다가온다. 굉장히 열려있다.


내가 이란에 처음 관심을 가진 것도 한 이란여성을 만난 후였다. 20여 년 전 토론토에서 테헤란에서 온 한 젊은 이란여성을 만나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영어가 유창했던 이 인텔리 여성은 이란하면 테헤란만 알았지 사막뿐인 황량한 나라일 거라고 생각해 온 나에게 늦은 봄까지 태헤란 북쪽에선 스키를 타고 남쪽으로 가면 아주 아름다운 고도 이스파한이 있다고 자랑했다. '이스파~ ?' 뭐라꼬요? 그때 처음 들어 본 이스파한에 지금 우리는 와 있는 것이다.


이스파한의 아름다운 정원
Hasht Behsht 궁 앞

이맘광장을 찾아 들어가는 길가에 무성한 나무로 둘러싸인 꽤 넓은 정원이 하나 보인다. 강한 마력의 푸르름에 이끌려 우리도 모르게 정원 속으로 들어가 보는데 정말 아름답다. 이란이라서 그런가? 황량하기 그지없는 땅이라서? 우리는 벤치에 앉아 쉬기도 하고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대는 분수가를 어슬렁거리기도 하는데 이 오래된 정원은 사람이 애써 가꾼 듯하지 않은 자연스러움 그 자체이다. 분수 끝 고색창연한 건물 앞에 Hasht Behesht Palace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내가 열심히 외운 이란 숫자에서 하쉬트는 8이니 여덟 개의 천국 뭐 그런 뜻인가? 우리는 이 유명한 건물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했던 지라 들어갈 생각도 안 해보고 단지 정원에 정신이 팔려 정원 안만 배회한다. 페르시아에서 정원은 Paradiso에서 어원 한다. 바빌로니아의 저 유명한 공중정원을 비롯해서 황량한 황무지 사막의 땅 페르시아에서 그들이 꿈꾸던 낙원은 바로 사막 속의 정원이었다. 페르시아정원, 그것은 인류가 동경하며 가꾸어 온 최초의 인공정원이자 낙원이다. 우리는 그 낙원의 한 전형을 여기서 보고 있는 것인가?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란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9개의 유명한 정원이 있다.


아바시 호텔
아바시 호텔 앞의 넓은 정원

Hasht Behesht 궁 정원을 걷다 보니 정원과 연결된 곳에 유명한 아바시호텔이 나온다. 감히 숙박은 엄두도 못 내고 구경이나 하자고 용감히 로비를 통해 안마당으로 들어가 보는데 소문대로 그 규모가 대단하다. 과연 이란 최고의 호텔이란 명성에 걸맞다. 300여 년 전의 카라반사라이(대상 숙소)를 개조해 만들었다는 이 호텔은 로비도 호화스럽지만 단연 이 마당이 압권이다. 세상에 이런 큰 안마당을 가진 호텔이 또 있던가?


세계 최초의 가로수길 <차하르 바그>

그런데 우리의 놀라움은 이 호텔에서 끝나지 않는다. 호텔 옆길에서부터 쭉 뻗어있는 세계 최초의 가로수길이라는 차하르 바그. 이맘광장 입구에서 자얀데 강까지 이르는(2km 정도) 이 가로수길은 석양 무렵이라 더 아름다운 것인가? 서양의 길들이 고작 우마차나 지나다니고 동물 똥들로 가득할 때, 이곳 사람들은 가로수길을 최초로 만들고 유실수와 과실수를 심었다. 양옆은 자동차 길이지만 가운데는 오직 사람들의 통로로만. 오래된 수목들이 양옆으로 그늘을 만들며 또 하나의 파라디소를 이루고 있다. 우리는 이 아름다운 가로수길을,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는 가운데 천천히 아주 천천히 손을 잡고 낙세 자한까지 걷는다. 우리가 걸어 본 최고의 데이트 길 위를.


저녁 무렵의 이맘 광장

이미 어둠이 깔린 낙세 자한 광장은 아침과는 달리 사람들로 가득하다. 여기저기 자리를 깔고 오손도손 가족들끼리 나와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는데 그 모습들이 참 살갑다. 우리처럼 술로 즐기는 밤문화가 없으니 다들 가정적일 수밖에. 길고 힘든 하루를 보낸 우리에겐 그래도 한잔의 맥주가 너무 간절한 밤이다.


PS: 착오로 8화와 9화 순서가 바퀴어 발행되었습니다. 읽으실 때 참고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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