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로아스트교의 발상지 야즈드
오늘 아침 10시에 출발하는 야즈드(Yazd)행 버스를 예약했다. 서둘러 아침을 먹고 8시 반경 체크아웃을 하는데 호텔 프런트직원들이 아직 시간이 넉넉하다며 우리를 붙잡아 같이 사진도 찍고 30분 정도 앉아서 수다를 뜬다. 이 호텔은 참 작다. 방이라야 열몇 개나 되려나, 호텔이라기보다는 민박집 수준이다. 그런데도 집처럼 편하다. 몇 명 안 되는 직원들이지만 다들 큰 호텔 못지않게 친절하고 잘 훈련되어 있다.
미리 필요한 정보들을 자세히 알려주기도 하고 도움이 필요하면 즉시에 해결해 준다. 마주칠 때마다 다정하게 인사하고 때로는 친구처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듯한 서비스를 한다. 대중교통은 어떻게 이용하며 이맘광장까지 택시비는 갈 때는 얼마, 올 때는 얼마를 주는지까지 세세히 다 알려준다. 환전을 못해 돈이 부족하자 은행 ATM으로 달려가 필요한 만큼의 돈을 빌려준다. 우리는 겨우 사흘밤을 머물렀지만 직원들과 너무 정이 들어 헤어지기 섭섭할 정도이다.
10시에 출발한 야즈드행 버스는 정확히 2시에 도착한다. 버스터미널에서 한 호객꾼을 따라 택시라고 해서 탔는데 타고보니 불법영업 자가용차이다. 살짝 겁이 났지만 그래도 기사는 구시가지 골목길을 잘도 해치고 J호텔까지 무사히 태워준다. 요금도 택시비 정도만 받는다. 민박집 수준의 J호텔은 작지만 비교적 깨끗하고 2층까지 엘리베이터도 있다. 무엇보다 부엌을 사용할 수 있어 대만족이다.
짐을 던져놓고 점심부터 해결하기 위해 그럴듯한 근처의 전통식당에 들어갔는데 값에 비해 음식은 형편없다. 어제 이스파한의 Toranj식당의 음식이 너무 훌륭해서인가. 흙벽돌로 만들어진 오래된 좁은 골목길을 느릿느릿 걷는 것이 야즈드여행의 재미인데 뜻밖으로 이 좁은 골목길에 오토바이에 자동차까지 마구 다녀 걷기가 조심스럽고 불편하다.
골목 하나 건물 하나가 모두 황토색 일색이지만, 그래서 더 색다르고 느긋하고 편안해진다. 차만 안 다닌다면 적어도 우리는 천년 전의 사막도시에 온 착각을 할 것만 같다. 졸리는 듯한 뜨거운 오후의 사막도시답게 현지인들의 모습은 보이질 않고 관광객만 간혹 눈에 띈다. 오래된 대문 앞엔 낡은 오토바이가 지키고 있고 흙벽으로 둘러싸인 광장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나무조형물을 가운데 두고 차들이 어지럽게 주차해 있다.
골목길을 따라가니 꽤나 큰 푸른색 돔을 인 모스크가 나타난다. 큰길로 나와 걸어보지만 거리는 한산하고 상점도 닫힌 곳이 대부분이다. 다들 자러 갔나 보다. 우리는 이제 이런 광경에 꽤나 익숙해 있다. 해가 져야 슬금슬금 활기를 띌 것이라는 것쯤은 알고도 남는다.
그래도 야즈드가 자랑하는 자메모스크는 봐야지 하고 가까이 가니 역시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여기도 무슨 종교행사가 있는지 입구에서 몇몇 관광객들만 서성거리고 무슬림복장의 이란인들만 출입하고 있다. 높은 미나렛을 자랑하는 이 모스크의 이완 역시 페르시아답게 벌집 모양의 화려함을 자랑하고 있다.
호텔 주인장이 꼭 가보라고 권한 Amir Chakhmaq mosque complex를 찾아가는 길도 예사롭지 않다. 높은 시계탑과 사원들이 곳곳이 스카이 라인을 그리고 있고, 야즈드의 명물 바람탑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여기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사막도시임을 과시하 듯.
Amir 광장은 걸어보니 생각보다 멀다. 광장 왼편에는 오래된 바람탑이 하늘을 향해 솟아 있고 오른편엔 바자르가 들어서 있다. 광장 한가운데 두 개의 높다란 미나렛을 중심으로 3층으로 된 아름다운 건축물이 서 있는데 특이하게도 이 건물은 Facade(입면)로만 서 있다.
이 건물이 무슨 용도로 지어졌는지는 잘 모르지만 야즈드를 대표하는 건축물임은 틀림없나 보다. 시원하게 물줄기를 뿜는 분수 가의 벤치에 앉으니 분수 안에 이상한 모습의 동상이 3개 나란히 서있다. 궁금해서 옆자리의 현지인에게 물었더니 200여 년 전 멀리서 힘들게 물을 길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물을 나누어 주던 승려들의 동상이란다. 사막 한가운데의 물은 곧 생명인데 매일 생명을 나눠준 분들이니 동상을 세울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돌아오는 길에 장을 봐와 숙소식당에서 오랜만에 한국음식을 해 먹는다. 반찬이라야 흰 밥에 라면수프를 넣은 국과 고추장 그리고 양상추뿐이지만 굳이 그 맛을 표현하지 말자. 진수성찬이 따로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