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여행 - 달의 계곡 와디럼

별을 셀 수 있는 붉은 사막

by 남쪽나라

요르단에서의 대중교통 이동은 여전히 쉽지 않다. 페트라에서 와디럼(Wadi-rum) 가는 버스도 하루에 단 한 번, 새벽 6시 출발이다. 어제 민박집주인을 통하여 예약을 했더니 다행히 숙소까지 버스가 픽업 온다. 20여 명이 타는 승합버스는 여러 숙소를 거쳐 젊은 백 페커들로 자리를 다 채운 후에야 비로소 출발한다. 와디럼은 페트라에서 한 시간 거리. 와디럼은 <높은 계곡>의 뜻이라는데 달의 계곡으로도 불린다.


와디럼 방문자 센터에 도착하니 친절하게도 운전기사는 예약된 캠프에 일일이 전화를 해준다. 와디럼 보호구역은 베두인의 안내 없이는 출입할 수 없다. 그리고 숙소도 모두 베두인들이 운영하는 텐트숙소이다. 수천 년 전부터 이 땅을 지켜온 베두인족에 대한 특별 배려인 듯하다.


20170419_100925.jpg?type=w2 베두인의 천막숙소

잠시 후 우리를 픽업하러 온 알리의 다 찌그러진 도요타 픽업을 타고 베두인 캠프로 향한다. 숙소에 도착하니 아직 아침시간이라 떠나는 사람, 투어 나가는 사람, 들어오는 사람들로 켐프가 부산하다. 배정된 텐트숙소에 짐을 부리고 곧장 우리도 풀데이(6시간, 점심식사포함) 지프차투어를 신청한다. 투어비는 80디날(원화 135,000원), 역시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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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다 낡아빠진 차양도 없는 사륜구동 픽업차를 타고 사막으로 출발한다. 투어 가이드는 캠프주인 알리의 동생인데 아직 20살도 안된 앳된 얼굴이다. 영어가 잘 안 통하지만 의사소통엔 별 문제가 없다. 오직 태양과 붉은 모래와 사암산들로 둘러 쌓인 와디럼 사막은 3억 년의 시간과 지각변동 속에 풍화와 융기와 침식을 거치며 만들어진 대자연의 경이이다. 길이 따로 없다. 아무 데나 달리면 길이 되고 아무 데나 멈추어 찍으면 사진이 된다. 엉성하게 개조된 픽업 뒷자리가 편할리 없지만, 차가 달릴수록 우리의 동공은 커지고 입은 벌어지고 가슴은 뛰기 시작한다.


20170419_114153.jpg?type=w2 붉은 사막 와디럼의 풍경

젊은 가이드는 어느 나지막한 모래 언덕 밑에 차를 대고 자기는 차밑으로 들어가 들어 눕는다. 우리더러 모래 언덕 위로 올라 가보란다. 별로 높지 않은 모래언덕이지만 발이 푹푹 빠지고 올라가기가 싶지 않다. 아내의 손을 잡고 간신히 정상에 오르니 눈부신 경관이 눈앞에 펼쳐진다. 푸른 하늘과 붉은 모래가 맞닿고 검붉은 바위 산들이 마치 화성과 같은 배경을 이룬다. 태고의 적막과 신비 앞에 너무나 아름답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20170419_115651.jpg?type=w2 바위에 새겨진 암각화

다음은 암각화가 새겨진 바위, 그곳엔 낙타와 표범, 산양 등 여러 동물들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12,000년 전부터 인류는 이 혹독한 사막에 살기 시작했다는데 그림솜씨도 나보다 훨씬 낫다.


20170419_124315.jpg?type=w2 베두인의 쉼터 텐트
20170419_124712.jpg?type=w2 아라비아 로렌스의 집

다시 덜커덕거리는 차를 타고 달리기를 수분이 지나자 멀리서 배두인 텐트가 보이고 그 앞에 차들도 서있다. 사막에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참 반가운 일이다. 아랍사람들은 그런 반가움의 표시로 인사할 때 온갖 제스처와 수사를 동원하나 보다. 텐트에는 꽤 많은 베두인들이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다. 우리 가이드도 다 잘 아는 사이들인지 인사가 길다. 우리에게도 차를 권해 한잔씩 마신다.


텐트 옆에 있는 이상하게 생긴 돌집이 아라비아 로렌스의 집이란다. 사람들이 꽤나 오르내리는 언덕바지 바위산을 아내의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올라보니 눈아래 어디서 본 듯한 기막힌 풍광이 펼쳐진다.


20170419_122604.jpg?type=w2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에 나오는 장면

바로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 사막 신(scene)이 처음으로 시작되던 바로 그 장소이다. 로렌스가 낙타를 타고 등장하던 바로 그 사막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본 사막은 이 정도로 아름답게 보이지는 않았다. 배경보다는 영화에 더 몰두해서 그랬나? 그 외에도 영화 <마션>의 화성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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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멀리서 한 무리의 승마객들이 나타난다. 대부분 여자들로 보이는데 이 와디럼 사막을 낙타가 아닌 말을 타고 트레킹 하다니 대단하다. 역시 서양 사람들의 야외활동(Outdoor activity)은 뭔가 색다르다. 우리는 털털이 지프차를 타는 것만으로도 한 껏 기분을 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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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위로 높다랗게 걸려있는 움 프루트라는 이름의 바위다리도 풍화가 빚어낸 또 하나의 볼거리이다. 가이드는 우리더러 올라가 보라고 권하지만 우리는 겁이 나서 올라가 볼 엄두도 못 내본다. 이럴 때는 우리가 이팔청춘으로 착각하면 큰일 난다.


20170419_163624.jpg?type=w2 바위 위에 새겨진 로렌스의 얼굴

<아라비아 로렌스의 샘>이라는 곳에는 로렌스의 얼굴이 바위 위에 세겨져 있고 아랍숫자로 1915라고 적혀 있다. 로렌스가 1915년 여기에 왔다는 이야기인가? 로렌스가 쓴 <지혜의 일곱 기둥>은 사실과는 달리 과장되었다는 주장도 있고 실제 로렌스의 역할도 미미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영화란 항상 뻥이 들어가기 마련 아닌가? 어쩠던 와디람 사막에서는 로렌스란 이름만으로도 훌륭한 관광상품이 되고도 남는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배가 고파질 무렵 가이드는 그늘 진 어느 바위 밑 모래바닥에 둘둘말은 카펫을 차에서 꺼내 척 깔고 우리더러 앉으란다. 주위에서 주섬주섬 마른 나뭇가지들을 꺾어 와서 불을 지핀 후 준비해 온 재료로 점심을 준비한다. 여러 가지 야채를 섞어 만든 야채볶음과 베두인식 얇은 빵이 전부지만 시꺼멓게 탄 주전자로 끓인 차와 함께 먹는 점심식사는 꿀 맛이다. 시장이 반찬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아름다운 와디럼 사막이라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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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식사 후에도 우리의 투어는 계속된다. 가는 곳마다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제 각각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고 끝없이 전개되는 붉은 모래와 푸른 하늘의 절묘한 조화는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계속 우리를 흡입한다. 보이는 것 모두가 신비롭고 그저 아름다울 뿐이다. 여기는 보통 사막이 아니라 와디럼 사막이다. 이곳은 지구가 아니라 마치 어느 행성 같다. SF 영화에나 나옴직한 그런 외계의 장면.


그런데 우리의 몽상을 일순에 깨는 한 무리의 트레킹족이 갑자기 나타난다. 이번에는 말을 타고서가 아니라 걸어서. 세상엔 정말 대단한 사람들도 많구나! 여기가 어느 외계가 아니고 우리가 사는 지구라서 얼마나 다행인가? 이런 사막 트레킹도 할 수 있으니!


언제부터인가 청명한 밤하늘의 쏟아지는 무수한 별들과 은하수를 보고 싶다는 자그마한 소원(?)을 가져왔다.

제대로 별을 보려면 황사도, 스모그도, 구름도, 달도, 불빛도 없는 맑고 투명한 날이어야 한다. 그런 곳이 사막이나 깊은 산속 외에는 이제 어디 있으랴?


20170419_210643.jpg?type=w2 베두인 캠프 마당의 모닥불

텐트에서 베두인식 저녁을 먹고 캠프마당으로 나오니 가운데 자그마한 모닥불이 피어져 있다. 모닥불 앞에는 스페인에서 온 젊은 부부와 우리 두 카플뿐이다. 우리는 이미 구면이다. 저녁을 먹으면서 인사를 나눴고 한참 동안 서로의 여행담을 자랑한 사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말 한마디 건네지 않고 밤하늘만 쳐다보는데 마침 주인장 알리가 들어 누울 수 있는 자리를 가져다준다.


오늘은 밤하늘을 보기에 완벽한 밤이다. 달도 불빛도 없는 너무나 투명한 사막의 밤하늘. 크고 작은 무수한 별들이 손에 잡힐 것만 같다. 잠자리 채라도 있으면 한아름 잡아올 수 있을 듯한. 저렇게 선명하고 아름다운 별들을 본 지가 얼마만인가? 어린 시절이래 참으로 오랜만에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본다. 어릴 적 세곤 하던 별자리들은 어디쯤 있을까? 그때는 잘도 찾았는데.


이곳에는 TV도 전화도 인터넷도 당연히 없다 태고의 정적 속에 들리는 것은 오직 모닥불 타는 소리. 되는 것이 하나 있기는 하다. 폰카질. 그런데 내 폰카로는 아무리 밤하늘 별들을 향해 찍어봐도 헛수고다. 그러니 폰카도 무용지물일 뿐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밤하늘을 보고 누워 있는 것. 우리는 졸음이 밀려올 때까지 그렇게 오랫동안 누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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