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에서 장마철을 맞아 rainy day recharge 이벤트를 열었다. 투명 장우산과 음료를 세트로 구매하는 이벤트인데 투명 우산에 스타벅스만의 고유 컬러가 그러데이션으로 들어있어 나름 괜찮아 보였다. 또한 이 우산이 무척 단단하여 비바람 태풍에도 끄떡없다고 자랑하길래, 얼마 전 비바람에 꺾여버린 아이들 우산이 생각나서 하나 장만할까 싶어 평소보다 1시간 일찍 나와 스벅으로 향했다.
의외로 매장은 한산하고 조용했다. 얼마 전 프리퀀시 이벤트가 끝나서일까? 아니면 나와 다들 취향이 다른가? 그것도 아니면 돈 주고 사는 거라 아깝나? 하는 생각으로 당당하게 "허니 자몽 블랙 티 하나 하고요, 우산 세트 주세요" 했더니 "품절되어서 없습니다, 고객님." 오 마이갓. 아침 8신데 없다고? 아직도 스벅 이벤트로 오픈런을 한다니 믿을 수 없었다. 다들 진짜 우산이 필요한 걸까? 스벅이 그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걸까? 아니면 단순 한정판이라서?
못갖는다하니 더 갖고싶다
한정판이라는 세 음절의 단어는 사람을 홀리게 하는 마법을 지니고 있다. 뭐든지 한정판입니다, 1개 남았습니다 하면 꼭 사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기분이 들기도 전에 이미 주문하고 있을 때도 많다. 생각해 보면 이 우산도 그랬던 것 같다. 꼭 이 우산이 아니어도 되고, 우산치고 싼 것도 아닌데 왜 이 우산을 사야겠다고 생각했을까. 이마저도 뇌가 속고 있었던 거겠지. 뇌는 정말 신기하다.
뇌과학이 이슈가 되고 있는 요즘, 관련 책이 많이 나온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뇌는 또 속고, 믿고, 알고 있으며 이 정보가 언제 또 바뀔지, 언제까지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한정판이라는 단어는 마치 어린 시절 뽑기 상자 같은 설렘을 준다. "여기서만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누구나 그 뽑기를 하고 싶어 지기 마련이다. 심지어 그 뽑기가 꼭 필요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스타벅스의 우산도 마찬가지다. 다른 우산보다 튼튼하고 특별할 것 같다는 생각에 끌린 것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의 뇌가 만들어낸 재미있는 착각 중 하나다.
뇌는 희소한 자원을 매우 가치 있게 여긴다. 옛날에는 희소한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생존에 직결되었기 때문에,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한정판이라는 단어는 사람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이는 생존 본능이 남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파민은 보상을 기대할 때 분비되며, 이로 인해 기분이 좋아지고 만족감을 느낀다. 한정판을 구매할 때 뇌는 도파민을 분비하여 이를 보상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이로 인해 우리는 한정판을 더욱 원하게 된다.
이처럼 스타벅스의 한정판 우산을 사려는 나의 행동도, 그리고 이와 관련된 감정도 모두 뇌의 작용에서 기인한 것이다. 뇌는 마치 나를 속이는 재밌는 친구처럼, 내가 모르는 사이에도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를 이해하면, 우리는 우리의 행동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필요 없는 소비를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but, 나의 뇌는 이해하기 어려운지 도파민을 필요로 한다. 고로 오늘도 우산을 찾아 헤맬 예정이다