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방학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한자 급수시험. 우리 집에선 방학마다 이 시험을 보는 것이 일종의 전통이 되었다. 아이들도 이제는 꽤 익숙해졌지만, 이번 방학은 조금 달랐다. 방학이 유난히 짧았던 탓에 시험 준비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고, 나 역시 몸이 좋지 않아 아이들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그렇게 우리는 약간의 불안감과 초조함을 안고 시험장으로 향했다.
첫째는 그나마 혼자서 열심히 단어를 외우고, 기출문제 세 개를 풀며 준비를 했다. 평소처럼 성실하게 해낸 모습이 대견했지만, 내가 보기에 준비가 충분하지는 않았다. 둘째는 더 난감했다. 단어는 열심히 외웠지만, 쓰기 연습을 아예 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시험을 치러야 하니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상황이 나은 것도 아니었다. 평소에는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며 나도 복습을 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시험 당일이 되어서야 겨우 기출문제 하나를 풀어볼 수 있었다. 컨디션도 좋지 않았지만, 준비 부족으로 마음 한 켠엔 불안감이 가득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시험은 치러야 하니 그저 '한 번 부딪쳐보자'는 마음으로 시험장에 들어섰다. 나뿐만 아니라 첫째와 둘째도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우리 셋은 그날, 시험장에 가는 길에서부터 묘한 연대감을 느꼈다. 준비가 덜 되어 있긴 했지만, 함께라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그러나 시험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어려웠다. 유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전 급수의 쓰기 문제만 나오던 시험이 이번엔 해당 급수의 쓰기와 한자의 약자 쓰기 문제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처음 보는 유형에 나는 물론이고 아이들까지도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익숙하지 않은 문제들 앞에서, 한참 동안 멍하니 답안지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결국 빈칸을 많이 남긴 채 답안지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 시험이 끝나고 시험장을 나서는 길, 우리 셋의 표정은 말이 아니었다. '다들 고생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답을 채우지 못한 빈칸들이 자꾸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우리는 말없이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아, 진짜 좀 더 열심히 준비했어야 했는데..."라는 말이 차례로 터져 나왔다. 첫째도, 둘째도 각자 아쉬워하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았다. 분위기를 전환해보려 점심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방탈출 게임을 하러 갔다. 그 순간만큼은 시험 이야기를 완전히 잊을 수 있었다. 게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다시 현실이 떠올랐다. 시험에서 느꼈던 아쉬움과 억울함이 마음속에서 다시 피어올랐다.
저녁을 먹으면서 첫째가 입을 열었다. "엄마,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어. 나는 다시 한 번 도전할 거야. 이번에는 제대로 공부를 안 하고 시험을 봤더니 억울해." 그 말이 내 귀에 박히는 순간, 내 마음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준비가 부족했던 것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둘째도 첫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우리 셋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 "그래, 다음번엔 더 열심히 하자." 그렇게 우리는 서로 다짐하며 그날의 시험을 교훈 삼아 다시 도전할 준비를 하기로 했다.
결국, 그날 저녁 우리는 함께 중요한 결심을 하게 되었다. 이번 시험에서 우리는 실패를 경험했지만, 그 실패가 곧 끝이 아님을 깨달았다. 오히려 이 실패가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고 있었다. 첫째의 말처럼 억울한 마음은 다시 도전할 이유가 되는 것이었다. 준비가 부족해 아쉬웠던 만큼, 이번에는 더 철저히 공부해서 억울하지 않게 시험을 보겠다고 서로 다짐했다.
그렇게 다음 주부터 우리는 다시 한자 공부를 시작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더 철저하고 체계적으로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시험은 어차피 결과뿐만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얻는 것들도 크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실패는 단지 좌절이 아니라 다시 일어설 기회를 의미했다. 우리는 이 경험을 통해 서로에게 더 큰 힘이 되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번 시험은 비록 완벽하지 않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성장했다. 실패 속에서 배운 교훈은 우리를 한층 더 단단하게 만들었고, 다음 도전에서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하게 했다. 시험의 결과가 어떻든 간에, 우리는 이미 큰 걸음을 내디뎠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으로, 우리는 다시 한번 도전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결국, 이 한자 시험은 그저 자격증 하나를 따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이 시험을 통해 아이들과 나는 진정한 도전의 의미와 실패 속에서 배우는 성장을 경험한 것이었다. 이제, 우리는 그 에너지를 바탕으로 더 힘차게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