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 1453 - 배가 산으로 가다

튀르키예인들의 자부심 - 1453 역사박물관

by 남쪽나라


'Istanbul'이 'is tin Poli'(to the city)에서 유래했던, 아니면 이스람블(이슬람이 풍부하다, 메메트 2세가 붙인 이름, 시공사 발간 <술레이만>)에서 유래했던, 이스탄불의 역사는 1453이라는 숫자에서 시작된다.


1453년 5월 29일, 콘스탄티노플 함락일, 서방세계에는 핵폭탄급 대충격이었지만 튀르키예인들에게는 두고두고 자랑할 역사적 대승리의 날이다. 서방사람들이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해인 1492를 자랑하듯, 튀르키예인들은 1453을 자랑한다. T-셔츠에도, 시티투어 버스에도 온통 1453이다. 최근에는(2008년 완공) 1453 Panorama 역사박물관까지 지어 자랑한다. 1453년 콘스탄티노플 함락, 이 보다 더 드라마틱한 전쟁사가 또 있던가? 세계의 역사를 바꾼 전쟁, 스티븐 런치만의 <1453 콘스탄티노플 최후의 날>도 시오노 나나미의 <콘스탄티노블 함락>도, 그리고 국회의장을 지낸 김형오도 <술탄과 황제>라는 제목으로 이 역사적 사건에 관한 책을 썼다. 그만큼 1453년은 역사 중의 역사이고 가장 드라마틱한 전쟁사이다.


어제 굳이 힘들게 피에르 로티 언덕을 찾은 것도, 고고인류학 박물관에서 금각만을 봉쇄했던 쇠사슬을 유심히 본 것도 1453년에 대한 우리의 관심 때문이다.


1453 Panorama 역사박물관

그래서 오늘 아침 찾은 곳은 1453 Panorama역사박물관. 호텔에서 트램을 타고 토카프 역에 내리니 바로 발아래이다. 이른 아침인데도 이 박물관은 초. 중. 고등생들로 가득 찼다. 이른바 역사 학습장인가 보다. 곳곳에서 떠들고 웃고 사진 찍고 신이 나서 야단들이다. 벽면에 걸려 있는 그림들과 전시물들을 대충 둘러보고 이 박물관의 핵심인 반구형 돔에 올라가니 놀랄만한 전경이 입을 벌리게 한다. 1453년 콘스탄티노플 함락 당시의 상황을 너무나 리얼하게 입체적인 파노라마로 360도 커다랗게 펼쳐 보이고 있다.


1453 Panorama 역사박물관의 입체 영상

테오도시우스 성벽을 향한 거대한 대포들이 곳곳이 놓여 있고 대포소리, 예르체니의 행진소리, 유명한 군악대 메흐테르의 나팔소리, 성벽을 기어오르는 군사들의 함성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바로 그 역사적 전장 터에 와 있는 느낌이다. 우리 부부는 한동안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넉을 잃은 채 목을 빼고 사방을 둘러보는데 나도 모르게 흥분되어 전투대열에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낄 정도이다. 나는 이 1453 파노라마 역사박물관에서 비로소 책으로만 읽던 1453년의 퍼즐이 하나씩 맞추어지는 기분이다.


메메트 2세가 배를 산으로 이동하여 금각만에 내리는 그림(사진출처: 위키비디아)

1453년 4월 16에서 5월 29일까지 53일간 계속된 세기의 공방전의 백미이자 나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70여 척의 배가 산을 넘은 사건이다. 메메트 2세는 8만 명의 오스만 정예군사로서도 7천 명이 사수하는 난공불락의 콘스탄티노플을 쉽게 무너트릴 수 없게 되자 누구도 예상 못한 기상천외의 전략을 펼친다. 쇠사슬로 철저히 봉쇄된 금각만 해상 방어벽을 우회하여 육로로 배를 옮겨 금각만으로 진입한 것. 이 한 수로 전세는 역전되고 한 달 후 콘스탄티노플은 함락되고 만다.


어떻게 단 하룻밤 사이에 보스퍼러스해협에서 60m 높이의 언덕을 넘어 금각만까지 70여 척의 배를 옮길 수 있었을까? 물론 메메트 2세라서 가능했겠지만. 스티븐 런치만은 그의 책에서 비교적 상세하게 당시의 상황을 기술하고 있다. 메메트 2세는 15년 전 롬바르디아의 한 전투에서 베네치아 인들이 포강에서 가르다호수까지 배들을 이동시킨 전례를 알고 이에 힌트를 얻었다는 것. 돌체마흐 궁전에 소장되어 있는 위의 그림은 당시의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미리 길을 닦아 놓은 후 (누가 이 길로 배를 옮길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기름을 바른 둥근 나무들로 궤도를 놓고 수십 마리의 소와 병사들이 밧줄로 끈다면 크게 어렵지 않았을 것 같다.

헤어조크 감독의 영화 <피츠카랄도>의 한 장면

내가 좋아하는 영화감독 베르너 헤어조크도 1982년 작 그의 위대한 영화 <피츠카랄도>에서 300톤이 넘는

증기선을 순전히 사람의 힘만으로 산을 넘기는 장면을 실제로 재현했다. 기인감독이 아니고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작업이다. 그래서 나는 한 때 이 말을 좋아했나 보다. 꿈꾸는 자는 산도 옮길 수 있다(Dreamer can move the mounta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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