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여행 - 역사와 성서의 땅 요르단

작지만 뼈대 있는 왕가 요르단왕국

by 남쪽나라

요르단은 작은 나라다. 면적만 작은 것이 아니라 인구도 고작 8백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그중 60% 이상이 팔레스타인인이라니 순수 요르단인은 2~3백만이나 될까? 그 흔한 기름 한 방울 안 나고 오늘날 핵심 중동분쟁국들인 이스라엘, 시리아, 사우디, 이집트 등으로 둘러 싸인 가난한 나라이다. 요르단의 정식 명칭은 요르단 하심왕국(The hashemite Kingdom of Jordan). 하심이라는 이름에서 보듯시 이슬람교의 창시자 마흐메드 가문의 적통 후손국가임을 자부하고 있다. 현 압둘라 2세 왕은 마호멧가의 43대 후손이라나.


사실 하심가문은 마흐메트의 적통임을 인정받아 오랫동안 메카와 메디나가 있는 아라비아의 홍해연안 서부지역인 하지즈의 실질적인 통치자였다. 그러나 리아드를 근거로 하는 사우드왕가와의 아라비아반도 패권싸움에서 져 1925년 메카와 메디나를 빼앗기고 우여곡절 끝에 지금의 조그마한 소왕국으로 쪼그라들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말하자면 몰락한 뼈대 있는(?) 왕가 가문이랄까? 이슬람의 정통성을 인정받고 있는 덕분에 주위의 막강한 고래등 국가 사이에 끼어서도 나름대로 줄타기 외교를 능숙히 잘하여 이슬람권에서도 무시하지 못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튀르키에에서 요르단으로 향하는 우회 항로

우리는 이란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튀르키예로 다시 돌아와 요르단으로 들어가기 위해 앙카라로 왔다. 앙카라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이상하게도 이집트의 나일강지역까지 내려와 홍해를 끼고 우회하여 다시 암만까지 올라간다. 마치 모세가 출애굽 하여 가나안에 이르는 광야의 길을 우리에게 보여주기라도 하듯. 아마 보안상 이스라엘 상공을 직접 날 수 없기 때문인가 보다.


요르단의 수도 암만(Amman)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요르단 동편의 '암몬'이다. 암몬은 아브라함의 조카 롯이 딸과 근친하여 낳은 자식의 이름에서 비롯한다. 그래서 '근친의 도시'라는 뜻이 담기기도 하는데 예수님 당시에는 그리스의 decapolis(10개의 성읍)중 하나인 <필라델피아>로 더 잘 알려진 도시이다.


요르단을 방문하는 사람은 대개 두 가지 유형이다. 이스라엘만큼이나 성서의 지명이 많은 성서의 땅에 성지순례를 하거나, 아니면 페트라, 제라시, 와디 럼 등 유명한 관광지를 보기 위한 순수 관광 목적이거나. 우리도 크리스천이긴 하지만 우리의 이번 방문 목적은 전적으로 후자이다.


암만시내는 오래된 도시답게 좁은 길에 교통체증이 심하다. 차들은 전혀 신호등과 무관하게 운행하고 사람들도 차도를 곡예하듯 마구 건넌다. 대개 이런 교통 무질서가 이슬람국가에선 보편화(?)된 듯하지만 유독 암만에서는 더 심한 것 같다. 관공서 입구마다 중무장한 장갑차들이 서있는 것을 보니 이곳이 세계의 화약고 중동분쟁지역의 한가운데임을 실감한다. 날씨는 생각보다 덥지 않고 좋다. 사막 한가운데라서 그런지 습기가 없어 그늘에 들어 서면 시원한 편이다.


길을 잘못 찾아 헤매던 택시기사는 우리를 호텔 건너편 큰 길가 한쪽에 무작정 내려놓고 툴툴거리며 가버린다. 건너편 호텔 앞까지 돌아가려면 10~20분은 더 걸린다나. 커다란 캐리어를 두 개나 들고 신호등도 없는 차도를 무섭게 달려대는 차들을 피해 우리더러 이 길을 어떻게 건너란 말인가? 난감해하며 끊이지 않는 차량행렬에 멍하니 한참 서 있는데, 지나가던 한 KFC택배원이 우리더러 자기 뒤를 따르란다. 마구 달려오는 차들 사이로 막무가내로 돌진하는데 놀랍게도 차들이 다들 서준다.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로 겨우 도착한 D호텔은 기대보다 좋아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부엌과 식탁도 있고 소파도 있다. 프런트는 영어가 유창하고 밥 해 먹을 용기들을 전화로 부탁했더니 새것으로 갔다 준다. 어차피 늦은 시간이라 구경은 내일로 미루고 민생고부터 해결하기로. 근처의 Safeway에서 장을 보고 오는 길에 리쿼스토어에서 맥주 2캔을 산다. 그런데 맥주 한 캔 값이 무려 7천 원.


요르단의 물가가 비싼지는 알았지만 처음부터 겁먹게 한다. 그나마 이슬람국가에서 술 마실 수 있는 것만으로 감지덕지이니 이 정도 비싼 값이야 당연히 치러야지. 흰쌀밥에 오랫 만에 맥주 한 잔을 곁 들이니 오늘의 피로가 다 날라간다.

이전 15화이란 여행 - 일주일은 너무 짧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