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소리야. 미니언즈 애들 이름을 다 외우던데. 엘리자베스 여왕 왕관 빼앗은 여자 악당 나오는 거 봤었잖아."
"그건 미니언즈지!"
"그게 그거 아냐?"
"아니야~!!"
아이들이 나의 몇 마디에 초 흥분한다. 등장인물이 같은데 다른 영화라니. 헷갈릴 수도 있는데 어떻게 그걸 모르냐며 차이점을 서로 쏟아내느라 귀청이 떨어질 것만 같다. 마치 작은 알뜰신잡에서 설명하는 모습을 보는 듯 하니, 얘네들이 이렇게 논리 정연하게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란다. 지금 말한 걸 글로 쓰라면 절대 못 하겠지만.
"그래서 본다고, 안 본다고?"
"1편부터 봐야 하는데... 그럼 오늘 1편부터 얼른 보고 갑시다."
이거였구나. 너희들의 꼼수가. 오늘은 하루 종일 영화를 보겠다는 거지? 스마트한 여자는 스마트폰을 들고 영화의 연관성에 대해 검색을 한다. 애니메이션이라 연관성이 있긴 한데, 스토리 이해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을 거란다. 그럼 그렇지. 됐고. 오늘 해야 할 일 다 하고 나갈 거니 그렇게 알라며 콧방귀를 뀌어본다.
이제 아이들끼리 들어가서 볼 만도 한데 왜 모든 걸 함께 하고 싶어 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어미는, 이것 또한 얼마 남지 않았으리라 스스로를 다독이며 오늘도 커피 한 잔을 들고 애니메이션을 보러 들어간다. 마치 마지막으로 휴가를 즐기는 듯한 기분이 들길 바라며...
성인 영화를 본 게 언제였더라... 기억을 더듬으며,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되었다는 현실에 또 한 번 좌절하며 자리에 앉는다. 다행히 오늘은 가족 단위 관객이 많다. 마치 이 영화관이 주말에 맞춰 변신한 거대한 놀이동산처럼 느껴진다. 언젠간 이 풍경도 그리워지...... 겠지?
영화는 처음부터 귀여운 미니언즈가 나오더니 미니언즈가 마무리를 짓는다. 미니언즈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들도 카메오로 나오는지라 별반 큰 차이를 못 느끼겠구먼, 이걸 그렇게 어이없고 황당하다는 식으로 노친네 취급을 했던 거였나 하며 툴툴거리며 영화를 보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너무 재밌지 않았냐며 다음에 또 오자고 호들갑을 떨며 아이들과 나온다. 미니언즈의 세계에서 헤어 나올 줄 모르는 아이들을 보니, 마치 작은 노란 바나나들에 홀린 것 같다.
내용이 어떠하든 제목이 무엇이든 그게 무슨 상관이겠니. 나는 2시간 남짓 조용히 너희들이 있게 해 줌에 감사하다. 거기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나의 생명수 커피까지 있으니 이곳이 천국인가 싶기도 하고. 아이들이 영화를 보는 동안 나도 잠시나마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이 시간이야말로,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느낌이다.
방학 동안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은 소중하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 테고, 지금 이 순간들이 나중에 얼마나 그리울지 모른다. 함께 영화를 보고, 웃고, 떠드는 이 시간들이 아이들에게도 좋은 추억이 되기를 바란다. 어쩌면 나도 이 순간들을 통해 아이들과 더 가까워지고,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방학을 보내는 학부모로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특별하고 소중하게 느껴...... 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