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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이 Aug 28. 2024

추억

핫초코

오랜만에 비가 멈춰 기분까지 상쾌해 지는 날이다. 여느 아침처럼 커피숍을 가고 있는데 어디선가 날씨만큼이나 밝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 여기 온다. 저기도 온다. 우와 엄청 빨라."  

"엄마, 여기 봐, 여기 또 와."  

"우리도 탈 거야? 안 탈 거야?"  

"또 온다 온다. 이번에는 3개나 온다, 우와~"

버스를 바라보며 신기해하는 아이의 모습이 자연스레 미소를 짓게 한다. 1호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 아랑곳하지 않고 함께 '타요'라는 만화영화 주제곡을 부르며, 무릎을 구부렸다 폈다 하며 율동까지 덧붙여 버스 구경을 하던 그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중학교 진학을 고민하며, 오락가락하는 날씨처럼 기분도 오르락내리락하는 사춘기 초입의 예비 중학생이 되어 버렸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흐르다니. 아이의 성장 속도에 놀라면서도, 그만큼 잘 자라주고 있다는 생각에 흐뭇한 마음이 든다. 그때 그 순간들이 그리워지며,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을 아쉬워하는 이 기분이 묘하게 나쁘지 않다. 추억 속에서 들리던 아이의 웃음소리와 함께했던 그 소중한 순간들이 다시금 마음 깊숙이 다가온다.

오늘은 집에 가서 10년 전 동영상을 찾아봐야겠다. 아마 그 속엔 내가 잊고 있던, 아이와의 소중한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을 것이다. 다시 그 순간을 마주하면서, 아이와 함께한 그 시간이 얼마나 빛나던 시간이었는지 새삼 느껴볼 수 있기를 바라며, 마음속에 따뜻한 기대감이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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