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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이 Nov 05. 2023

금요일에 만나요.

슬초 브런치를 아십니까?

10월 13일 금요일 밤 10시. 나의 꿈이 시작되었다. 언제부터 꿈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마음 깊은 곳에서 오래전부터 하고 싶다는 신호를 보냈었던 것 같기는 한데 그것조차 희미한 기억이다. 생각해 보면 은연중에 글 쓰는 사람, 이야기 들려주는 할머니, 작가가 운영하는 독립서점 등을 동경하며 스치듯 이야기했던 적이 적잖이 있었다. 먹고 사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시간이 흘렀고 그만큼 골이 깊어졌기에 꿈이 있었던 것조차 잊고 지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 꿈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게 답답했는지 어두운 우물 속에서 떠올라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다. 꿈은 아이들이나 마음대로 상상하며 행복해지는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개수대에서 며칠 째 놓인 공기그릇 밥풀처럼 무미건조하게 살던 어느 날, 한 마디의 말에 귀신에 홀린 듯 글쓰기 프로젝트에 등록을 했고, 꿈을 좇는 40대로 살아가고 있다. 


아무것도 안 하면 정말 아무 일도 안 일어납니다. 일단 시작해 보세요!


강사의 프로젝트 모집 멘트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지 않았다. 목표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즉흥적으로 프로젝트에 등록을 했다. 뭔지도 자세히 모르면서 그냥 한 번 해보고 싶었다. 평소 같았으면 브런치가 뭐지, 어떤 글쓰기인지 알아보고 내가 할 수 있는 건지 판단하여 취소할 법도 한데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왜인지 알아보고 싶지도, 취소도 하고 싶지 않았다. 무언가에 홀린 채 시작하는 계기가 되어 취미생활이나 하나 생겼음 하는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시작일이 되자 뭐였든간에 칼을 뺐으니 무라도 썰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등록한 돈이 아깝지 않게 끝까지는 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러면서 누군가가 이끌고 밀어주기만을, 딱! 그만큼만 도와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첫 수업에 입장했다. 딸깍! 입장을 하기 위해 했던 클릭 한 번 순식간에 내 바람을 업그레이드하더니 더 나은 사람으로 업데이트까지 해주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했다. 흔한 판타지소설 도입부처럼 평범한 문을 열었더니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던 바로 그 장면에 내가 들어가 있는 기분이었다. 나에 대해 말한 적도 없고 질문한 적도 없는데 내 걱정을 점쟁이처럼 다 알고 있는 강사에게 무한신뢰가 쌓이기 시작했고(그녀의 말은 날 등록하게 만들더니 결국 무한은경교의 광신자로 만들었다), 나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동기들에게 위로와 칭찬을 받으며 나도 모르게 글감을 찾아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있었다. 매주 금요일 10시에 줌으로 만나 수업을 들으며 눈물 쏙 빠지게 웃기도 하고, 글감을 찾아 일상을 나누는 단톡방에서는 서로의 이야기에 함께 울기도 했다. 이렇게 웃고 우는 게 얼마만인지 나조차도 이런 내가 낯설기도 하고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 마냥 반갑기도 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각자의 치부를 글로 드러내며 한 주만에 친해지는 상황이 나도 당혹스럽다. 더 어처구니없는건 가끔 내 모습이 유명 드라마작가가 된 미래와 같다고 생각이 다는 것이다. 툭하면 노트북에 앉아 타다다닥 바쁘게 손가락을 움직이거나 핸드폰을 쥐고 밀린 톡에 답장을 했고, 조회수에 그날의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퍽이나 마음에 들었다 . 밤마다 잠자리에 누우면 바뀐 나의 일상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기더할 나위 없이 좋은 요즘이다.


저를 따라 하기만 하면 내 삶이 변하고, 내가 변하면서 가족의 표정이 변하는 것을 실감하실 거예요.


강연자인 이은경선생님의 말은 현실이 되었다. 매 주 금요일마다 수업을 듣고 숙제를 했을 뿐인데 나는 어느새 작가가 되어있었고,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 피곤함과 지루함에 절어있던 엄마가 활기가 돋더니 반찬투정을 하고, 물건을 잃어버리는 등의 잔소리 거리가 생겨도 괜찮다며 쿨하게 넘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러자 가족들도 서서히 편안함을 느끼기 시작했는지 표정도 바뀌고, 집안일도 하나둘씩 도와주기 시작했다. 글쓰기의 힘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매 주 금요일마다 다른 아이템을 하나씩 모으며 커지고 있다. 아직 시작단계라 내가 경험하고 느낀 모든 것을 글로 쓰는 게 미흡해 글쓰기의 힘이나 브런치 프로젝트의 기적이 와닿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조금만 기다리시라, 게으르고 의지 없던 무능력한 사람이 얼마나 꾸준히 다양한 글감으로 글을 쓰며 의미 있게 살아가는지 내 브런치를 통해 증명해 낼 테니.


다 쏟아내라. 글로 옮기지 못할 삶은 없다 - 캐시 렌첸브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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